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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1. 새로운 시작?

 

 

내 핸폰 첫 화면에 떠~억 하니 새겨져 있는 문구다.

 

그런데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은 없다는 걸 알았다.

언제나 나는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고 있었고

다만 그 시작, 그 처음이 어제와 그다지 많은 차이를 보이지 않기에 나는 일상이 언제나 똑같다고 느꼈을 뿐이다.

 

 

 

2. 일하며 다시 배우며

 

 

이제는 꽤 친해진 회사언니와 하루 좬종일 수다 떨면서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은 생각이다.

 

'새로운 시작이 있기나 한거야?'

 

물론 느긋하게 커피한잔을 사이에 둔 수다가 아니라 쏟아지는 물량들 속에서 오고 간 대화지만.

뭐, 어쨌든...

 

언니는 이제껏 내가 고쳐야 겠다고 혹은 조금은 고쳤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하나씩 끄집어 내어 고쳐보라고 충고한다.

보일듯 말듯 내비춘 나의 속내를 훤히 들여다 보는 듯한 언니는, 나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으며 나에게 한걸음 옮기는 법을 가르쳐 준다.

 

지긋지긋한 회사 일을 당장이라도 때쳐 치고 싶지만, '꿈'이 있기에 섣불리 일을 그만 둘 수 없는 언니는 7남매의 넷째이다.

복작대는 아홉 식구 안에서, 언니는 이미 살아남는 법을 알고 있었다.

초기에는 회사에 대한 불만을 머리 꼭대기까지 안고 살았지만, 그것이 자기 밥줄을 끊는 지름길이라는 걸 일찌감치 깨달은 언니는, 이제 누구보다도 회사생활에 열심이다.

그래서 그런지 일에 게으른 건 도저히 눈뜨고는 못보는 언니는, 틈만 나면 나에게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늘어 놓는다.

 

예전같으면 회사에 길들여진 인간이라며 버럭 성질부터 냈겠지만, 지금은 그럴 생각의 여유도 그리고 그러고 싶은 생각도 없다.

만약, 내가 언니였다면... 나도 똑같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3. 통하였느냐?

 

 

언니는, 그리고 나는 서로 통하자고 한다. 그리고 통하고자 한다.

언니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전부를 알 수 없다.

언니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런 우리가 만나 이 공간 안에서 서로 통하고자 한다.

그 통함. 그것이 곧 우리를 만들 것이다.

지금 언니가 어떤 사고방식과 행동패턴을 가지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 인간의 삶과 행동에도 적용된다면,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할 뿐이다.

언니와 나는 같은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언니와 나는 꿈이 다르지만 어쨌든 같은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4. 그래서 새로운 시작은 없다.

 

 

그래서 새로운 시작은 없다.

언제나 그것이 있다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건 당장 오늘과 내일의 일을 미루는 변명이지  않았나 반성하게 된다.

상황을 탓하며, 조건을 탓하며, 시기를 탓하며 매번 새로운 시작을 되뇌였지만, 정작 새로운 것을 일구지 못한 것은 나의 게으름과 나의 치열하지 못함에서 기인한 것 같다.

하루하루가 새롭고 치열하다면 새로운 시작을 꿈꾸지도 않을 것이다.

무언가 새롭다는 것은 일종의 기대와 모종의 의지를 북돋우기도 하지만, 노동자의 일상에서 그것은 바라기 어렵다.

대신, 끈질긴 그 하루하루를 새롭게(?!) 살면서 내일을 희망차게 만드는 것.

그것이 새로운 시작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나는, 너무 먼 것만을 생각해 왔지 않나 싶다.

참으로 어렵지만 가야 할 길이라면, 가고 싶은 길이라면 하루하루를 긴장의 끈으로 얼기설기 엮어 마침내 보고픈 그 종착역 아닌 종착역에 기필코 다다라야 한다.

물론...

종착역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갈 거다.

 

 

언제나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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