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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스미스 인터뷰

메이데이님의 [CTC_반도체산업의 신화에 저항하라!!] 에 관련된 글.

 

IBM에 맞서 반기를 들다

[인터뷰]실리콘밸리 독성물질 방지연합(SVTC) 테드 스미스

변정필 기자 bipana@jinbo.net / 2008년10월03일

 

 

한국에서는 삼성반도체의 집단 백혈병이 직업 연관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삼성반도체 노동자들 사이에서 다수 보고 되고 있는 백혈병이 '우연'적으로 발생한 것인지, 혹은 작업과정 내 유해물질 노출에 의한 '산재'인지 여부는 아직 논란 중이다.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이어받은 '반올림'은 2008년 8월 현재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했던 고 황유미씨를 비롯해 적어도 13건의 백혈병이 발병했다며,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반올림'은 '반도체 노동자 건강과 인권 지킴이'라는 의미다.
 

 

한국산업안전공단 직업병연구센터는 삼성반도체의 백혈병 발병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현재 생산직 근로자 중 사망자를 가려내 사망원인을 분석하는 등의 역학 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지난 27일부터 3일간 진행된 '아시아 노동재해 피해자 권리를 위한 네트워크(ANROAV)' 2008 연례회의에 참가한 미국 '실리콘밸리 독성물질 방지연합(SVTC)'의 테드 스미스를 만나 미국 아이비엠(IBM) 노동자들 사이에 발병한 치명적 암 사례 및 대응에 대해서 들어보았다.
 

 

테드 스미스는 지난 30여 년간 미국 내 반도체 산업의 유해 화학 물질로 인한 노동자 및 지역 사회의 피해 사례들을 수집, 분석하는 한편, 문제를 제기해 왔다. 또, '반도체산업의 노동권과 환경정의(Challenging the Chip)'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  테드 스미스는 "실리콘 벨리에서 우리에게 일어났던 일이 한국에서도 일어났다는 사실에 매우 화가 났다"고 말했다.

그는 회의 기간 내내 한국의 상황에 관심을 기울이며, 유사한 사례가 한국에서 발생했다는 데 우려를 표했다.
 

 

"'클린'산업의 이미지를 극복하는 게 힘들었다"
 

 

어떻게 반도체산업 노동자들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는가?
 

 

"아내가 변호사인데, 1970년대 초 반도체 산업에 일을 하다 유해 화학 물질에 노출되어 병을 얻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실리콘 밸리의 아이비엠(IBM)뿐만 아니라, 인텔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992년도에는 화학 물질이 공장에서 새어나와 지하수를 오염시켰다. 그 물을 사람들이 식수로 사용했는데, 선천선 기형이 발생했다.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했고, 모든 지역사회를 조직해서 유해물질을 정화하라고 요구했다. 이것이 '실리콘밸리 독성물질 방지연합(SVTC)'을 만들게 된 계기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가장 어려웠던 점은 반도체 산업이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매우 유능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반도체 산업을 '클린(깨끗한)' 산업이라고 홍보했고, 환경에도 유해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알리는 데 애썼고, 이 점이 가장 어려웠다.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호의적이라는 점도 매우 난점 중 하나였다.
 

 

노동자들이 어떤 유해 물질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도 대단히 어려웠다. 유산율도 높았다. 많은 노동자들은 일하고 있는 작업장에서 어떤 유해 물질이 사용되고 있는지를 알지 못했다. 인근 지역사회도 알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클랩의 연구결과 높은 유산율과 암 발병률 나타나"
 

 

실리콘 밸리에서 발병된 사례들에 대해 소개해 달라.
 

 

"많은 노동자들이 암으로 진단을 받았다. 30대가 많았고, 심지어 그 아래의 연령에서도 암이 발병했다.
 

 

리 레쓰는 아이비엠(IBM)의 엔지니어였다. 57세에 골수종으로 사망했다. 아이비엠(IBM)의 노동자였던 닐 오발은 60세에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루시 니본은 35세에 위암으로 사망했고, 수잔 루비오는 39세에 유방암으로 사망했다."
 

 

▲  35세에 위암으로 사망했던 전 IBM 노동자 루시 니본. 테드 스미스는 발표에서 전직 IBM노동자들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모두 유기 용제에 노출되었다.

 
▲  60세에 백혈병으로 사망한 닐 오발.

 
▲  39세에 유방으로 사망한 전 IBM 노동자 수잔 루비오.

