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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들-다시 싸움을!

1. 그 날들

나는 아직 그 날들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 날들은 여전히 현실이다.

98년 종로의 기억이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은 그 때 비로소 거리를 느꼈기 때문일게다.
목에 핏대를 세우며 외치던 함성이 거리를 가득 메우던 그 감동,
가진 것이라고는 몸뚱아리 하나가 전부인 노동자들의 그 깡다구,
처절하게 싸우면서 여기저기 부상투성이어도 동지들 앞에 내색도 않던 그이들과 함께였기 때문일게다.

그 후에도 수없이 이어졌던 거리의 기억들.
99년의 관악을 메우던 서지 투쟁도, 00년초입부터 인천을 불바다로 만들었던 대자 동지들의 투쟁도, 거리로 나앉게 생겼던 울산노동자들의 가열한 투쟁들도, 01년의 한통계약직 투쟁도, 그리고 03년의 열사투쟁도, 04년 박일수 열사 투쟁도, 자결도, 크레인 점거도 불사하는, 처절함마저 느끼게 하는 투쟁들.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지는 힘겨운 싸움들.

그렇게 끊이지 않고 터져나오는 투쟁들.
그렇게 이어져온 그날들.
그러나 변한 것은 별로 없다.



2. 그 이들

그 날들 속에 함께 했던 이 중에는 떠난 이도 있고, 남아 있는 이도 있다.
죽어서 떠난 이도 있었고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돌아선 이도 있다.
떠난 이들은 가끔씩 과거를 추억하며 현실의 자신을 책망하기도 하지만, 그러나 그 날들을 함께 했던 그 이들은 나에게 너무나 소중하다.
그러나 그들이 배신자가 되어 내 앞에 서게 된다면 나는 도대체 어떻게 그들을 대해야 한단 말인가.



3.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 날들

설마설마했지만 동지들이라 믿었던 자들이 하루아침에(?) 적이 되어 눈앞에 섰다.
팔뚝에는 질서유지대를 완장을 차며 '다수파'라는 이유로 그들만의 민주주의를 소리높여 외친다.
'소수파'는 극좌파의 좌익맹동주의라는 이데올로기 공격에 속수무책이다.

역사는 이 순간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 흥분하여 말하지만, 정작 현실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명확히 제출하지 못한다.
절절하게 호소하는 총파업 요구는 우리의 무능력만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총파업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어디에서부터 시작할 것인지조차 구체적이지 못하다.
뿌리깊게 자리잡은 개량주의의 근원을 도려낼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싸움이 무엇인지에 대해 그 누구도 속시원히 대답하지 못한다.

싸움은 여전히 쳇바퀴를 돌고 있다.
싸움의 내용도 총파업 요구 이상을 나가지 못한다.
싸움의 방식 또한 말할 것도 없이 '윗대가리들'만 겨냥할 뿐, 대중과 함께하는 싸움은 조합투쟁을 제외하면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민주노총'식'의 총파업이 아닌 아래로부터의 대중적인 총파업이 무수한 패배를 겪으면서 현실화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이를 근거로 총파업 이상의 요구가 추상적인 내용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아래로부터의 총파업 자체가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한단 말이냐.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 날들이 바로, 지금, 지나가고 있는데 말이다.



4. 다시 싸움을!

솔직히 나 또한 민주노총의 작태를 보면서, 그리고 사회적 합의주의의 완전정착과 그로 인해 닥쳐올 노동자 생존권의 완전박탈을 목전에서 지켜보면서 무엇을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하고, 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제출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일단 전노투의 투쟁을 지지한다.
다시 그러나, 전노투의 투쟁을 지지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될 수는 없다. 되어서는 안된다.
전노투의 싸움은 그 내용에 더욱더 과감하고 구체적인 것을 포함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방식과 계획/일정은 보다 치밀하고 아래를 향해야 한다.
이미 반동의 길로 들어선, 배신자 민주노총 지도부의 작태와 경향을 분쇄하기 위해서는 오직 아래로부터의 투쟁, 계급대중의 압박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것은 결코 내부의 적만을 물리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심장을 겨누는 싸움이 되어야 한다.

3월 15일, 그리고 오늘은 이미 '그 날들'도 기록되었다.
이후에 이어질 '그 날들'은 계급성과 당파성으로 무장한 노동자계급이 승리의 깃발을 내리꽂을 수 있도록, 그렇게 채워질 수 있도록, 분투, 또 분투해야 한다.
동지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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