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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가 잘려나가도 참아야 한다?

제목을 써놓고 보니 다시 섬뜩해진다. ㅡ.ㅜ

 

 

1. Hanna's War

 

때는 대략 일주일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개인적 사정으로 회사를 그만둔지 며칠되지 않은 그 때, 나는 낮밤이 뒤바뀌어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켠 TV에서는 야시시한 영화들이 방영되고 있었고, 나는 괜찮은 영화가 없나 싶어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고 있었다.

 

마침 '한나의 전쟁'이라는 영화를 발견했고, 영화는 중반스토리를 치닫고 있는 듯 했다.

영화의 배경은 2차 세계대전 시기의 헝가리였고, 주인공은 이십대 초반의 한나라는 이름을 가진 유태인 여성이었다.

당시의 사정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관계로 설명이 정확하고 충분하지 않지만 정리해 보면

;그 당시의 헝가리는 나치독일에 충성을 맹세한(?) 정부에 의해 반유태인 정책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었고 이에 따라 유태인들은 나토로 내몰려 하루하루를 긴장속에 살고 있었다

;주인공 한나는 헝가리가 아닌 팔레스타인 유태인 정착촌에서 살고 있었는데(영화를 중간부터 봐서 주인공이 어떤 연유로 그곳에서 살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_-;;), 그녀의 어머니는 여전히 헝가리에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그녀의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많은 수의 헝가리 거주 유태인들은 나치스의 폭압속에서 지난한 탄압을 받고 있었다

;한나와 그의 동료(동지)들은 그/녀들을 구출하기 위해 헝가리 잠입을 시도한다

;그들의 계획(활동)은 굉장히 비밀적이었고 조심스러웠으며, 헝가리 정보경찰과 게쉬타포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연락망과 접선경로를 모두 암호화/비밀화했고, 적발시에는 중요한 문서와 자료의 소독은 필수였으며 그 최후의 대처를 위해 자살용 권총을 모두 소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부의 동요하는 분자들이 늘 그러하듯, 그들은 자신을 포함한 조직의 계획보다 자신의 안위와 생명을 더욱 중시했다. 이 과정에서 한나는 동료의 사실상의 배신으로 말미암아 정보경찰에 발각, 끌려가고 만다. 그리고 그 동료는 결국 나치의 총에 맞아 최후를 맞는다

;헝가리 정보경찰은 직감적으로(-_-;;) 한나가 이야기하듯 영국군 소위가 아님을 깨닫고, 헝가리 국적을 가지고 있음과 본명을 이야기할 것을 끊임없이 추궁한다. 혹독한 매질과 잠안재우기, 손톱뽑기 등의 참혹한 고문속에서도 한나는 끝까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가 끝내 자신의 본명을 말하게 되는 결정적 고문(그 때 잠깐 졸아서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으나, 전기고문 아니면 벌겋게 달아오른 인두로 살을 태우는 고문 둘 중에 하나였던 것 같다)이 그것이었다. 한나는 자신을 그렇게도 못 살게 구는 고문관에게 본명을 말하게 된다. 그러나 그 이외의 것은 발설하지 않게 되는데...

;어찌 되었든 한나가 그 처절한 고문을 버티어 내면서 고문관들은 그녀에게 더 이상의 고문을 자행하지 않게 된다. 다만, 그녀의 어머니의 안위를 내세워 그녀에게 협박아닌 협박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 어머니에 그 딸이라 했던가. 그녀의 어머니는 외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시도하며 딸의 선택과 결정에 자신이 방해되지 않게 하려 한다

;이 후의 줄거리는 2차 세계대전이 종료로 치닫던 시기 한나가 재판장에서 이야기했던, 그녀의 굽히지 않는 신념으로부터 자신이 재판관들에게 받았던 그 심문을 당신들이 머지 않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던 것 때문이었을까. 재판관들은 일주일 후에 잡힌, 형을 확정하는 재판(이걸 모라고 하던데.. 용어가 기억안남. -_-;;)에 모두 참석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그녀를 그렇게도 고문하고 회유하던 장교들은 재판결과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자신들의 직권으로 총살형에 처하게 된다. 러시아 군대가 부다페스트로 진격하고 있을 그 때에.

 

영화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이렇게까지 길게 영화의 줄거리를 설명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얼마 후에 꾼 꿈 때문이다. 

 

 

2. 사지가 잘려나가도 참아야 한다.

 

이것은 2시간여의 낮잠을 자면서 꾼 꿈인데, 일어나보니 웃옷이 식은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잠에서 깨어나서도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으면서, "이게 도대체 뭔 꿈이다냐"를 되뇌였다.

