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 목록
-
- [근조] 철거민 동지들의 명...
- mush
- 2009
-
- 그 시절, 그 날들
- mush
- 2008
-
- [펌] 사상의 칼-냉정하게 전...
- mush
- 2008
-
- [펌] 폭력/비폭력,운동권/시...
- mush
- 2008
-
- 나에게 폭력이란..(5)
- mush
- 2008
밥 먹다가 갑자기..
머리 가장자리에 흰 머리가 많이 났다는 걸 알았다. 엄마 말이다.
고우신 얼굴 덕에 마냥 젊으실 줄 알았는데.. 세월이 엄마만큼은 비껴 갈 줄 알았는데..
엄마의 흰 머리를 보고나서 밥 숟가락을 든 채로 엄마의 얼굴을 곁눈질로 찬찬히 살폈다.
늘어난 흰 머리만큼 주름도 많아지셨구나..
요새는 기침도 잦아지시던데..
그 덕에 식탁 한 구석에는 약봉지들이 갈수록 늘어만 간다..
모쪼록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셔야 할 텐데..
네 달 전부터 금연모드로 돌입하신 아부지도 많이 늙으셨다..
요새는 하는 일마다 되지 않는다며 혀를 차시곤 하는데..
나만 보시면 입버릇처럼 "왜이리 살이 빠졌냐"며, 괜스레 엄마에게 잘 좀 해 먹이라고 잔소리하신다.
사실은 살이 쪄 가는데도.. ^^;;
언제나 그랬듯, 부모님의 근심걱정에 절반가량은 나와 동생에게 쏠려 있다.
알면서도 그렇게, 허구헌날 짜증에 불평만을 늘어놓는다.
엊그제 엄마랑 이야기를 나누다가 울컥 눈물을 쏟을 뻔 했다.
부모 마음을 따라갈 자식이 없다더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확실한 보장도, 뚜렷한 미래도 담보하지 않을지라도 믿겠다 하신다.
우리 새끼, 심지 하나는 제대로 박혔으니 하는 일 또한 헛투른 일은 아닐 거라 믿는다 하신다.
개그 프로그램을 보다가 웃으면서 슬그머니 눈물을 훔친다.
엄마도, 나도..
이제부터라도 속상하게 해 드리는 일 없이, 보란듯이 잘 살아야겠다.
내가 하는 일이 떳떳한 만큼, 정말 떳떳하게 인정받아야겠다.
자식을 믿는 마음을, 내가 하는 일을 믿을 수 있도록 그렇게 신뢰를 튼튼히 쌓아야겠다.
갑자기.. 그냥..
부모님한테 할 수 있는 한 잘 해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겠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