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푸른 하늘, 칭기스 칸



- 몽골인에게 유일한 신은 지평선에서 지평선까지 사방을 가득 채운 ‘영원한 푸른 하늘’뿐이었다. 이 신은 땅 전체를 관장했다. 또 이 신은 죄인이나 우리에 갇힌 짐승처럼 돌로 지은 집에 가두어 놓을 수도 없었으며......신의 말을 붙잡아 책 속에 집어넣을 수도 없었다.

0. 칭기스 칸의 목소리는 소박하고, 분명하고, 상식적이다. 그는 자신의 적들이 쓰러진 것을 자신의 우월함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능력 부족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나 자신에게는 특별한 자질이 없소” 그는 ‘영원한 푸른 하늘’이 “오만과 지나친 사치” 때문에 주변의 문명을 벌했다고 말한다.

1. 몽골군은 평생 유목민 생활을 해온 사람들로 일찍부터 이동하며 싸우는 법을 배웠다. 농민 출신의 병사들에게 달아나는 것은 패배였고 추적하는 것은 승리였다. 정주하는 병사들은 공격하는 군대를 어떤 장소로부터 몰아내고자 했다. 반면 유목민은 적을 죽이려고 했다. 공격하다 죽이건 달아나다 죽이건 상관없었다. 달아나면서 이기는 것 역시 제자리에 머물러 이기는 것과 다름없는 어엿한 승리였다. 몽골군은 적을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에서 끌어내면, 동물의 대규모 이동을 관리할 때 사용하던 기술을 이용했다. 몽골군은 추적자들이 그들을 따라오면서 긴 줄로 늘어서게 했다. 그렇게 되면 적의 방어력이 약해졌으며, 몽골군은 그들을 함정으로 끌여들여 쉽게 공격할 수 있었다. 아니면 작은 분대로 나뉘어 달아나면서 추적하는 적 역시 작은 무리로 나누어 놓았다. 그렇게 하면 적을 좀더 쉽게 요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 칭기스 칸은 전쟁을 위해 “모자를 벗고, 얼굴을 땅으로 향하여 사흘 낮밤을 기도하면서 ‘내가 먼저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으니 복수를 할 수 있는 힘을 달라’고 말했다. 그런 뒤에 산에서 내려와 작전을 숙고하고 전쟁 준비를 했다”

3. 전쟁에 임하는 칭기스 칸은 “분노의 회오리바람이 불면서 인내와 자비의 눈에 흙이 들어갔고, 진노의 불이 사납게 타오르면서 그 눈에서 물이 말랐으니 그 불을 끌 수 있는 것은 피 밖에 없을”것이라는 말했다. “사람이 알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은 적을 정복하여 눈앞에서 몰아내는 것이다. 그들의 말을 타고 그들의 소유를 빼앗는 것이다. 그들에게 귀중한 사람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보는 것이다”

4. 칭기스 칸은 지도력의 첫 번째 열쇠가 자기절제라고 가르친다. 특히 자만심과 분노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한데, 자만심을 누르는 것은 들의 사자를 제압하는 것보다도 어려우며 분노를 이기는 것은 가장 힘센 씨름꾼을 이기는 것보다 어렵다고 말했다. “자만심을 삼키지 못하면 남을 지도할 수 없다.” 절대 자신이 가장 강하거나 가장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아무리 높은 산이라도 그 산에 사는 짐승들이 있다. 그 짐승들이 산꼭대기에 올라가면 산보다 더 높아진다.

5. 칭기스 칸은 “지도자의 전망이 절대 원로들의 가르침으로부터 멀리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말하면서 “낡은 델이 더 잘 맞으며 늘 더 편안하다. 이 옷은 거친 덤불속에서 힘겹게 살아도 잘 버텨주지만, 새 델이나 입어보지 않은 델은 금방 찢어져 버린다.” 칭기스 칸은 자신의 수수하고 소박한 생활방식에 따라 자식들에게도 물질적인 천박함이나 허튼 쾌락을 추구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좋은 옷을 입고, 빠른 말을 타고, 아름다운 여자들을 거느리면 자신의 전망이나 목표를 잊기 쉽다.“ 그런 사람은 ”노예나 다름없으며, 반드시 모든 것을 잃고 만다.“
“나는 소치는 목동이나 말을 모는 사람들과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음식을 먹고 있소. 우리는 똑같이 희생하고 똑같이 부를 나누어 갖소”라고 말하면서 “우리는 늘 원칙에서 일치를 보며, 서로에 대한 애정으로 결합되어 있소”라고 고백한다.

