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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01/04
    새로운 시작
    mush
  2. 2004/12/22
    열흘간의 노동에 대한 소감
    mush
  3. 2004/12/01
    크레인 동지들, 그리고 나(3)
    mush
  4. 2004/11/15
    노동자 대회(2)
    mush
  5. 2004/10/28
    우리-노대회를 앞두고 이런저런 생각(3)
    mush
  6. 2004/10/16
    썼다 지웠다...(2)
    mush

새로운 시작

1. 새로운 시작?

 

 

내 핸폰 첫 화면에 떠~억 하니 새겨져 있는 문구다.

 

그런데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은 없다는 걸 알았다.

언제나 나는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고 있었고

다만 그 시작, 그 처음이 어제와 그다지 많은 차이를 보이지 않기에 나는 일상이 언제나 똑같다고 느꼈을 뿐이다.

 

 

 

2. 일하며 다시 배우며

 

 

이제는 꽤 친해진 회사언니와 하루 좬종일 수다 떨면서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은 생각이다.

 

'새로운 시작이 있기나 한거야?'

 

물론 느긋하게 커피한잔을 사이에 둔 수다가 아니라 쏟아지는 물량들 속에서 오고 간 대화지만.

뭐, 어쨌든...

 

언니는 이제껏 내가 고쳐야 겠다고 혹은 조금은 고쳤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하나씩 끄집어 내어 고쳐보라고 충고한다.

보일듯 말듯 내비춘 나의 속내를 훤히 들여다 보는 듯한 언니는, 나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으며 나에게 한걸음 옮기는 법을 가르쳐 준다.

 

지긋지긋한 회사 일을 당장이라도 때쳐 치고 싶지만, '꿈'이 있기에 섣불리 일을 그만 둘 수 없는 언니는 7남매의 넷째이다.

복작대는 아홉 식구 안에서, 언니는 이미 살아남는 법을 알고 있었다.

초기에는 회사에 대한 불만을 머리 꼭대기까지 안고 살았지만, 그것이 자기 밥줄을 끊는 지름길이라는 걸 일찌감치 깨달은 언니는, 이제 누구보다도 회사생활에 열심이다.

그래서 그런지 일에 게으른 건 도저히 눈뜨고는 못보는 언니는, 틈만 나면 나에게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늘어 놓는다.

 

예전같으면 회사에 길들여진 인간이라며 버럭 성질부터 냈겠지만, 지금은 그럴 생각의 여유도 그리고 그러고 싶은 생각도 없다.

만약, 내가 언니였다면... 나도 똑같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3. 통하였느냐?

 

 

언니는, 그리고 나는 서로 통하자고 한다. 그리고 통하고자 한다.

언니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전부를 알 수 없다.

언니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런 우리가 만나 이 공간 안에서 서로 통하고자 한다.

그 통함. 그것이 곧 우리를 만들 것이다.

지금 언니가 어떤 사고방식과 행동패턴을 가지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 인간의 삶과 행동에도 적용된다면,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할 뿐이다.

언니와 나는 같은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언니와 나는 꿈이 다르지만 어쨌든 같은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4. 그래서 새로운 시작은 없다.

 

 

그래서 새로운 시작은 없다.

언제나 그것이 있다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건 당장 오늘과 내일의 일을 미루는 변명이지  않았나 반성하게 된다.

상황을 탓하며, 조건을 탓하며, 시기를 탓하며 매번 새로운 시작을 되뇌였지만, 정작 새로운 것을 일구지 못한 것은 나의 게으름과 나의 치열하지 못함에서 기인한 것 같다.

하루하루가 새롭고 치열하다면 새로운 시작을 꿈꾸지도 않을 것이다.

무언가 새롭다는 것은 일종의 기대와 모종의 의지를 북돋우기도 하지만, 노동자의 일상에서 그것은 바라기 어렵다.

