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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간의 노동에 대한 소감

오.. 벌써 이 곳에서 일한지 열흘이 되었다.

일을 시작하고 사흘까지는 새벽에 일어나는 것과 한동안 서서 일한 덕분에 조금 힘들었지만, 막상 다니고보니 생각보다 일이 고되진 않다.

다만, 12시간 꼬박 일하는 것 때문에 내 기가 쭉쭉 빠져나가고 있음을 느낄 뿐이다. ㅡ.ㅜ 

 

 

이 곳은 중소기업에서도 규모가 꽤 큰 곳 같다.

올해 10월까지의 연간매출이 1400억, 매달 70억 매출은 거뜬하다고 하는 이 곳(이 정도 규모면 중소기업치고는 엄청 큰 매출인 것 같다. 1,2,3공장 전체 작업자가 한 조에 350명, 총 700명이다)은 업체 정규직 상여금이 800%다. 거기다 내년부터는 1000%로 인상된다고 하니, 임금수준도 꽤 좋은 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비정규직들이 3개월 수습과정을 거치고 거진 정규직으로 채용된다는 말에 나는 한번 더 놀라고야 말았다. -_-;

그리고 3개월 수습과정의 비정규직의 임금이 정규직 임금보다 더 많이 나온다는 말에 다시 놀라고야 말았다. 대공장 사내하청보다 임금수준이 굉장히! 높은 것이다.

말로는 회사사정이 어렵다고는 하나(부장, 과장이 참석한 자리에서 출하검사원과 공정검사원을 대상으로한 교육을 한 차례 받았는데 그 자리에서 죽는 소리 하드라. -_-;;), 내년 2월에는 예산에 공장증설이 완료된다고 하고 사내복지도 그다지 나쁜 편은 아닌 점으로 미루어보아, 말 그대로 자본가 멍멍이들의 죽는 소리일 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의 작업들은 회사에 그닥 큰 불만은 없는 것 같다.

물론, 대놓고 이야기해보지는 않았으나 오가는 말을 대략 종합해 보면 그런 것 같다.

 

 

한 가지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은, 이 곳이 사내 시스템 정비에 상당히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하는 자리에서 2004년 회사의 내부계획을 설명하면서 평가와 2005년 계획까지 연설을 늘어놓는데, 한 마디로 말하면 6시그마 운동의 안정적 정착 하에서 불량률 최소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아래서 회사의 전체 시스템을 6시그마 운동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개편하겠다는 계획이다.

물론 생소한 것은 아니다. 전의 회사에서도 그랬고, 이것은 꽤 오래전부터 추진되던 운동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너무 많은 세부계획들이 있었기 때문에 일일이 기억할 수는 없지만 대략 이야기하자면 그렇다.

 

문제는, 이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같은 작업자들끼리 감시아닌 감시와 통제조치가 취해질 수밖에 없는데, 예로 들면 다음이다.

검사원들(공정중간에 샘플을 채취하여 제품의 치수 등을 검사하는 공정검사원, 출하직전에 샘플링 검사를 하는 출하검사원, 외주를 통해 들어온 제품을 검사하는 수입검사원)들이 프레스 라인에서 일하는 작업자들과, 찍어낸 제품을 조립하는 조립반 작업자들의 작업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게 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것은 사실상, 각각의 검사원들을 관리하는 관리체계 자체를 하나로 통폐합하면서 작업자들 간의 감시/통제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한 조치에 불과하다.

그것은 검사원 전체를 하나의 팀으로 하며, 라인 작업자들과 검사원들을 분리시키는 조치인 것 같다(지금은 작업공간은 분리되어 있기는 하나 검사원이 라인에서 함께 일한다). 

더불어, 검사원들은 관리체계에 직접적으로 개입되지는 않으나 작업자들 속에 배치하면서 라인작업자들을 사실상 관리하게 만들고, 이를 팀으로 흡수하여 전체적으로 라인작업자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조치이기도 한 듯하다.  

이에 따라 오랫동안 근무해 온 작업자들은, 그 교육이 있은 직후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며 화를 낸다.

특이한(?) 것은, "불량률 0%"를 관철시키기 위해 관리자 교육을 끊임없이 받고 있는 이 곳의 관리자들도 회사의 계획에 불신을 드러낸다.

그런 시스템 자체가 생소하기 때문일게다.

 

흠.. 아직까지 파악한 것은 이 정도이다.

회사에 대한 불만이 없는 듯 보이지만, 모순덩어리는 도처에 깔려 있다.

비정규직에 대한 문제도 더 쓰고 싶지만, 지금 졸리다. -_-;;

 

다음에 시간이 되면 더 써야겠다.  

그러고 보니 새로운 곳에서 일하고 나서 첫번째 노동일기네. ^^;;

규칙적이지는 못하더라도 꾸준하게 써 볼 생각이다.

그럼 이만, 오늘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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