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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07/05
    이주헌, '정보통신 2등국가'도 좋다
    minik
  2. 2005/07/05
    주제파악 못하는 정부
    minik

이주헌, '정보통신 2등국가'도 좋다

유비쿼터스에 대한 나의 고민과 거의 같은 고민. 이주헌 원장, 참 매력적인 사람이다. 현정포럼을 만든 날카로움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정보통신 2등국가도 좋다" 그 슬로건도 좋다. ^^

 

하루하루가 바쁘게 지나간다. 다름 아니라 요놈의 컴퓨터 때문이다. 아침에 눈 뜨자 마자 부터 잠자리에 들기 직전까지 눈 떠 있는 내 곁엔 인터넷 창도 떠 있다. 이메일은 물론 뉴스와 각종 정보취득에 난 철두철미하게 인터넷에 의존하고 살고 있다.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과 서프라이즈까지 서핑하다 보면 시간 낭비도 심하다. 참 잘못된 습관이다. 요놈 때문에 독서량이 대폭 줄었다. 고작 최신 발간된 전문서적을 틈나는 대로 훑어볼 뿐, 연구보고서까지도 PDF파일을 다운로드해서 읽는다. 책이라곤 다들 읽었다는 흔해빠진 '다빈치 코드'를 수 개월째 손에 쥐고 있다가 출장 중에야 겨우 읽었다. 무엇보다도 해외에선 인터넷 접속이 쉽지 않은 까닭이다. 내 직업이 IT라지만, 이토록 난 심할 정도로 조그마한 정보가 필요하다 싶을 때면 당장 키보드부터 만진다. 네이버의 지식DB를 찾는 경우도 자주 있다. 영화예매, 기차표 구매, 은행업무에, 심지어는 벌금까지 인터넷으로 처리한다. 심하게 IT에 종속된 삶이다.
 
이런 경우를 보고 인터넷 중독이라 하나. 앞으로는 휴대인터넷 WIBRO가 달리는 차에서도 인터넷 이용을 하게 해 준다니 웃어야 되나 울어야 되나 모르겠다. 이것이 내가 추구해 왔던 IT선진국의 모습이었던가. 하하.


내 생활을 지배하는 또 하나는 휴대폰이다. 요놈의 자그마한 단말기는 24시간 나를 지킨다. 침대 옆까지도 말이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이 전화를 통해 난 바깥과 교감하고 산다. 편리하긴 하다. 내 인생을 만드는 가까운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이 번호로 날 자주 찾아주어 고맙다. 사무실로 전화하는 분들과는 달리, 심리적으로 정겨움을 느끼는 친구가, 제자가, 그 외 친한 사람들의 목소리는 언제나 반갑다. 아내와 애들은 회의 중일는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아예 SMS 문자로 대신한다. 애들과 주고 받는 문자를 통해 바쁜 와중에 그래도 난 아빠 됨을 확인하곤 한다. 가끔씩은 MP3음악파일도 다운로드 받는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친구 찾기'도 한다. 가족의 소재가 궁금할 때이다. '디카' 사진도 곧잘 찍는다. 그리고 그 결과는 가족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한다. 결국 난 휴대폰을 몸에 지니지 않고는 왠지 불안해하는 사람으로 전락되었다. 심히 휴대폰에 종속된 것이다. 다행히 발신자 번호(CID) 서비스가 제공되어서 망정이지, 그래서 급히 받지 않아도 좋을 만한 전화는 나중으로 미룰 수 있어 망정이지, 요즘 판치는 060 스팸 전화까지 몽땅 날 귀찮게 할 뻔 했다. 이제 곧 화상전화가 가능한 휴대폰이 본격 보급된다니, 이 역시 내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는지 모를 일이다. 이것이 진정 내가 바랬던 IT강국의 진면목이었던가.