대신, 끈질긴 그 하루하루를 새롭게(?!) 살면서 내일을 희망차게 만드는 것.

그것이 새로운 시작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나는, 너무 먼 것만을 생각해 왔지 않나 싶다.

참으로 어렵지만 가야 할 길이라면, 가고 싶은 길이라면 하루하루를 긴장의 끈으로 얼기설기 엮어 마침내 보고픈 그 종착역 아닌 종착역에 기필코 다다라야 한다.

물론...

종착역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갈 거다.

 

 

언제나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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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간의 노동에 대한 소감

오.. 벌써 이 곳에서 일한지 열흘이 되었다.

일을 시작하고 사흘까지는 새벽에 일어나는 것과 한동안 서서 일한 덕분에 조금 힘들었지만, 막상 다니고보니 생각보다 일이 고되진 않다.

다만, 12시간 꼬박 일하는 것 때문에 내 기가 쭉쭉 빠져나가고 있음을 느낄 뿐이다. ㅡ.ㅜ 

 

 

이 곳은 중소기업에서도 규모가 꽤 큰 곳 같다.

올해 10월까지의 연간매출이 1400억, 매달 70억 매출은 거뜬하다고 하는 이 곳(이 정도 규모면 중소기업치고는 엄청 큰 매출인 것 같다. 1,2,3공장 전체 작업자가 한 조에 350명, 총 700명이다)은 업체 정규직 상여금이 800%다. 거기다 내년부터는 1000%로 인상된다고 하니, 임금수준도 꽤 좋은 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비정규직들이 3개월 수습과정을 거치고 거진 정규직으로 채용된다는 말에 나는 한번 더 놀라고야 말았다. -_-;

그리고 3개월 수습과정의 비정규직의 임금이 정규직 임금보다 더 많이 나온다는 말에 다시 놀라고야 말았다. 대공장 사내하청보다 임금수준이 굉장히! 높은 것이다.

말로는 회사사정이 어렵다고는 하나(부장, 과장이 참석한 자리에서 출하검사원과 공정검사원을 대상으로한 교육을 한 차례 받았는데 그 자리에서 죽는 소리 하드라. -_-;;), 내년 2월에는 예산에 공장증설이 완료된다고 하고 사내복지도 그다지 나쁜 편은 아닌 점으로 미루어보아, 말 그대로 자본가 멍멍이들의 죽는 소리일 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의 작업들은 회사에 그닥 큰 불만은 없는 것 같다.

물론, 대놓고 이야기해보지는 않았으나 오가는 말을 대략 종합해 보면 그런 것 같다.

 

 

한 가지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은, 이 곳이 사내 시스템 정비에 상당히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하는 자리에서 2004년 회사의 내부계획을 설명하면서 평가와 2005년 계획까지 연설을 늘어놓는데, 한 마디로 말하면 6시그마 운동의 안정적 정착 하에서 불량률 최소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아래서 회사의 전체 시스템을 6시그마 운동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개편하겠다는 계획이다.

물론 생소한 것은 아니다. 전의 회사에서도 그랬고, 이것은 꽤 오래전부터 추진되던 운동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너무 많은 세부계획들이 있었기 때문에 일일이 기억할 수는 없지만 대략 이야기하자면 그렇다.

 

문제는, 이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같은 작업자들끼리 감시아닌 감시와 통제조치가 취해질 수밖에 없는데, 예로 들면 다음이다.

검사원들(공정중간에 샘플을 채취하여 제품의 치수 등을 검사하는 공정검사원, 출하직전에 샘플링 검사를 하는 출하검사원, 외주를 통해 들어온 제품을 검사하는 수입검사원)들이 프레스 라인에서 일하는 작업자들과, 찍어낸 제품을 조립하는 조립반 작업자들의 작업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게 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것은 사실상, 각각의 검사원들을 관리하는 관리체계 자체를 하나로 통폐합하면서 작업자들 간의 감시/통제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한 조치에 불과하다.