 

꿈의 줄거리를 요약해 보겠다.

;나는 지금 한명의 남자와 두 명의 여자와 함께 있다. 그들의 인상착의는 기억나지 않는다. 남자와 여자라는 성별만이 구분될 뿐이다. 그들과 나는 서로 알고 있으나 관계가 그다지 밀접하지는 않다  

;장소는 밖이 훤하게 보이는 2층 혹은 3층 높이의 방이다. 방 안에는 침대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고 이상한 비닐포대 하나가 바닥에 깔려 있다

;그런데 나는 세명의 남녀를 지켜보고 있다. 그들은 그 방에 있고 나는 없다. 그들은 내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것 같으나 나는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남자가 방안을 나가고 여자둘이 무엇인가를 이야기한다. 한 여자는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한 여자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간간히 고개를 끄덕인다. 곧 그 남자가 들어온다. 손에는 칼같이 날카로운 것들이 쥐어져 있다

;남자가 들어오자 여자는 비닐포대에 눕고 남자는 그녀의 사지를 잘라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선 덩그러니 남은 몸뚱이의 살갖을 벗내내기 시작한다. 사지가 잘리고 있는 그녀는 뭐라뭐라 말하는 것 같은데 그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장면이 바뀌어 이제 내가 그 방에 있다. 한명의 남자와 한명의 여자, 그리고 내가 거기에 있다. 장면은 이전과 정말 똑같이 반복된다. 남자가 나가고, 여자가 나에게 뭐라뭐라 계속 말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이야기에 동감한다(그런데 그것이 무슨 이야기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_-;;). 그리고 우리는 남자가 돌아오길 기다린다

;그런데 남자가 오지 않는다. 한 여자는 불안해하며 "왜 안오지?"를 연신 말하고, 나는 그때부터 불안해진다

;이를 어쩌지, 사지가 잘려야 하다니, 거기다 살갖까지 벗겨져야 하다니, 왜 이래야 하는거지, 사지가 찢겨나가면 이제 어떻게 살아야하지, 차라리 죽는게 나을거야 등등. 나는 꿈을 꾸는 와중에도 생생하게 그것을 되뇌이고 있다

;그 때 그 여자는 나에게 잠깐 기다리라며 남자를 찾으러 갔다오겠다고 한다. 나는 한동안 방안을 서성이며 고민하다가 결국 방에서 나오고 만다. 거리는 죽 뻗은 대로에 간간히 골목길이 있는 곳이었고 나는 앞만 보고 무조건 달린다. 한참을 달리다 뒤를 돌았더니 두 남녀가 나를 쫒고 있다. 나는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 타고 나서는 중간에 버스를 갈아타고 기차를 탄다. 기차에 오르고 나서 나는 꿈을 깬다

 

오! 맙소사!

도대체 이게 무슨 꿈이란 말이냐. 등짝이 땀으로 홀딱 젖은 모습에 다시 한번 놀란다.

 

 

3.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한다?

 

그 꿈의 기억이 너무나 생생해 섬뜩하기만 하다.

나의 심리상태가 엉망인지, 아니면 머지 않아 닥칠 좋지 않은 불행의 기운을 암시하는 건지, 단순히 영화의 고문장면이 깊게 각인되어 꾼 꿈에 불과한지, 도대체 이 꿈의 정체가 무엇이란 말이냐.

 

그런데 내가 갈등했던 그 순간, 그 순간의 고민들이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다.

활동에 있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정의 희생이 필요한 부분은 당연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희생을 단순히 개인적인 것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어깨걸고 있는 동료들과 전개하는 모든 활동이 승리로 마감되게 하기 위한 것의 일환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개인의 모든 것을 앗아가는 형태로 드러난다면, 더 이상의 활동이 불가능해질 정도의 희생을 요구하거나 혹은 노동마저도 못할 정도로 육체적인 것까지 빼앗아가는 형태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거부해야 되고 할 수 있어야 한다.

정말 몇 분 후에 내 사지가, 내 동의하에 잘려나간다고 생각하자, 나는 정말 죽고 싶었다.

그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분 드러운 꿈임은 틀림없다.

 

덕분에 나는 지금의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다시 잡았다.

무어, 이건 꿈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기성찰의 재료중의 하나가 며칠전의 꿈이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혹독함 속에서도 자신을 잊지 않고, 동료를 배신하지 않고, 승리의 그 날을 위해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았던 그녀, 한나처럼, 그렇게 살기 위해 다지고 또 다져야겠다.

아싸~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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