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꿈에

꿈에 네가 나를 찾아왔다.

엄마에게 물어보니 너는 결혼하지 않았다 한다.

꿈 속에서도 나는 두려웠다, 네가 결혼하자고 할까봐.

난 여전히 결혼할 마음이 없는데.

 

저 멀리 다리 밑을 걸어가는 너의 종아리는

내가 사랑했던 탄탄한 근육이 아니었다.

뼈만 남은 앙상한 흰색 종아리.

 

너와 내가 같이 살았다면

동지의 출소날,

교도소 앞에서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출소하는 동지를 기다렸겠다.

교도소 가는 차 안에서 나는 너의 어깨에 폭 기댔겠다.

 

이제 너는 내가 사랑했던 너가 아닌데

우리가 함께 쌓아올린

불가침의 탑 안에 나 혼자 갇혀 길을 잃었다.

 

다시는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아,

남은 인생은 까마득하고.

 

사랑으로 찰랑거려야 할 맨 밑바닥 마음이

초여름 햇볕에 목이 타 쩍쩍 갈라진다.

 

삼켜도 삼켜도 끝나지 않는 상실의 슬픔이

주기적으로 찾아와 나를 뒤집어 놓고 가는

 

출소한 동지를 만나고 온 날 밤

시인 것을, 시도 아닌 것을 찌끄리며

한바탕 울음으로 옛 사랑의 독을 푼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