그것은 검사원 전체를 하나의 팀으로 하며, 라인 작업자들과 검사원들을 분리시키는 조치인 것 같다(지금은 작업공간은 분리되어 있기는 하나 검사원이 라인에서 함께 일한다). 

더불어, 검사원들은 관리체계에 직접적으로 개입되지는 않으나 작업자들 속에 배치하면서 라인작업자들을 사실상 관리하게 만들고, 이를 팀으로 흡수하여 전체적으로 라인작업자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조치이기도 한 듯하다.  

이에 따라 오랫동안 근무해 온 작업자들은, 그 교육이 있은 직후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며 화를 낸다.

특이한(?) 것은, "불량률 0%"를 관철시키기 위해 관리자 교육을 끊임없이 받고 있는 이 곳의 관리자들도 회사의 계획에 불신을 드러낸다.

그런 시스템 자체가 생소하기 때문일게다.

 

흠.. 아직까지 파악한 것은 이 정도이다.

회사에 대한 불만이 없는 듯 보이지만, 모순덩어리는 도처에 깔려 있다.

비정규직에 대한 문제도 더 쓰고 싶지만, 지금 졸리다. -_-;;

 

다음에 시간이 되면 더 써야겠다.  

그러고 보니 새로운 곳에서 일하고 나서 첫번째 노동일기네. ^^;;

규칙적이지는 못하더라도 꾸준하게 써 볼 생각이다.

그럼 이만, 오늘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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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인 동지들, 그리고 나

# 1

 

잘렸다.

좀 개겼더니 가차없이 자르더라.

파견노동자였던 나는 파견인력업체에서 해고통보를 받은 게 아니었다.

심하게 관리자들과 싸운 그 날, 원청 관리자들로부터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죽도록 부려먹었다.

그래서 생산량좀 줄이라고, 휴게/점심/석식시간에는 밥도 먹고 쉴 수 있게 라인을 중단하라고, 수도 없이 개겨댔다.

정말 12시간을 꼬박 일하고도 모자라 맞교대를 강요하는 관리자들과 허구헌날 부딪혔다.

특근 안할라치면 압박과 강제를 일삼는 그놈의 회사덕분에 퇴사한 녀석들도 더러 있다.

같이 일하는 우리들, 우리 모두는 정말 열이 받아 있다.  

그러나 우리들, 너무 길들여진 탓일까. 쉽게 일어서지 못한다.  

 

일주일에 서너번은 잡힌 교육과 조회시간에는 그러한 불만들을 "달래려는" 건지, 조금만 더 열심히 일해줄 것을 주문한다.

회사가 살아야 여러분이 살지 않겠냐는 자본가 개들의 멍멍소리는 지겹도록 듣는다.

조금 더 많이 생산할 것을 주문하고, 조금 더 불량을 내지 말고, 조금 더 불량을 잡아내라고 짖어댄다.

회사가 살아야 여러분이 살 수 있다는 말로 시작해서 그것으로 끝나는 교육/조회시간.

80~100명의 작업자들 곳곳에서는 끄덕이는 머리통들이 보인다. 조금 암울하다. ㅡ.ㅡ*

 

아따. 답답한지고. 그래, 어디 깨야 할 것이 한 두개이겠냐. 시작이 반이라 했다.

틈틈이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화제도 정말 다양하다. -_-;;

그런데 몇몇이 모여앉아 이야기좀 할라치면 관리자 놈들 어느새 달려와 훼방을 놓는다.

화장실에서 애들이랑 수다좀 떨라고 하면(우리는 대부분 화장실에서 회사나 관리자들을 씹어댔다. 담배한대 물고..) 다른 동료들에게 우리의 뒤를 캐묻는다. 정말 지랄도 가지가지다.

 

그런데 각 파트별로 라인별로 관리자들과의 충돌이 끊이지 않는다.

그 들썩거림, 그 날카로운 신경들, 그 조용한 소란스러움.