 

요즘은 주말을 제외하곤 잘 보지는 못하지만 한 때는 TV도 내 시간을 갉아먹는 원흉이었다. 뉴스 프로그램과 축구중계는 물론, 다큐멘터리와 시사토론 프로그램은 일단 눈에 띄어 보기 시작하면 난 중간에 자리를 뜨지 못한다. 특히 구형 TV를 PDP로 바꾼 후에는 그 선명함이 너무 좋아 더욱 시간을 뺏기곤 했다. 바보상자라더니 정말 난 바보의 모습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게다가 2년 전에는 갑자기 꼭 필요하지도 않은 프로젝터와 대형 스크린, 'Home Theater' 스피커들을 설치하고선 DVD영화는 물론 그냥 봐도 좋을 TV프로그램까지 굳이 스크린으로 보곤 한다. 비디오방에 가기가 귀찮은 날이면 프로젝터를 인터넷과 연결시켜 영화를 다운로드해서 보는 일도 종종 있다. 물론 큰 화면에 소리까지 웅장하니 생동감은 넘치지만, 집에서조차 꼭 대형 스크린이 필요하냐는 것이 '기계치'인 아내의 표정인 것도 같다. 앞으로는 영화나 방송을 시청하다가 즉석에서 화면에 등장하는 사물에 대한 정보를 얻고 필요한 경우 주문까지 할 수 있는 T-상거래 서비스가 개시된단다. 냉장고에 우유가 떨어졌다는 소식이나 대문이 잠겨있지 않다는 경고문과 함께 대문 밖을 비추이는 화면이 스크린 구석에 나타나는 홈 네트워킹 시대도 도래한단다. TV보면서, 정보 서핑하랴, 주문하랴, 집 안팎 감시하랴, 어휴, 난 더욱 바쁘게 살 것 같으니 정말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이것이 진정 내가 꿈꾸어 왔던 정보통신 일등국가의 문명생활이었던가. 정보통신 이등국가가 차라리 좋지 않았던가? 하하.

 

그래도 현대 컴퓨터와 휴대폰과 디지털TV의 사용에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면, 요놈들이 일단 우리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내 손으로 통제할 수 있어서 좋다. 그런데, 머지 않아 눈에 띄지도 않은 컴퓨터들이 내 주위를 바글거릴 것이란다. 빌 게이츠에 의하면, 현재 전 세계에서 생산된 컴퓨터는 10억 대쯤 되고 2010년까지는 다시 10억대가 넘게 추가로 만들어질 전망이지만, 이 앞으로 생산될 컴퓨터는 전혀 다른 모습일 것이라고 예측한다. 기능 상으로만 컴퓨터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편지지 크기의 회의용 PC, 음악과 영화 감상용 TV식 엔터테인먼트 PC는 물론, 휴대폰이나 자동차의 안의 컴퓨터들과 공항과 소매점에서의 보이지 않은 컴퓨터 등이 생활 곳곳에 있을 것이란다. 이 신형 컴퓨터들이 나도 몰래 날 알아보고 내 가방을 뒤지고 내가 입고 있는 내 건강상태까지도 간파하는 시대도 멀지 않았다. 특히 이들은 서로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사람들은 컴퓨터라고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다양한 모습을 띌 것이란다. 문자와 언어인식 등 인공지능이 보강되고 '휴머노이드' 로봇이 주변을 맴도는 상황도 예측된다. 이미 선진국 소비자들은 무의식 중에 매일 150개의 컴퓨터 기능이 내장된 전자기기와 함께 있다는 말도 있다. 우리나라가 추구하는 내일의 모습이다. 오늘이 차라리 행복한가, 아니면 정말 내일을 기대해야 하나. 헷갈린다.

 

그러나 한편 이와 같은 기술발전은 '글로벌 메가트렌드'일 뿐 아니라 인류의 꿈이 아닐 수 없다. 잘 살고 행복한 사회를 건설하는 데 있어IT만큼 효과적인 도구는 없으리라.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IT는 국민의 먹거리이자 젊은이들의 희망이고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 되었다. 삶이 IT에 종속됨은 생활 습관을 바로 잡아 잘 극복하면 된다. 그래서인지 사실은 정보통신부의 839전략이나 u-코리아 건설계획이 더욱 변화무쌍한 미래를 예측하고 있음을 확인할 때면 더욱 반가울 뿐이다. 통신과 방송과 인터넷과 교통과 금융이 완벽하게 연결되어 편리함을 더해 주는 세상은 좋은 세상이리라. 방대한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고 눈에 보이지도 않은 컴퓨터 칩들이 어느 곳에나 존재하면서 우리 개개인이 무엇을 하든, 어디에 있던 낱낱이 알아 생활의 도우미가 된단다. 2만불 시대의 주역인 IT는 국가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삶의 편익을 위해 엄청난 발전을 거듭하게 만들어 우리나라를 일등 선진국가로 도약시킨다니 얼마나 기대되는가. 아니, 아찔한 전율까지 느낄 만 하지 않은가.

