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버림받은 타워크레인 위에서-크레인 동지들의 호소

" 결국 이렇게 마지막 밤을 보낸다.
하지만 잃은 것이 얻은 것이 된다.
상처가 새로운 결의가 되고 아픔이 다시 원동력이 된다.
아흔 아홉 번의 패배를 겪으며 살아 남으라.
단, 그저 살아 남지만은 말라.
아흔 아홉번의 패배가 주는 패배감과 배신감과 모든 상처와 아픔을
심장에 새겨라.
절대 잊지 말라."

                                                             - 김주익 동지의 글 중에서

 

일주일간의 고공농성을 마무리하기 위해 짐을 쌌던 동지들의 심정이 어땠을까...

50m 꼭대기에서 한걸음 계단을 내딪을 때마다 저려오는 가슴을 어찌 달랬을까...

그 분노를 어찌 주체했을까...

동지들의 투쟁은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투쟁하는 노동자 가슴에 올곧이 아로 새겨 남을 것이다.

투쟁이다! 투쟁!

 

 

 

<현대자동차아산사내하청지회 김기식 조합원의 글>

사랑하는 하청지회 조합원 및 원하청 노동자여러분,
무엇보다 먼저 이번 농성투쟁에 들어가면서 많은 걱정을 끼쳐드린 점
죄송하게 생각하고 또 감사합니다.
이곳 국회 안 타워크레인에 오르게 된 이유야 여러 동지들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찾은 현장이 비록 정문 앞이지만
너무 참담할 뿐이었습니다.
노동자가 현장에서 쫓겨나 아침마다 출퇴근하는 동지들을 보며 힘없이
피켓하나 들고 절규해야 하는 현실, 노동현장이 마치 무슨 군대와도 같이
아니 그보다 더한 감시와 사찰에 통제되어 가는 모습이, 겨울바람을
맞으며 새파랗게 어린 구사대 경비가 두려워 정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피다만 담배꽁초를 씹으며 눈치를 보는 나이 많으신 공장의 주인이신
형님들의 비참한 모습들, 참으로 절망의 모습들뿐이었습니다.
동지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동지들 그래서 국회 안으로 50M 상공의 타워크레인 위로 아산동지들의
얼굴들 하나 하나를 눈물로 되삼키며 크레인 계단을 한 걸음씩
올랐습니다. 그리고 우리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의 피묻은 눈물과 땀의 철의 노동자 깃발을 국회 의사당을
향해 단단히 조여 맨 후에야 비로소 떨리던 마음을 진정시켰습니다.
만약 적들이 침탈을 해올 경우를 생각해 크레인 가장 끝에 깃발과 함께
동지들의 피와 땀을 가슴에 품고 뛰어내릴 결심으로 최후의 지점에
깃발을 올렸습니다. 동지들, 이제 이러한 투쟁의 결의를 두 주먹 가득
채워 지상으로 내려가려 합니다.
비록 비정규직 개악안 폐기와 비정규보호 입법안을 쟁취하지는
못하였지만 이 땅의 비정규 노동자들의 절규를 담아내는 그리고
주춤거리고 있는 민주노총과 각 연맹 및 단위 사업장 노동자들의 피를
다시 한번 투쟁의 결의로 타오르게 하는 시발점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사내하청지회 신흥기업 동지들의 가열 찬 투쟁에 다시 한번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동지들, 투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세상의 모든 차별에 저항하라.
끝으로 사랑하는 우리 여보 뚱땡이에게 너무나 미안하다. 하지만 아무리
어렵고 긴 싸움이 된다해도 평생을 차별 받으며 살아갈 자신은 없다.
선희야, 앞으로 조금만 더 이해해 주라. 사랑한다.

2004. 12. 2. 국회 고공농성장에서
아산노동자들과 사랑하는 우리 여보에게....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김주익동지의 글>

그들은 경험이라 부르고
우리는 타협이라 말한다.
그들은 현실이 그렇다고 하고
우리는 현실을 바꾸내자고 한다.
그들은 성과를 논하고
우리는 정신을 얘기한다.
그들이 세 치의 혀로 운동을 얘기할 때
우리는 목숨을 건다.
노사협조주의 분쇄!
사회적 합의주의 박살!
노동해방 쟁취하자!
- 총파업승리 11.27 타워 -

한강은 유유히 흐른다.
우리는 언제쯤 이 패배감에서 벗어날까
적들에게 느끼는 분노보다 '이중의 적'으로부터 느끼는 분노가 더 크다.

배신과 타협이 동지들의 심장을 짓누른다.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겠지만
지금의 고통은 충분히 느껴야 한다.
그래서 이 고통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입으로 주저리는 것들이 언제는 그렇지 않았더냐
다 모두다 나의 짐이다.
참 고통스러운 시간이지만 같이 고통을 느끼는 동지들이 있어서 좋다.
동지들이 희망이다. 같이 웃을 수 있는 동지들이 같이 아파하고 있다니!
그래도 한강은 유유히 지랄 맞게 흐른다.
- 버림받은 타워크레인 위에서 12월 첫날 -

결국 이렇게 마지막 밤을 보낸다.
하지만 잃은 것이 얻은 것이 된다.
상처가 새로운 결의가 되고 아픔이 다시 원동력이 된다.
아흔 아홉 번의 패배를 겪으며 살아 남으라.
단, 그저 살아 남지만은 말라.
아흔 아홉번의 패배가 주는 패배감과 배신감과 모든 상처와 아픔을
심장에 새겨라.
절대 잊지 말라.
오늘 밤 역시, 이 밤과 촛불과 지랄같은 서울의 야경과 동지의 아픔과
나의 분노를 심장에 아로새긴다.
- 12. 1 타워의 마지막 밤 -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