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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생명]책 구경 조금

[책 머리에]

 

새로운 세상을 향한, 그들의 굽힘 없는 열망

 

 

2007년 10월 1일, 뉴코아노조는 서울지방노동청 청장실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파업 100일을 넘긴 날이었다. 사진_ 참세상 이정원여기 자유를 빼앗긴 순박한 사람들의 처절한 몸짓이 있다. 
그들은 땀 흘려 일해 온 만큼 당당하게 인간대접 받으며 살기를 원했던 노동자들이  다.
세계적으로 노동3권과 집회·시위의 자유가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으로 선포된 지도 백년이 넘었건만, 아직도 이 나라에는 해마다 수백 명의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감옥으로 끌려간다.

정부와 보수 언론은 무기력한 국회 대신 노동자들의 파업과 시민들의 집회·시위가 절박한 민초들의 삶의 요구를 담아냄으로써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왔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오히려 정부와 보수 언론은 노동자, 시민들에게 온갖 혐오스러운 딱지를 붙여 사회로부터 고립시키고, 앞장 서 싸운 사람들을 잡아가둠으로써 자유와 평등의 종소리가 온 누리에 울려 퍼지는 것을 가로 막고 있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파업 또는 집회 과정에서 구속된 노동자들은 1,052명으로 김영삼 정부 시절 632명, 김대중 정부 시절 892명보다 훨씬 많다. 이들의 70% 가량은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월급으로 살아가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비정규직도 인간이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
그들이 외치는 구호들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의 현실을 읽을 수 있다.
펜보다는 망치가, 유창한 말보다는 실천으로 나타내는 것에 더 익숙한 노동자들이 한 평 남짓, 새장 같은 감옥에서 밤새 펜으로 가슴을 찢으며 편지를 썼다.
많은 분들이 여기에 실린 글들을 읽으며 가려진 구속노동자들의 진실을 발견했으면 한다. 돌아오는 새봄과 함께 녹슨 감옥 문이 활짝 열리고 무고하게 구속된 양심수들이 원래 있던 제 자리로 돌아올 그 날을 고대한다.

 

구속노동자 옥중 서한집 《푸른 생명》은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해인 2007년, 구속된 노동자들의 석방(사면)을 위해 여러 노동, 인권, 사회단체들이 함께 한 ‘구속노동자 석방과 사면·복권을 위한 공동행동’의 노력이 어우러져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푸른 생명’은 2006년 대구경북 건설노조 파업으로 구속되었던 조기현 위원장(조선남 시인)의 시 제목에서 따왔다. ‘돌무덤 같은 독방’에 갇혀서도 ‘부식으로 배급되는 생마늘 몇 쪽을 / 컵라면 빈 용기에 담아’ 싹을 틔워내는 구속노동자의 마음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향한, 그들의 굽힘 없는 열망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1부 ‘서정시가 어울리지 않는 시대’는 옥중 시 모음집이고, 2부 ‘감옥에서 온 편지’에는 다양한 투쟁 과정에서 영어의 몸이 된 노동자들의 편지글을 모았다. 편지들은 대개 구속노동자후원회(구노회)와 민가협 양심후원회 앞으로 온 글들이다.

 

최근 정권 가운데 가장 많은 구속노동자를 배출(?)한 노무현 정부를 겨냥했던 출판 작업이 다소 늦어져, 이명박 정부 취임과 더불어 발간하게 되었다. ‘법을 지키지 않는다’며 노동자들과 대화하기조차 거부하는 ‘전과 14범’ 이명박 대통령의 세상에서 《푸른 생명》이 더 푸르른 빛을 발하게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도무지 수지가 맞지 않는 책인데도 구속노동자 없는 세상을 바라는 염원으로 흔쾌히 출판을 맡아 주신 메이데이 출판사에 감사한다. 평소 구속노동자 후원과 석방(사면)운동에 적극 함께 해주시고 있고 발간사로 지면을 빛내주신 권오헌, 오종렬, 이석행, 조돈문 선생님들께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노동자들의 편지를 일일이 타이핑하느라 밤잠을 설친 구속노동자후원회 자원 활동가들, 교정·교열에 함께 해준 ‘구속노동자 공동행동’ 활동가들, 출판 공정에 심혈을 기울여 준 모든 출판, 인쇄 노동자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구속노동자들의 소중한 원고가 없었다면 《푸른 생명》의 출판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지금도 옥중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모든 구속노동자, 양심수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20007년 2월 1일
‘구속노동자 공동행동’을 대신해서
구속노동자후원회 사무국장 이광열

 

 [차례]

 

발간사 

목표가 분명한 의인들의 함성ㆍ권오헌
동지들은 참된 해방의 원동력입니다ㆍ오종렬
그 안에서 바깥을 염려하고 걱정하는 소리를 들으며ㆍ조돈문
동지들의 편지를 채찍삼아 더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ㆍ이석행

 

책머리에_ 새로운 세상을 향한, 그들의 굽힘 없는 열망ㆍ이광열

 

1부 서정시가 어울리지 않는 시대_ 옥중 시 모음
형산강 다리, 해방의 다리를 건널 때까지ㆍ조선남
하루살이ㆍ조선남
우리가 다음에는ㆍ조선남
11월의 개나리ㆍ조선남
보는 것만으로도 슬픔이 되는데ㆍ조선남
12월 어느 날ㆍ조선남
푸른 생명ㆍ조선남
다시 푸른 생명에게ㆍ조선남
노란 민들레ㆍ조선남
감옥에서 단식투쟁ㆍ조선남
나는 7월을 사랑한다ㆍ심진보
그리움ㆍ심진보
4월의 감옥에서ㆍ김성환
옥중 단식 죄ㆍ김성환
진군하라!ㆍ주국제

 

2부 겨울을 견뎌 낸 저 푸른 보리처럼_ 감옥에서 온 편지
우리 아이들에게 비정규직 세상을 물려줄 순 없다!ㆍ뉴코아ㆍ이랜드 파업
형산강 다리, 해방의 다리를 건널 때까지ㆍ포항건설노조 파업
건설노동자도 인간이다!ㆍ울산건설플랜트노조 파업
쇠창살에 갇힌 건설노동자의 꿈ㆍ대구경북건설노조 파업
건설노조 단체협약은 공갈·협박?ㆍ2006년 건설노조 공안탄압
우리는 사장이 아니라 노동자다!ㆍ특수고용직(화물, 덤프, 학습지) 노동자 투쟁
골리앗에 맞선 다윗의 투쟁ㆍ삼성일반노조 위원장 김성환
짓밟아라, 우리는 다시 일어설 것이다ㆍ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투쟁
잘 나가는 자동차 재벌 알고 보니 ‘불법파견’ 천국ㆍ자동차 3사 사내하청 노동자 투쟁
민중의 요구다! 한미 FTA 폐기하라ㆍ한미 FTA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투쟁
‘노동해방’ 쟁취하고 현장으로 돌아가자!ㆍ전해투 해고노동자 투쟁
공장으로 돌아가고 싶다!ㆍ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ㆍ코오롱노조 복직 투쟁
광화문 거리에 울려 퍼진 되살아난 열사의 분노ㆍ2003년 민주노총 전국 노동자대회
민주주의를 집어 삼키는 괴물, 국가보안법ㆍ‘일심회’ 조작 간첩단 사건 외
노동자는 하나다!ㆍ미등록 이주노동자 강제추방 반대투쟁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택하라!ㆍ2006년 평택미군기지 확장이전 반대 투쟁
감옥이 우리를 가둘지라도ㆍ‘오산 수청동 철거반대 투쟁’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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