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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5/13
    KTX 포항유치보다 더 필요한 것
    미뜨라

KTX 포항유치보다 더 필요한 것

 KTX보다 통근열차를


  포항에 KTX 열차를 유치하자는 서명지가 직장에 돈다. 박승호 포항시장이 나서고 본격적으로 KTX 포항유치위원회까지 만들어진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KTX 가 연결되지 않아 실질적으로 서울에서 가장 먼 도시가 되어버린 포항시민의 입장에선 KTX 노선이 연결된다면 현재보다 1시간 이상 시간을 단축할 수 있기에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나는 지금 당장 KTX 유치보다 더 필요한 것은 서민의 발인 무궁화호와 통근열차를 적절하게 배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철도공사는 2007년 6월 1일부터 철도운행 시간을 변경하면서 동대구에서 포항으로 오가는 통근 열차 6편을 3편으로 줄이고 무궁화호도 5편에서 4편으로 줄이기로 하였다. 이제 따라 새벽 5시 20분 동대구에서 포항으로 떠나는 통근 열차는 아예 없어지게 된다. 이 통근 열차는 대구 방면에서 포항으로 출퇴근하는 이들은 물론, 경주권에서 포항역 주변에서 열리는 새벽 시장에 신선한 야채와 농작물을 내다팔기 위해 보따리를 들고 타는 농촌의 할머니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통근열차를 없애므로 새벽 시장은 점차 활기를 잃게 될 것임에 분명하다. 물론 첫차가 없어지므로 대구에서 포항까지 기차를 이용해 출퇴근 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기차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동대구에서 5시 20분에 출발하는 기차는 포항에 7시 24분에 도착하여 실제적으로 대구-포항간 통근이 가능하였다. 하지만 6월 1일부터는 06:05에 출발하는 유일한 통근 열차를 이용하면 포항에는 8시 11분에 도착한다. 직장에 따라서 포항역에 7시 30분경에는 도착해야 다시 다른 교통 수단을 이용해서 직장에 출근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열차는 더 이상 통근 기능을 하지 못한다.


  포항-동대구간 요금을 비교해보자. 통근열차 2,700원, 무궁화호 6,400원, 새마을호 9,300원이다. 대구-포항간 시외버스 요금은 6,000-6,600원이다. 동대구에서 포항까지 이어지는 대구선과 동해남부선은 선로가 하나밖에 없는 단선이기에 통근열차나 새마을호나 소요 시간은 별 차이 나지 않는다. 새마을호가 1시간 45분대에 가지만 여러 역을 정차하는 통근열차도 2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새마을호 요금은 통근열차 요금의 3배 이상 든다. 직선 거리도 70여 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대구와 포항 사이는 실제로 통근이나 통학이 가능하다. 소요 시간도 1시간 대로 수도권과 비교하면 일상적 거리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통근 열가가 50% 할인을 받는다고 해도 하루 통근 비용으로 무궁화호 이상은 실제적으로 부담이 너무 크다. 수도권 광역 전철노선을 생각해보면 쉽게 비교된다. 서울에서 천안까지 전철 요금이 2,500원이다. 천안에서는 서울까지 출퇴근할 수 있지만, 그보다 더 가까운 대구와 포항은 출퇴근하기에는 너무도 힘들고 어렵다. 기차도 없고 비용도 무척 비싸다는 얘기다.


  그러나 만일 KTX가 포항에도 연결된다면 그나마 남은 통근열차나 무궁화는 사라지고 새마을호와 KTX만 남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 이철 사장이 취임한 이래 공공 기능을 약화시키고 오로지 수익을 올리기에 급급한 철도공사의 태도를 보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또렷하게 보인다. 동대구와 포항 사이 KTX 요금은 적어도 1만원 이상으로 책정될 것이다. 통근하기엔 불가능한 요금으로 설령 KTX 가 포항까지 연결된다 하더라도 수요가 많지 않아 적자 구간이 될 것이다. 현재 포항-서울 간 항공 노선도 승객이 적어 하루 4편밖에 되지 않는 현실을 생각해보자.


  결국 서민들의 발을 묶고 일부 부유한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KTX를 유치하는 셈이 된다. KTX 유치보다 더 시급한 것은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을 위한 교통 정책이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동해안 주민들을 위해서는 영천에서 포항으로 바로 연결하는 철도 건설이 필요하고 동해중부선이 빠른 시일 안에 건설되어야 한다. 이렇게 서민을 위한 정책이 실현되지 않으면 포항의 인구 감소 추세는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사회 공공성을 강화하지 않고 추진되는 KTX 포항유치운동은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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