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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성격과 외모 닮은 사람끼리 결혼하는 경향 높아… “평생 내 편이 되어줄 사람이 필요해”
▣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사랑에 대해 관심은 많으나 경험은 많지 않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질문 중 하나는 ‘나와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행복할까? 아니면 비슷한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행복할까?’ 하는 것이다. 정반대끼리 결혼해야 잘 산다는 얘기를 어른들은 종종 하는데, 비슷해야 호감이 가는 것이 사실 아닌가? 깨끗하고 깔끔한 성격의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과 결혼하면 과연 행복할까?
과연 결혼한 커플들은 여러 가지 면에서 서로 유사한가 혹은 그렇지 않을까? 아얄라 파인스가 쓴 <사랑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에 따르면, 커플 사이의 유사성을 처음으로 분석한 연구는 19세기 말 영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부부 사이에 나이, 인종, 종교, 교육 수준, 사회적 지위와 같은 문화적인 변수들이 서로 유사한지 다른지를 설문을 통해 조사했다. 덧붙여 키나 눈동자의 색깔, 심지어 지능과 같은 육체적인 특성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고 한다. 그 결과, 19세기 영국의 부부들 사이에는 육체적인 특성이나 문화적인 배경에서 상당한 유사성이 발견됐다. 비슷한 성격과 문화적 배경, 신체적 특성을 가진 사람들끼리 결혼을 하더라는 것이다.
정신병도 공유한다
100년이 지난 뒤 영국에서 다시 실시된 연구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미국에서 1499쌍의 부부를 조사한 결과, 남녀 사이에 성격적인 특성이나 일반적인 인식적 특성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특히 내향성·외향성, 논리성과 같은 특성에 대해서도 부부들은 서로 비슷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다시 말해, 내성적인 사람은 내성적인 사람을 선호하고, 외향적인 사람은 외향적인 사람을 더 좋아해서 결혼에 이르더라는 것이다.
심지어 커플들은 키나 몸무게, 몸집과 같은 신체적인 특징도 유사하다고 한다. 대개 키가 큰 여자는 키 큰 남자와 결혼하고, 키가 작은 남자는 (그렇지 않기를 바랄 수도 있겠지만 불행히도) 결국 키 작은 여자와 결혼하게 되더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다양한 연령층의 부부 330쌍의 몸무게를 조사한 결과도 이와 비슷하게 나왔다.
물론 같이 살다 보니 생활 습관이 비슷해져서 함께 살이 찐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은퇴를 앞둔 부부들의 경우에는 신체적으로 서로 많이 닮는다는 연구 결과는 여러 번 확인되기도 했으니까. 콜롬비아를 대표하는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의 그림을 보면 가족이 모두 하나같이 뚱뚱하게 생겼는데(심지어 그 집에서 기르는 개도 뚱뚱하다), 같은 집에 살면서 생활 습관을 공유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누군가? 그들은 갓 결혼한 젊은 부부들의 몸무게와 신체 조건을 조사해보았는데, 그 역시 비슷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좀 엉뚱하게 들리겠지만, 커플들은 서로 정신병을 공유하기도 한다는, 좀 기괴한 커플 유사성 연구도 있다. 정신분열증을 앓는 여자들의 경우 남편도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또 쉽게 우울해지는 사람들은 대개 자신과 같은 우울한 이성에게 끌린다는 증거도 있다. 성격이 활발한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성격의 사람에게 끌린다는 증거는 더욱 많다. 그들은 함께 살기 때문에 정신질환을 공유하게 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특별한 성격에 끌리게 되어 함께 살게 되었다는 것이 그들의 한결같은 진술이다.
