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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와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고

송탄에 있는 큰누나네 가다보면 허름한 구멍가게가 하나 있다. 그 집에 냥이 한 마리가 있는데 가끔씩 내가 가서 아는 척을 하곤했다. 묶여있을 때도 있고, 없는 경우도 많았다. 모처럼 이녀석이 있기에 오랜만에 이녀석과 놀려고 가까이 갔는데 세상에...


한쪽 눈이 반쯤 썩어 있는 거였다. 그래 곪았다는 표현보다는 썩었다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였다. 고름이 뚝뚝 떨어지고, 내가 부르니까 애처롭게 울어댔다. 다친지 좀 된 것 같은데 아무래도 냥이 주인이 그냥 내 버려 두는 것 같았다. 서울로 올라오면서 고민에 빠졌다. 이 녀석을 어찌해야하나. 요즘 목돈 들어갈 일이 생겨서 빚내서 살고 있는 주제에 이 녀석 수술비를 감당해야 하나? 얼마나 들려나? 어쨌든 주인이 있는데 내가 나서는게 주제넘어 보이진 않을까? 그냥 못본척하고 넘어가면 아무래도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았다. 어쩌겠능가. 더 이상 고름이 나오지는 않고 있었다. 주인과 얘기했는데 내가 예상한데로 돈 걱정 때문에 병원에 못데려가고 있었다. 너무 상태가 안좋아서 항생제 주사를 사다가 놔줬다고 한다.(시골에는 가축 때문에 동물용 약품을 파는 곳이 많다) 눈동자는 더 이상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시뻘건 살덩이로 변해있었다. 고양이가 좋아서 키운게 아니라 쥐 때문에 키웠고, 이렇게 되자 차라리 집을 나가 버리길 바랬는데 그러지도 않아서 고민이라고 했다. 멀리 내다 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고양이는 함부로 내 버려서는 안된다는 동네어른의 말 때문에 그냥 데리고 있다고 했다. 주인에게 내가 치료해도 되겠냐고 했더니 "미안해서 그러지, 치료만 해주신다면 저희야 고맙죠." 그 근처 동물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자기네는 수술 못하니까 서울에 있는 큰 동물병원에 가보라고 한다. 아무래도 수의사가 아니고 그냥 동물관련 용품과 약품을 파는데 간단한 치료정도 하는게 아닌가 싶다. 이틀후 다시 내려가서 서울로 데려왔다. 꼬마 아이들이 캐리어에 있는 나비를 보고 고양이라고 구경하러 왔다가, 눈을 보고는 꽥 소리를 지르고 도망간다. 그러게 내가 흉하다고 경고했건만. 눈을 적출하고 꿰맸다. 작은방에 녀석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로드 때문에 방에 따로 두는 수밖에 없다. 스프레이가 걱정되서 중성화수술도 함께 시켰다. 냥이 사료도 사고, 모래도 사고, 구충제도 먹이고. 내일은 실밥 풀러간다. 사람들은 좀 특별한 녀석들을 기르고 싶어서 적지 않은 돈을 들이기도 한다. 내게도 아주 특별한 냥이가 생겼다. 애꾸눈 고양이.^^ 2004.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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