난 거기서 희망을 발견했다.

 

그러나 완전히 찍힌 내가 하루아침에 해고통보를 받자, 동료들이 그새 움츠러든다.

어쨌든 먹고 살기 바쁜 그들, 너무나 젊지만 부양해야 할 가족들이 있고, 한 달 생활도 벌어먹는 이 월급으로는 빠듯한 그들.

순간, 나에게 "해고되어서 안되었다"는 동정의 눈빛을 날리지만, 그것은 나와 한편이 되었을 때 닥칠 두려움의 눈빛이기도 했다.

 

아르바이트 삼아 한 일이라지만,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했던 몇 달.

 

 

# 2

 

잘린지 이제 일주일이 조금 넘어간다.

덕분에 시간적 여유(-_-;;)가 생겨 여기저기 집회도 다녀보고, 한동안 못봤던 지인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리고 여의도도 다녀왔고, 명성에도 다녀왔다.

정말 죽을 각오로 타워크레인을 점거한 네 명의 동지들의 투쟁소식을 접했고, 반대로

보기 싫은 민주노총 관료들의 작태를 어김없이 보기도 했다.

이에, 어떻게든 총파업을 사수해야 한다는 이들의 처절하지만 또렷한 호소를 듣기도 했다.

해단한지 얼마 되지 않은 이주동지들 중 한 동지가 끌려갔다는 소식도 들었다.

 

얼마되지 않은 현장 경험이지만, 현장속에서 무엇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는지가 너무나 많이도 고민된다.

현장의 요구와 불만들이 무엇인지 주의깊게 살피고, 나아가 그것을 행동으로 조직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말이 쉽지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다.

곳곳에 널려 있는 부르주아 이데올로기도 문제이거니와, 가장 중요한 것은 투쟁 자체가 전망이 될 수 있어야 한다.

투쟁이 머뭇거려지는 것, 투쟁이 소모적인 것, 결정적으로 투쟁이 두려운 것이 되었을 떄는 그약말로 작살난다.

그래서 가장 소소한 불만이라도 그것은 집단적 행동으로 조직되어야 하고 조직될 수 있어야 한다. 조직하고 조직할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투쟁 속에서 반드시 나타날 적들의 이데올로기적/조직적 공격들을 방어하고 외려 그러한 악선동과 침탈을 공세적으로 뚫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교육과 선전도 필요하다.

 

현장 곳곳의 사정을 모두 알지는 못하지만, 아마 총파업 사수에 대한 확신이 현장안에는 그다지 많지 않을 것 같다.

민주노총의 수도 없는 거짓말과 입바른 소리에 질려 더 이상 상급의 지침을 믿지 못하는 것도 문제겠지만, 투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패배감과 무력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수도 없는 패배 속에서 다시 일어서지만 되돌아오는 건 동지라 믿었던 자들에게 배신을 당한다면, 나 같아도 다시 투쟁으로 떨쳐 일어서기 힘들 것 같다.

 

바닥난 운동적 신뢰, 산산이 부서진 동지적 애정, 점점 부르주아 관료체제로 물들여진 운동판, 이 모든 것을 갈아엎기 위한 행동이 필요하다.

모든 것이 제로로 떨어졌다.

다시 일구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운동의 전투적 부위가 살아 있다면, 여전히 살아 꿈틀대고 있다면, 자신의 주위로 동료를 조직해야 한다.

 

선도투가 힘을 얻기 위해서는 대중적 지원이 필수가 되어야 한다.

모든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 크레인 위의 동지들의 결의는 정말 소중하다.

사수되어야 한다. 기필코.

네 동지의 결의가 자기희생으로 마감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총동원해야 한다.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사실 막막하기만 해도...

 

 

# 3

 

이제 새로운 곳에서 일을 하려고 한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_-;;

 

지금까지 해왔던 생각들, 고민들이 부끄럽지 않게 잘 살아야겠다.