그렇다면 이미 함께 살고 있는 부부들이 아니라, 서로 처음 만나서 사랑을 속삭이는 동안에도 ‘유사한 성격’이 사랑에 빠지는 데 도움이 될까? 당연히 그렇다! 아얄라 파인스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연인들의 3분의 1은 처음 호감을 갖는 과정에서 자신과 비슷한 유사성이 큰 역할을 했다고 응답했다. 성격이나 사고방식, 목표나 관심거리, 혹은 취미가 비슷하면, 처음 느꼈던 호감이 더욱 증가되고 관계가 빠르게 발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소중한 것을 이야기하라
그렇다면 어떤 점이 유사할 때 사람들은 서로에게 가장 매력을 느끼는 걸까? 진화심리학자들은 이 질문에 대해 나이와 교육 수준, 인종이나 종교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꼽는다. 이 요인들은 평소 인간관계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알려졌다. 사람들은 결혼을 위해 맞선이나 소개팅 자리의 상대방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들이 맞지 않으면 우선 대상에서 제외한다. 예를 들어 나이 차이가 너무 난다거나, 교육 수준이 너무 다르다거나, 민족적·종교적 배경이 다르면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얘기다. 물론 이를 극복하고 행복하게 잘 사는 커플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런 위험한 선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인간들은 서로 비슷하면 호감을 느끼고 유사한 성격의 사람과 함께 살 때 만족을 느끼는 것일까? 사실 서로의 생각이나 성격에 차이가 있으면 종종 불쾌감을 줄 수도 있다. 깨끗하게 정리정돈을 잘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함께 지내는 것이 고통스럽다. 성격이 급한 사람은 느긋한 사람이 늘 답답하게 느껴지며, 느긋한 사람은 성격이 급한 사람과 지내는 것이 형벌처럼 느껴질 것이다. 결과적으로 태도와 기질, 행동양식이 비슷한 커플들이 그 관계가 오래 지속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자신의 인식이나 생각을 비슷한 방식으로 정리하고 표현하는 사람은 상대에게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다. <친구를 얻고 사람들을 움직이는 방법>이란 책을 써서 전세계 수천만 명의 독자를 사로잡은 데일 카네기는 태도와 관심의 유사성에 주목하며 “상대방의 가슴에 감동을 주는 최고의 방법은 그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사랑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은 그의 이 처세술과 인간관계학에 탄복한다. 그의 말은 현실에서 효력이 있다.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도 사람들이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는 이유를 나열하면서 ‘태도와 관심의 유사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왜 가재는 게 편이고 찌르레기는 까마귀 편이겠는가?(‘찌르레기는 까마귀 편이다’는 탈무드의 격언이다.) 우리는 평생 어떤 순간에도 자신과 한편이 되어줄 반려자가 필요한 것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 신데렐라와 왕자의 위대한 사랑, 호텔 재벌의 아들과 가난하지만 씩씩한 처녀의 사랑, 아름다운 창녀와 백만장자의 결혼은 모두 동화나 한국의 TV 드라마에서나 가능하지, 현실에선 보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동화와 드라마, 통속소설에서 이루려는 것 아닐까?
줄리아 로버츠와 리처드 기어가 주연한 영화 <귀여운 여인>(Pretty Woman)은 원래 마지막에 서로 헤어지면서 끝을 맺는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처음 이 이야기가 영화화됐을 때 시사회에서 관객이 이러한 비극적인 결말을 굉장히 싫어했다고 한다. 관객은 이 영화를 해피엔딩으로 마무리지을 것을 요구했고, 영화감독은 마지막에 결말을 바꾸었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그러나 그런 기적 같은 로맨스는 영화에서나 가능하며 대개 결혼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설령 드물게 결혼으로 이어지더라도 그들이 ‘그 후로 행복하게 살았으리라’ 짐작되진 않는다.
연인들의 행복은 ‘공감’에서 나온다. 함께 웃어주고 함께 울어주는 사람과 함께라서 우리는 행복한 것이다. 사랑을 연구하는 인류학자 헬렌 피셔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자의 64%와 여자의 76%는 ‘내 연인이 행복할 때 나도 행복하고 그가 슬플 때 나도 슬픔을 느낀다’라고 대답했다. 시인 E. 커밍스가 자신의 시에서 ‘그녀는 그의 기쁨을 웃었고, 그의 비탄을 울었다’라고 노래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리라.
귀여운 여인, 결혼 뒤로도 행복했을까?
연인들에게 사랑의 전략을 소개하는 레일 라운즈는 그의 저서 <누구라도 당신과 사랑에 빠지는 법>이란 책에서, 처음 만나서 상대를 사로잡고 싶다면 서로 유사하다는 것을 보이라고 조언한다. 상대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에 관심을 갖고 이야기하며 상대와 유사한 말투를 쓰라고까지 주문한다. 그러나 그러한 조언을 평생 실천하지 못할 것이라면, 혹은 평생 노력해볼 사랑의 힘이 없다면 아예 시도하지 마시라. 결국 들통날 것이니까. 다음호에선 ‘왜 우리는 때론 나와 정반대의 사람에게 끌리기도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결혼하지 말라는 얘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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