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놉티콘(panopticon) 뒤로 숨은 권력의 전략! - 감시를 통한 훈육



“죄인의 가슴과 사지를 뜨겁게 달군 쇠집게로 고문하고,국왕을 살해하려 한 단도를 집어 유황불로 지지고…(『감시와 처벌』1부「신체형」 중)”


법률 기록에 의하면 ‘감금’ 이전의 형벌은 ‘수형자의 신체’, 즉 끔찍한 체형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형식들은 많은 재원을 필요로 하였고, 비용 부담이나 집행 절차에 있어 국가가 관리해야 할 것이 많았다. 또한 잔혹한 처형 장면으로 대중의 폭동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따라서 권력은 새로운 전략을 세우게 된다. 18세기에서 19세기로 들어서면서 차츰 과시적 의식으로서의 체형, 그리고 감금형과 강제노동 등 새로운 형태의 형벌이 도입된다. 이것을 진보된 형태의 형벌로 보고 인본주의적인 변화로 진단하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푸코는 그것에 회의적이었다. 형벌의 변화는 한계에 부딪힌 권력이 그 대안으로 전략 · 전술을 바꾼 결과일 뿐이라고 보았다.


일망 감시체제: 파놉티콘


18세기 말 영국의 제레미 벤담은 <파놉티콘>이라는 이름의 아주 특수한 건축 설계도를 고안했다.


독방에는 두 개의 창문이 있는데, 하나는 안쪽을 향하여 탑의 창문에 대응하는 위치에 나 있고, 다른 하나는 바깥쪽에 면해 있어서 이를 통하여 빛이 독방을 구석구석 스며들어 갈 수 있다. …역광선의 효과를 이용하여 주위건물의 독방 안에 감금된 사람의 윤곽이 정확하게 빛 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탑에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일망 원형 감시의 이 장치는 끊임없이 대상을 바라볼 수 있고, 즉각적으로 판별될 수 있는, 그러한 공간적 단위들을 구획 정리한다. …충분한 빛과 감시의 시선이, 결국 보호의 구실을 하던 어둠의 상태보다 훨씬 수월하게 상대를 포착할 수 있다. 가시성의 상태가 바로 함정인 것이다. (『감시와 처벌』중)




애초에 파놉티콘은 감옥 건축을 위해 고안되었다. 그러나 푸코는 파놉티콘이 감옥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학교, 병원, 정신병동, 공장, 병영, 즉 개인들의 감시와 거기와 관련된 조직의 문제를 전제하는 모든 기관들의 구축에도 확대 적용되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일상에서 흔히 시간을 보내는 거의 대부분의 기관들이, 권력으로 하여금 우리를 감시하기 쉬운 구조로 지어졌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이러한 감시 형식은 놀라운 훈육효과를 허용한다. 개인들을 서로 분리시키고, 계측과 검증이 가능하며 보다 쉽게 통제가 가능한 개인들을 추출해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파놉티콘은 학생, 수감자, 병자, 혹은 광인에게 빛 속에서 항시 그들을 염탐하는 감시인들이 있고, 잠재적으로 자신들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심어준다. 이러한 가시성의 체제 하에서 매 순간 감시 받는다는 것을 자각하는 각각의 개인은 자기 자신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자기 자신을 스스로 감시하고 억압한다.

덕분에 권력은, 감시를 통해 생명을 가두거나, 제거하거나, 억압하지 않고서도 개인의 신체와 행동에 훈육효과를 발생시키게 되었다.


감옥의 구조로 권력의 숨은 의도를 파헤친 푸코의 놀라운 연구 성과는, 우리가 우리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 권력에 훈육되고 있었을지 모른다는 섬뜩한 자각을 깨우쳐준다.

--- 심세광 <미셸 푸코 가로지르기> 중에서 (출처 : 아트앤스터디 지식메일)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TAG

Trackback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nomad22/trackback/125

Comments

What's on your mind?

댓글 입력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