여의도 투사들 앞에 부끄럽지 않게.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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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대회

# 1

 

노동자대회 날이다.
회사에는 "친구와의 약속때문에 특근을 할 수 없다"고 말해 놓았다.

급하게 주문이 들어왔는지 생산계획이 다시 빡빡하게 짜여져 있다.
야간 2주가 끝나는 이번주 금요일께에 관리자들이 야간 2주 연장이라고 공지한다.
특근도 계속 잡혀 있다.
한편에서는 빡센 생산계획으로 인한 노동강도 강화, 높아만 가는 스트레스, 불규칙적인 근무계획과 이로 인한 개인적인 일정 차질로 불만을 토로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한달동안 야간에 특근일정이 잡혀 있어 돈 많이 벌겠다며 좋아라한다.
특근 못 나온다는 나의 말에 동료 작업자들은 "야간특근 안하면 돈 많이 못 벌텐데.."라며 이상야릇한(!) 눈빛을 날린다.

사실 노동자대회를 기다렸다.
아니 기다렸다기보다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단 한번의 위력적인 투쟁이 그야말로 단 한번으로 끝나면 문제이지만, 지금같이 정권의 공세적인 탄압에서는 그것조차 너무나 소중한 투쟁이기 때문이다.
작년 중하반기부터 흘러나오던 '로드맵'이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정권의 로드맵 구상이 사실상 노동계급의 분절화 전략이 성공하면서 얻은 자신감의 표현이자 자기 위기의 생존전략(!)임은 이미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자본과 노동은 절대 화해할 수 없는 시점에 놓여 있다.
자본주의의 위기가 심화될수록 자본가들은 노동자의 목줄을 죄는 정책과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다.
이미 파견법 개악은 입법절차만을 남겨두고 있으며 그것은 비정규직의 대량양산과 정규직 고용을 노리는, 사실상의 전체 비정규직화에 다름아닌 공격이다.
내년 상반기에 처리될 '로드맵'은 남한 자본주의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무엇을 공격해야 생존(자본가정권의)이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결정판이다.
그것을 위한 수순과 일정을 저들, 자본가 정권이 차근차근 처리하고 있다.
당근과 채찍을 같이 들었다가, 당근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지 요즘엔 채찍만 열라 휘두른다.

그런데 계급대중의 상태는 어떠한가.
그리고 이러한 공격에 우리는 어떤 행동과 실천을 조직하고 있는가.
무엇을 선동하며, 무엇을 선전하고 있는가.
사실, 너무나 암담하다.
무엇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무엇으로 사방으로 막혀있는 장벽에 파열구를 낼 수 있을까, 어떻게 들고 일어설 수 있을까.
이것은 비단 현장의 모든 활동가들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일게다.
하지만 작지만 소중한 실천들을 하나하나 만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오랜만에 나설 거리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리지만, 그 많은 동료 작업자들이 뼈빠지게 일하고 있을 시간에 혼자 거리의 흥분을 느끼자니 뒤가 조금 구리다.
그래도 뭐,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일단은 오늘과 그 이후만 생각하기로 하자.

 

# 2-1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법이던가.
아니 어쩌면 나는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 기대마저 없다면 애초부터 힘이 빠져 담배나 물고 터벅터벅 걷기만 하는 것이 싫어서 나는 "무언가 있겠지"라는 최면을 스스로 걸고 있었는지 모른다.