"영국 내셔널반도체(NUSK) 공장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역시 치명적 암이 발병했다. 영국의 페이즈2를 설립하는 데 기여했던 전직 영국 내셔널반도체(NUSK) 노동자였던 헨렌 클락 역시 암으로 사망했다.
 

 

우리가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반도체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매우 높은 유산율과 암 발병률이 나타나고 있다."

 

 

'실리콘밸리 독성물질 방지연합(SVTC)'은 전직 아이비엠(IBM) 노동자였던 제임스 무어와 알리다 에르난데스의 암 발병을 계기로 불법적으로 독성 화학물질을 노동자에게 노출시킨 점과 암이 발생하기 전까지 수 년 동안 유해한 작업환경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숨긴 점을 문제삼아 아이비엠(IBM)을 상대로 최초 소송을 벌였다.

 

 

원고측은 예방의학자 클랩과 존슨에게 자료 분석을 의뢰한 결과 제조과정에서 사용하는 용매나 발암물질이 높은 암 사망률과 관련되었음을 발견했다.
 

 

1961년에서 2001년 사이의 3만 1천 961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클랩의 연구 결과 남성에서 비교사망률은 106.9로, 여성에서 비교사망률은 114.6으로 나타났다. 암 발생 부위별로 비교시 일반 미국인에 비해 대장, 췌장, 신장, 고환, 갑상선, 중추신경계, 림프계, 골수의 암과 흑색종 등 모든 부위에서 높은 비교위험도를 보였으며, 특히 여성에서 폐, 기관지, 유방, 중추신경계, 림프계, 골수의 암에서 큰 사망률 증가를 보였다.
 

 

그러나 당시 아이비엠(IBM) 사측은 "많은 노동자들이 흔치 않은 병에 걸린다 하더라도 이것은 IBM 사업장이 크기 때문에 생기는 자연적인 발병결과일 수 있다", 혹은 "어떤 노동자에게도 일 때문에 그들의 병이 생겼다는 증거는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결국 법원은 클랩의 진술서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고, 노동자들은 패소한다.
 

 

그러나 무어와 에르난데스의 소송을 계기로 아이비엠(IBM) 노동자 중 50여 명의 암 환자를 비롯해, 화학물질 중독으로 암이나 각종 만성질환에 걸린 200여 피해자들, 50건 이상의 자녀 선천성 장애 피해자 등이 드러나면서 아이비엠(IBM) 노동자들의 건강과 환경 문제가 알려지게 되었다.
 

 

2003년에는 뉴욕 주 엔디콧 지역 아이비엠(IBM) 공장 인근 275에이커 이상이 오염되어, 480여개 건물의 오염제거를 아이비엠(IBM)이 시작했고, 2008년 1월 아이비엠(IBM)을 상대로 환경오염에 대한 94명의 집단소송이 진행 중에 있다.
 

 

"세계인이 삼성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반도체 노동자들 사이에서 백혈병이 발병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상반된 두 가지 감정이 있었다. 하나는 매우 화가 났다. 실리콘 벨리에서 우리에게 일어났던 일이 한국에서도 일어났다는 사실에 매우 화가 났다.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반도체 산업에서 노동자들에게 유해한 물질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또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났다.
 

 

그러나 한편으로 여기에 문제제기를 하는 노력에 한국에 있다는 사실에 기뻤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반도체 산업은 실리콘 벨리에서 출발해서 한국, 대만, 중국, 태국으로 가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이들 국가에서 공장을 열고, 미국에서 사용했던 많은 화학 약품을 그대로 사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주요 화학 약품 사용을 금지하는 데 성공했더라도, 다른 국가들에서 계속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뿐만 아니라 이 문제를 세계에서 드러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역시 삼성을 세계인들이 주목하고 있다.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이런 행동을 지지하고 정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테드 스미스는 안로브회의 발표를 통해 전 세계 반도체 등 전자산업 노동자들에게 나타나고 있는 또 다른 문제점 하나를 지적하기도 했다.
 

 

발표에서 테드 스미스는 35년 전 트랜지스터 개발에 참가했던 로버트 노이스 인텔 공동 설립자의 말을 인용했다. "노동조합이 없는 것은 우리 기업 생존에 핵심적인 것이다. 만약 우리가 노동조합을 허용한다면, 우리 기업들은 파산 할 것이다. 이 점은 우리 기업들에게 매우 중요한 점이다" 세계 전자 산업 노동자들에게 노동자로서의 기본적 권리인 노동조합을 구성할 수 있는 권리마저도 봉쇄하고 있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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