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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촛불의 미래를 본다

2008 한국사회, 촛불의 미래를 본다

 

 

 

‘2008 촛불’로 되살아나는 ‘68혁명’?

 

 

세계 곳곳은 68혁명 40주년을 맞아 68혁명을 재조명하는 기념 학술대회와 영화제, 출판 등으로 분주하다. 그리고 ‘68혁명의 경험담’과 ‘68혁명에 대한 평가’도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한국은 ‘68혁명’과 무관하고 무관심한가?

오히려 2008년 한국에서 ‘68혁명’은 기념하거나 평가할 무엇이 아니었다. 한국에서 ‘68혁명’은 ‘촛불’을 통해 40여년이란 시공간을 뛰어넘어 ‘현실’에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권위주의적 국가권력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문제제기, 직접적인 소통과 토론이라는 직접행동과 직접 민주주의 구현, 축제와 저항의 결합, 10대와 여성-새로운 정치 주체의 등장, 교육정책과 언론에 대한 비판에 이르기까지…. 68혁명이 보여준 ‘창의력’, ‘상상력’, ‘자발성’, ‘역동성’이 40여년 만에 부활했다.

 

사진 출처_ 민중언론 참세상

 

과연 이 촛불의 미래는 어떠할 것인가? 아니 촛불의 미래는 어떠해야 하는가? 만약 지금 이 순간에 우리가 ‘68혁명’ 40주년을 평가할 수 있고 평가해야 한다면, 바로 그것은 ‘촛불의 미래’에 답하기 위해서이다.

 

 

 

‘상상력에 권력을?’

 

이 책은 제목이 암시하듯이 68혁명에 대한 찬양서가 아니다. 68혁명 당시 내걸었던 ‘상상력에 권력을!’이라는 구호를 ‘상상력에 권력을?’이라며 대비시키고 있다.

이 책은 68혁명 30여년이 지난 뒤 당시 68혁명에 실천적, 이론적이든 적극 뛰었던 주체들의 ‘학술적 논평’이다. 68혁명이 제기했지만 지금까지도 남아있는 실천적이고 이론적인 문제들, 급진자유주의적 입장에서부터 마르크스주의적 입장까지, 철학과 사회학과 심리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이루어진 ‘사회과학적이고 논쟁적인 비판적 평가서’이다.

 

 

저자들은 자신의 관점에서, 특히 독일의 사례를 중심으로 68혁명이 과연 ‘상상력’에 ‘권력’을 가져다주었는지를 추적하고 평가한다.

 

 

1968년 ‘프라하의 봄’의 경험, 독일 68혁명 주역의 하나였던 루디 두치케의 ‘평의회 민주주의’의 구상, 독일 좌파자유주의의 ‘인본주의 대학생 연합’과 SDS(사회주의독일학생동맹)의 ‘하이델베르크 환자 공동체’ 실험의 의의와 그 실패 원인, 그리고 학생운동이 끼친 건설적 효과의 하나로 평가되는 ‘자조운동’에 이르기까지 68혁명 과정에서 등장한 새롭고도 창조적인 시도들을 평가한다.(1부. 급진민주주의와 자유지상적 사회주의)

 

 

<신좌파의 상상력>의 저자 조지 카치아피카스에 따르면, 68혁명이 그 국제주의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운동의 내부에 ‘민족적 특성’이 무의식적으로 재생산됐는데, “독일의 신좌파는 이론적인 측면이 강했고, 프랑스 신좌파의 행동은 낭만적인 동시에 상상력이 풍부했으며, 미국의 신좌파는 군사적 실용주의를 지니고 있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바로 독일 신좌파의 ‘이론적’ 특징이 두드러지는 부분이 ‘2부. 비판과 전복’이다. 필자들은 68혁명 과정에서 심리학과 정신분석의 역할, ‘대학과 교육체계의 개혁’ 속에서 드러나는 학문의 사회적 중요성의 문제, 68혁명 과정에서 해방지향적 경향을 띤 사회학의 문화비판적 고발로의 변화 혹은 몰락, 그리고 68혁명을 경험을 통한 19세기 맑스주의의 극복과 비판적인 재구성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68혁명이라는 현실의 경험이 학문과 사상⋅이론에 미친 영향, 거꾸로 학문과 사상, 이론이 68혁명에 미친 영향 등을 이론적으로 분석, 평가하고 있다.

 

 

‘3부. 좌파란 무엇인가’에서는 ‘지속적인 산업적 비상질서’(PINO)라는 개념에 바탕하여 2001년 9‧11 사건이 정상주의 이론에 끼친 충격을 다루고 있으며, 이어 68혁명에 커다란 사상적 영향을 미친 호르크하이머-마르쿠제-아도르노 등

으로 이어지는 비판이론을 검토하며 도덕비판이론의 새로운 과제, 좌파의 새로운 이론적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평가’ 속에서도 68혁명은 계속되고 있다

 

68혁명이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68혁명이 제기한 과제들, 즉 역자가 밝히고 있듯이 탈권위주의와 일상적 민주주의의 문제, 탈물질주의 문제가 21세기에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4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68혁명의 성격과 그것이 미친 영향을 둘러 싼 평가가 계속 새롭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68혁명이 무질서와 사회 기강의 이완을 낳았고, 사회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는 보수적 비판은 뒤로 하자. 지난 40여년에 걸친 연구와 논쟁과 평가의 결과로 이제 68혁명은 더 이상 학생들만의 저항이 아니라 기층의 노동자들도 함께 했던 혁명이었으며, 선진국 일부에서만 일어났던 국지적 현상이 아니라 국제주의에 바탕하여 전세계에 걸쳐 일어난 새로운 유형의 혁명이었다는 점이 밝혀지고 있다.

 

 

이러한 평가 속에서 68혁명은 잊혀진 과거가 아니라 살아있는 현실로 계속 재생산되고 있다. 이 책이 담고 있는 68혁명에 대한 사회과학적 평가는 그런 점에서 68혁명, 특히 독일에서의 경험을 비판적이고 학문적으로 재조명함으로써 68혁명이 제기했던 ‘상상력’을 새롭게 재구성하려는 시도이다.

 

편저자들이 제기하듯, “험난한 시기를 거치면서 이룩한 숱한 진보들이 오늘날 유토피아에 적대적이고 호흡이 짧은 실용주의에 의해 폐기될 위기”에서 “68 당시의 해결 방안과 현재의 문제들을 부분적으로는 지속적 유용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08년 5월, 40주년을 맞는 68혁명의 5월에 한국사회에서는 ‘촛불’이 타올랐다. 40년 전 68처럼 ‘촛불’ 역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다가왔다. 물론 구체적인 지점에서 68혁명과 ‘2008년 촛불’을 완전히 동일시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촛불’이 장기화되면서 ‘촛불’ 안팎으로 68혁명이 직면했던 여러 딜레마와 논쟁이 생기고 있다. 폭력과 비폭력 논쟁, 촛불의 정치 사회적 목표와 의제의 다원화 문제, 촛불의 의회주의적 수렴 문제 등이 그것이다.

이 책이 그 ‘직접적인 대답’을 줄 수는 없지만, ‘2008년 촛불’을 어떻게 성찰해 나갈 것인지, 그 ‘상상력’은 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상상력에 권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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