격전이 예상되던 곳의 투쟁도 이렇다할 충돌이 없었다.
물론, 공무원 동지들의 총파업 결의는 충분히 소중하다.
그러나 그 결의를 이어갈 수 있는 물리력과 응집력, 그것의 성과를 정치/조직적으로 어떻게 축적할 것인지의 계획이 뚜렷하게 잡히지 않는다.
허탈하게(?) 마무리된 산개투쟁의 계획이 최소한 발전투쟁때만큼 이어갈 수 있을지, 사실 조금 미더운 것도 사실이다.
정권의 탄압이 광폭한데 반해 공무원 노조의 조직력-물론 공무원노조에 대해 내가 아는 바는 일천하다. 그러나 오늘 보아온 바에 따라 판단해 보면 조합의 정치적 요구사안과는 별도로 조직력이 그다지 탄탄치 않음은 분명한 것 같다. 14만 조합원중, 4800명 상경에 노대회와 공무원 총파업전야제 집결인원이 1000명이라니.. 거기다 나머지 3800명의 행방을 알 수 없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역별 독자 총파업도 한 군데라니 총파업 준비에 대한 부분이 얼마나 치밀했는지 잘 모르겠다-과 총연맹, 단위노조의 연대가 그에 미치지 못하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하니 말이다.

그러나 현실을 이유로 눈앞의 투쟁을 버려둘 수는 없다.
진보넷의 속보기사중 어느 동지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사업장은 달라도 같은 노동자로서 함께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싸울 것이다."

그래, 그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그 누군들 모를까.
다만 하지 못하는 것의 '변명'은 지겨운 현장상황이다. 동력이다. 조직력이다.
현장조직력을 핑계로 총파업을 총력투쟁으로 뒤바꿔 투쟁을 선언해 왔던 민노 지도부를 그렇게도 신랄하게 비판했던 그 전투적 부위마저, 자신이 날렸던 비판의 내용을 고스란히 반복하며 '선도투'를 회피하였다고 한다.

"현장동력이 되지 않는다. 조직력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 현실은 인정하자.
일단 현장 조직화, 잘 안된다.
싸우자, 골백번 이야기해도 하나 먹힐까말까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단 한번의 선도투로 조직력을 무너뜨리는 것보다 어쩌면 현장에서의 작은 실천하나가 더욱 중요할 수도 있다.
그래,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예년처럼 마무리된 노대회에 나는 다시 한번 허탈한 웃음만 날린다.
오늘 투쟁이 마무리되고 걸친 한잔 술에 어느 동지가 이런 말을 한다.
"y앞에 있던 선봉대 동지들의 면면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희끗해지는 머릿발 날리며 아직까지 선봉대를 서야 하는 그 동지들이, 한편으로는 대단하다고도 생각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안쓰럽기 그지없다"고 말이다.
서른줄에 들어선 동지들이 선봉대의 막내격이었다니.. 하는 말을 덧붙이며.

우리는 어쩌면 주변을 조직하지 못하고 윗대가리만 씹는데에 익숙했는지 모르겠다.
정작 주변을 조직해야 할 그 때, 그러지 못하는 우리 상황이 계속 반복되고는 있지 않은지 반성해 본다.
하지만 작지만 소중한 실천을 벼리고 있는 동지들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낸다.
그리고 그 실천이 지금은 작을지라도 거대한 파도가 되어 언젠가 하나된 우리로 거리에서 마주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끊임없이 대중을 설득하고 대중과 '내'가 한 몸이 되는 작업들, 그러나 '자신'이 대중의 이해수준으로 하락하지 않는 작업, 대중의 정치적 의식을 끈질기게 끌어올리는 작업, 이 모든 것이 한 몸이 되게 하는 그러한 작업, 활동.
그것이 필요하다.

자, 어디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
과거를 뒤돌아보고 현재를 보자. 그리고 내일을 계획하자.
희망은 아직까지 함께, 그렇게 끈질기게 투쟁하는 동지들이 있다는 데 있다.
할 수 있다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해보자고, 이길 수 있다고 어깨걸기하는 동지들이 있기에 희망은 있다.
더 이상 자본주의에 희망은 없다고 선언하는 동지들이 있기에, 희망은 있다.
더이상 "노동해방 쟁취"의 구호가 낡아빠지고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현실의 절절한 구호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기에, 그리고 그것을 위해 당장은 성과가 보이지 않을지라도 하루하루 뜨겁게 사는 우리가 있기에 희망은 있다.