 

그러나 한가지만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다름 아니라, 이러한 모든 논의 중에서 사생활이 얼마나 보호 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만큼은 불식시켜야 한다. 정부가 국민에 대한 정보를 과다 보유하고 이를 통해 통제하는 조지 오웰의 '빅 브러더'의 탄생을 걱정함은 아니다. 전자정부가 제 아무리 확장되고 시스템 기능이 보완되더라도 전자감시사회의 형성만은 우리 국민 모두가 잘 억제해 나가리라고 믿는다. 정부가 시민의 뜻을 거역할 수 있는 시대가 지났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문제는 어딘가에 존재하는 개인에 대한 정보를 누군가가 오용하고 악용함이다.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신원정보보다는 기업이 확보하고 있는 개개인에 대한 경제, 건강, 구매관련 정보 등이 훨씬 더 민감하다. 핸드폰 이용정보나 위치정보 등은 더욱 치명적이다. 사생활이 몽땅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예로, 5m 내외의 정확성으로 위치를 알 수 있는 텔레메틱스나 LBS 서비스가 각종 GPS 데이터베이스와 연결되면 현재 어디로 이동 중이라거나, 어느 식당에서 식사 중이며, 무슨 호텔 몇 호실에 묵으면서 누구와 통화 중인지 등을 알 수 있다. RFID 기술이 본격 보급되면 언제 어디서 무슨 물건을 구매했는지를 알 수 있고, 홈 네트워킹과 연결되면 즐겨 듣는 음악이 무엇이고, 냉장고에 복용하는 약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알 수도 있다. 은행 잔고가 얼마인지, 최근 무슨 영화를 시청했으며 누구와 어디로 여행을 다녀 왔는지, 무슨 법규를 위반했는지, 얼마만큼의 부동산을 보유 중인지를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모두 가능하다는 말이며, 목적이 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간의 호기심과 잘못된 본능이 어디선가 꾸물거릴 것이라는 예견이다. 연예인들에게만 X파일이 적용되는 것도 아니란 말이다.

 

사실인즉 나는 정보화의 역작용 --- 예를 들어 컴퓨터 바이러스에 의한 피해나 스팸메일의 범람, 지적소유권의 침해, 그리고 음란정보의 가정침투 등 --- 에 관해서는 큰 걱정을 하지 않는 편이다. 금융거래에 필수적인 시스템의 보호와 안전 문제 등도 기술적 대응책이 강구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진정 '따뜻한 디지털세상'이 강조해야 할 것은 정보인권을 존중하는 사회제도의 정착일 것이다. 편리함이 다소 줄더라도 외부 시스템들이 나에 관한 정보를 철저하게 오용하지 않을 사회, 익명성이 다소 일시적으로 혼란을 가져 오더라도 내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이버 커뮤니티, 생산성 저하효과가 약간 있을지언정 나와 내 가족의 사생활이 절대 침해 받을 수 없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자, 정보통신 일등국가의 모습이리라. 그래서 철두철미하게 법과 제도로 미리 안전 장치를 만들고 사회적으로는 '신 정보윤리의식'을 뿌리내리게 하는 의지가 중요하다. 정부가 앞장서서 제발 신뢰를 심어 주어야 한다. 그게 바로 IT복지국가의 기본이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시민단체의 감시활동도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부터 새로이 준비되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정보통신 일등국가'는 누구보다도 내가 먼저 주장했던 표어이다. IT로 잘 살고 행복하고 튼튼하고 당당한 국가를 건설하자는 뜻이었다. 그러나 핵심은 경제강국보다는 '행복한 나라'를 만들자는데 있었다. 따라서, 만약에 정보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IT기술문명국가로만 발전한다면 난 차라리 '정보통신 2등국가'로의 회귀를 외치련다. 우리 모두 '따뜻한 디지털세상'의 목표를 바로 세우자.

 

이주헌(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원장의 블루진 에세이 중

원문 : http://www.kisdi.re.kr/kisdi/fp/yard/essay/EssayView.jsp?idx=282&kin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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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파악 못하는 정부

 

최근 몇 년간 한겨레 만평을 보면서 이만큼 만족해본 거 처음인 거 같다. 한나라당이 "정부가 아직도 현실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던데, 그 당이 노리는 바야 정반대겠으나, 그 말만큼은 딱이다. 투기세력만큼은 온 나라가 난개발과 투기판이 된 참여정부 2년 반이 영원하기를 바랄 밖에. 그러고보면 이 정부가 파악못한 것은 현실이라기보다는 제 주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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