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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우리들의 자화상

쌍용자동차, 우리들의 자화상

- 대안언론이 파업 현장에서 길어 올린 나직한 질문들

 

양돌규(노동자역사 한내 회원)

 

올해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77일 동안 옥쇄파업을 전개했다. 파업은 끝났다. 그러나 이들의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쌍용자동차 투쟁으로 64명이 구속되었고 이는 단일 노동사건으로는 최다 구속자가 발생되었다. 많은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정리해고된 조합원들이 있으며, 사측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조합원들이 140여 명이나 된다. 또 정리해고의 아픔과 77일간의 옥쇄파업 때 얻은 정신적 충격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조합원, 가족, 아이들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미디어충청은 지역에서 대안적 미디어운동을 펼치는 인터넷언론으로서 투쟁 초기부터 쌍용자동차 투쟁에 밀착 취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대 언론사는 현란한 수사와 석고상 같은 권위를 가지고 노동자들의 절박함을 외면하고 폭력 집단으로 매도했지만, 어쩌면 그들의 카메라는 평택공장에 와 있지 않았다. 청와대 혹은 여의도 증권가, 전경련 회관, 검찰, 경찰 등의 공안기관 사이에서 결정된 지침을 확성기를 통해 내보내는 것이 한국 언론의 본령 아니었던가? 미디어충청과 같은 대안 매체는 현장에 있었다. 현장에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건 멀찍이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것을 목격한다는 것이다. 보려고 하지 않는 진실을 발굴해내는 고고학자 같이 고되고 외면당하기 일쑤지만 귀중한 작업이다.

 

그러나 사측이 쏜 볼트, 너트를 피해가며 찍은 현장 사진은 목소리가 나직하다. 조중동처럼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그냥 사진으로 보여줄 뿐’이다. 미디어충청이 보여주는 사진은 우리에게 그저 조용히 물음을 던진다. “우리 사회가 왜 부도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만 전가되는 것에 침묵했는가?”라고 말이다. 미디어충청 기자들은 대안 언론이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지, 주류 권력을 지닌 언론과는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들 사이트에서는 그 흔한 연예인의 가쉽 기사도, 아무개가 로또로 횡재를 했다는 기사도, 혹은 이름 높은 이들의 사소한 동정 기사도 찾아볼 수 없지만, 대신 피흘리는 옥쇄 현장에서 옥이 깨어지는 것처럼 찬란하게 부서지던 이들의 77일을 담아냈다.

 

다시 말한다. 쌍용차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건 우리 노동자들의 투쟁, 우리 모두의 삶을 위한 투쟁, 삶의 시간을 되찾기 위한 투쟁도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쌍용차 노동자들의 사진은 우리들의 자화상이고 우리가 마주해야 할 삶의 진실이다. 산다는 건 본디 전쟁이라는 것, 그 사실을 우린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우리가 이 책을 봐야만 하는 이유일 것이다. 잊지 않기 위해서, 늘 새롭게 깨닫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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