노동해방 쟁취!
그래 그거다.
이제 남은 것은 끈질기게 대중과 한몸이 되며 노동해방에 한걸음씩 전진하는 것밖에는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노동자 목에 칼이 들어와 있는 파견법 철폐를 위해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자본가정권이 쳐놓은 노동자 분절 그물망을 과감히 뜯어버리고 공무원노조 투쟁에 헌신적으로 연대해야 한다.
자기사업장의 현안과 타사업장의 투쟁에 연결의 다리를 놓아야 한다.
노동자는 하나라는 구호를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재구성해야 한다.
파견법 철폐와 투쟁사업장의 요구를 하나의 노동자 요구로 받아 안아 사업장에서 정규직/비정규직 가릴 것 없이 똘똘 뭉쳐야 한다.

그래, 그래야 한다.
적들의 자신감에 찬물을 끼얹자.
적들의 더러운 미소에 침을 뱉자.
적들의 개같은 도발에 맞장을 뜨자.
잊지 말자.
작년, 우리가 몇명의 동지를 저 세상으로 보내야 했는지를.
이제 적들은 우리 모두를 죽이려 한다.
목에 칼이 들어오는데 가만히 있으면 바보가 아니고 무어란 말인가!

당장 내일부터 공무원노조 총파업에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투쟁을 지원하자. 연대하자.
파견법 입법상정시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당장 총파업을 조직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분투하자.
이제 패배감에서 헤어날 떄이지 않은가.
쏘주 한잔 빨며 그렇게 이빨까는 것이 지겨울 때도 되지 않았는가.

투쟁이다.
다시 벼른다.
투쟁이다.


노/동/해/방/쟁/취/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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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노대회를 앞두고 이런저런 생각

...

 

메이데이가 엊그제 같건만 벌써 노대회란다.

하긴, 메이데이든 노대회든 근 몇 년동안 똑같은 풍경에 질리기도 하다.

가끔씩! 잡히곤 하는 대규모 집회의 걷기대회에 긴장감이라곤 하나도 없다.

 

 

우리?

 

요즘 일하는 곳에서 무척이나 많은 생각들이 오고간다.

꽤 오래(?) 운동해 왔다고 생각했건만 올해는 유독 그 시간들이 무색할만치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뒤덮고 있다.

노동자계급을 부르짖었건만 정작 계급속에 내가 있었던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하게 한다.

혁명을 부르짖었건만 스스로 발딛고 있는 그 자리에서부터 혁명을 실천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가장 작은 것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한숨부터 내쉬었던 내 자신을 뒤돌아본다.

마음만 멀찍이 앞서 있어 정작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것에 손을 놓고 있던 내 자신을 뒤돌아본다.

그렇게 '우리'를 소망했건만 정작 나 혼자 '고뇌'하는 나를 발견한다.

그로부터 밀려오는 외로움에 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썰을 푸는 것에 자족하는 나를 본다.

정작 외로움을 해소해야 할 대상을 뒤로 하고 말이다.

어렵다며, 힘들다며, 너무 멀다며, 그런저런 핑계를 둘러대고 말이다.

 

 

우리!

 

이빨만 까는데에 능숙해 있었다.

대화하며 호흡하며 부대끼며 그렇게 주위를 나와 함께 하는 동지로 만들어가는데 미숙했다.

아니, 무능했다. 신경쓰려 하지 않았다.

들썩거리는 불만들, 그 날카로운 신경들, 그것들이 나를 새롭게 만들고 있다.

노동자들은 노예이지만 노예가 아니다. 자본주의의 천박한 굴레에 언제까지나 엮여있을 그런 존재가 아니다.

그래,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무엇을 가지고 어디에서부터 계급으로 우뚝 서느냐가 중요하다.

그것에 너무 무신경했다.