* 델(deel); 몽골의 전통 겉옷
* -Jack Weatherford. 정영목 옮김. [칭기스 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사계절-에서 발췌.





1227년(*주) 유목론 또는 전쟁기계



공리1- 전쟁기계는 국가 장치 외부에 존재한다.
명제1- 이러한 외부성은 먼저, 신화, 서사시, 연극 그리고 게임들에 의해 확인된다.

1. 국가장치의 두 극
*인도-유럽 신화에서 나타나는 정치적 주권: ‘마법사-왕’, ‘판관-사제’라는 두 극; 밝음과 어두음, 격렬함과 평온함, 신속함과 장중함, 공포와 규율, 구속과 계약→이런 대립은 상대적 일뿐이며 분할이나 통일체를 구성하는 하나의 쌍(서로 교대하면서 기능한다.)이다.
⇒ 두 극은 국가장치의 주요 요소로서 이항적 구분을 분배하고 내부성의 환경을 형성, 이중분절이 국가 장치를 하나의 지층으로 만든다.

2. 국가장치에는 전쟁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국가가 전쟁을 통하지 않고 폭력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경우: 군인대신 경찰관과 교도관을 동원, 전투를 방지하면서 장악하고 속박하는 기능.
*국가가 군대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 전쟁의 법률적 통합과 군사 기능의 조직화가 전제.

3. 전쟁기계는 다른 곳(외부!)에서 온다.
*전쟁 기계는 국가 장치와는 다른 종류, 다른 본성, 다른 기원을 가지고 있다.

4. 전쟁기계와 국가장치의 비교
*장기와 바둑: 장기는 구조적으로 기능, 제도화되고 규칙화되어 있는 전쟁, 전선과 후방 다양한 전투들이 코드화되어 있다. 닫힌 공간을 분배→홈패인 공간. nomos
바둑은 투입 또는 배치 기능을 수행(바둑알은 경계짓기, 포위하기, 산개하기), 전선없는 전쟁, 충돌도 후방도 없으며 심지어는 전투마저 없는 전쟁. 열린 공간의 분배→매끈한 공간. polis.

5. 전사
*국가의 관점에서 보면 전사의 독창성과 기인한 성격은 부정적인 형태로 드러난다.→따라서 전사란 언제라도 군사적 기능을 포함해 모든 것을 배반할 수 있는 사람이거나 아무 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칭기스칸)이다.

6. 국가 자체는 전쟁기계를 가지고 있지 않다.
*국가는 군사제도 형태로서만 전쟁기계를 전유할 수 있지만 이 전쟁기계는 끊임없이 국가에 문제를 제기한다.(유목민의 전쟁사)

7. 클라이스트의 작품
*전쟁기계를 국가장치에 대립, 산적떼/비밀, 속도, 정동/외부성에 의한 엄청난 속도와 발진력/정동(affect)는 전쟁무기이다. 정동의 탈영토화 속도/수없이 부서진 원환들/몸짓이나 감동의 탈주체화/죽을 힘을 다하는 광기와 응고된 긴장의 연속적인 질주

*스모선수, 바둑기사

8. 국가에 환원불가능한 전쟁기계가 국가에 도전할 수 있는 혁명력을 갖춘 사유기계, 사랑기계, 죽음기계, 창조 기계로 생성가능한가?

문제1- 국가장치의 형성을 방지할 수 있는 수단은 존재하는가?
명제2- 전쟁기계의 외부성은 민속학에 의해서도 똑같이 확인된다.