그저 전체정세와 동향에만, 그래서 전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만 골몰하는데 익숙했다.

이제 사람들 속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 안에서 그들과 함께 그 방향을 어떻게 만들것인지를 고민할 줄 알게 되었다.

시작은 소소하지만 방향은 그리 가야 한다.

뒤엎기 위해서. 노예의 족쇄를 깨부수기 위해서.

 

 

...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함께 하고 있는 동지들을 바라보며 할 수 있는 말이 되어서는 안된다.

더욱더 계급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그것을 계급대중 안에서 확인해야 한다. 확인받아야 한다.

지치는 현실 앞에서 함께 하는 이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겠지만, 그럴 때일수록 자신의 편을 만들어야 한다.

바로 지금, 내가 발딛고 있는 이 공간에서.

이곳에서 말이다.

투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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썼다 지웠다...

 

 

. 오늘도 썼다 지워버릴건가? 그럴지도...

 

간간히 둘러보는 이 곳..

여러 블로거님들의 이러저러한 고민, 사는 이야기들을 진지하게, 그리고 재미나게 보고 있다.

나 또한 함께 소통하고픈 마음에 자판을 두드리기를 몇 번 시도했지만 금새 지워버리곤 했었는데...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 보니, 이 곳에 들르는 것 자체가 소원해 지더라.

관심이 없어지더라. 그것이 익숙해지더라.

 

 

 

. 망설임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무엇을 가지고 화두를 던져야 할지 모르겠다.

은근슬쩍 몇 마디 던져보지만 동료들의 시큰둥한 반응에 나는 금새 힘이 빠져 버린다.

그러면서 문제를 외부로 돌려 버린다.

 

아직은 신생사업장이잖아.

회사 관리체계가 너무 정교해.

작업자들이 회사가 설파하는 이데올로기에 너무 감염되어 있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어.

돈만 벌면 되잖아?

 

쭉쭉 빠져나가는 기운을 주체할 수 없다.

하루에도 몇 번씩 무엇이 문제일까, 되뇌이고 또 되뇌여도 답은 보이지 않고 물음표만 내 머리속을 휘젓고 다닌다.

이래도 되는걸까? 이래저래 답을 내려보지만 마음 한 구석 찝찝한 것은 씻겨날 줄 모른다.

 

 

. 아직 연필도 쥐지 않았는걸...

 

그림을 그려보자.

무수히도 지껄였던 그 말이 얼마나 공허한지 모르겠다.

언제나 그림만 그렸던 것 같다.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아! 이 그림이 좋겠구나.

그런데 뜻대로, 그리고자 한 대로 그림이 현실에 옮겨진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단 한번도.

 

너무 안이하게 살아왔나 싶다.

너무 무책임하게 살아왔나 싶다.

이빨만 까는데 능숙하지 않았나 싶다.

호흡하자 했지만 정작 내 몸을 뒤로 숨기지 않았나 싶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함께 숨쉬는 것, 내가 너를 믿고 네가 나를 믿고, 그래서 언제든 함께 어깨 걸 수 있게 만드는 그 길에 나는 지금 단 한 걸음이라도 내딛고 있나...  

그런 생각들이 나를 뒤흔들고 있다.

 

 

 

. ...

 

껍데기를 무수히도 벗겨 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나에게는 벗겨내야할 찌꺼기들이 너무나도 많다.

새로운 외투가 필요하다고 투덜거렸지만, 오물로 뒤덮인 것들을 먼저 씻겨내야 한다.

가장 낮은 곳에서 함께 할 것이라 했지만, 아무도 가지 않으려 하는 그 곳에 나를 던지자고 했건만, 나는 여전히 머리로만 생각하고 있었던게다.

새로운 나, 지금부터일지 모르겠다.

언제나 그런 생각을 가졌다 생각하지만.

 

썼다 지워버리면 누군들 썼다 지운줄 알겠는고.

생각이 그러하면 일단 쓰자고.

기운차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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