1. 국가가 존재하지 않는 원시공동체.
*원시사회의 메카니즘은 국가장치의 형성을 저지하고 불가능하게 만드는 장치!-추장(chef)은 위신과 설득과 집단의 욕망을 미리 간파하는 것 이외에는 어떤 제도적, 정치적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으며, 따라서 추장은 권력자이기보다는 리더나 스타와 같은 존재, 항상 인민들에게 부인당하고 버림받을지 모를 위험에 처해 있는 존재이다.

2. 전쟁은 국가를 반대한다. 그리고 국가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쟁은 국가를 저지하고 물리치는 사회 상태의 한 양태이다.

3. 국가형성을 억제하는 여러 가지 집단적 메카니즘
*패거리나 무리: 보고타 거리의 청소년 갱 집단은 공동 도둑질(절도)과 공동분배 후 해산, 문제가 발생시 집단적 탈퇴, 15세가 되면 갱을 탈퇴해 독립한다
*동물의 무리에서도 리더제는 복잡한 메카니즘을 지니고 있다: 최강자가 리더가 아니라 내적인 관계들의 짜임에 의한 것으로 안정적인 권력의 설치를 억제한다.
*‘사교성’의 형식: 사교집단은 사회집단처럼 권력의 중심과의 관계가 아니라 위신을 전파(분산)함으로써 움직인다.
⇒무리나 패거리는 리좀유형의 집단으로 권력형 기관 주위에 집중되는 나무형 집단과 대립된다. 따라서 패거리, 도적떼, 사교계는 전쟁기계가 변신한 모습이다.

4. 전사와 전쟁기계의 규칙들-국가형성을 저지하는 것들(전사의 특징); 근본적인 무규율성, 위계제도에 대한 문제제기, 버림이나 배반을 통한 끊임없는 협박, 민감한 명예의식.

5. 국가의 출현: 국가는 전쟁의 결과이기보다는 경제적 혹은 정치적 힘들의 진전으로서 설명된다. 따라서 국가는 진화가 아니라 갑작스런 돌연변이(‘씨족에서 제국으로, 패거리에서 왕국으로’라는 낡은 시나리오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진화가 아니라 절단이다)

6. 국가는 완성된 모습으로 항상 존재해 왔다(‘원국가’의 가설): 국가는 항상 외부와 관계를 맺어 왔다. 국가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내부와 외부의 법칙이다. 따라서 보편적인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7. 국가나 전쟁기계를 독립성의 관점이 아니라 영구적인 상호작용의 장 속에서 공존과 경쟁의 관점에서 외부성과 내부성, 변형의 전쟁기계와 동일성의 국가장치, 패거리와 왕국, 거대기계와 제국에 대해 사고해야 한다. 동일한 장이 국가 안에서 자신의 내부성을 한정할 뿐 아니라, 국가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나 국가에 대항하는 것 안에서 자신의 외부성을 서술한다.


(*주) 1227년(1227년 8월 18일)은 징기스 칸[그의 본명인 테무진은 ‘대장장이’라는 뜻으로 그의 아버지 예수게이가 패배시킨 적장의 이름을 본뜬 것이다]의 사망을 말한다. 천개의 고원은 ‘목차를 보면, 사건들로 가득 차 있다. 1914년 전쟁 그리고 ’늑대인간‘의 정신분석, 1947년 아르또가 기관없는 신체를 알게 된 해, 1874년 바르베 도르빌리(Barbey d'Aurevilly)가 중편소설을 이론화한 해, 1227년 징기스 칸의 죽음, 1837년 슈만의 죽음......여기 날짜들은 곧 사건들이자 연대기적 진행성을 잃어버린 흔적들이다. 천개의 고원은 사고들로 가득 차있는 셈이다.’(Deleuz. Gilles[1980]. 김종호 옮김. 2000. 『대담 1972~1990』. 솔. p.55.) 들뢰즈는 천개의 고원은 개념들로 가득 찬 책이며, 그 개념은 사건을 말하는 것이지 본질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따라서 천개의 고원은 비개성적이고 비사물적인 개별화를 가르키는 것이다.(같은 책 p.56. 참고)


-Deleuze, Gilles and Guattari, Félix[1980]. 김재인 옮김. 2001. 『천개의 고원』. 서울: 새물결. [12. 1227년 유목론 또는 전쟁기계]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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