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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꿈 권하는 사회 ...


 

 

1851 ; Oil on canvas, 55.5 x 46 cm (21 7/8 x 18 1/8 in)

 

 

한국의 이발사들이 가장 좋아했던 화가인 Jean F. Millet(1814~1875)의 [The Walk to Work (Le Depart pour le Travail)]입니다.

 

밀레는 Gustave Courbet를 이어받아서, 도미에와 함께 사실주의 화풍을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서, 장학금을 받으면서 파리에 진출했지만, 경제적 곤란때문에 누드화를 그리기도 했지만, [밀레는 나부밖에 그리지 못한다]는 말에 충격을 받아서 파리 근교의 바르비종으로 이주하게 됩니다.

 

바르비종으로 이주하기 전에도 농민들의 삶을 그린 그림들이 있지만, 바르비종으로 옮긴 후, 그의 그림은 현실-그것도 힘든 노동과 빈곤에 허득이던 농민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그릴 수 있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밀레의 그림에는 어떤 영웅도 역사적인 사건도 없지만, 이름 없는 농민들의 삶의 모습을 통해 우리들에게 노동의 아름다움을 전해 줍니다.

 

그림은 아침에 일하러 걸어 가고 있는 젊은 부부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바르비종의 거친 대지밖에 의지할 곳이 없지만, 농부의 굵은 다리와 힘찬 걸음에서 변혁의 주역으로서의 민중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반면, 조잡한 의복과 신발, 그리고 왠지 보는 사람들을 우수에 젖게 만드는 분위기 연출은 당시-지금이라고 해서 달라진 것도 없습니다만 - 농민들의 힘든 삶을 느끼게 해줍니다.

 

밀레에게 있어서, 아름다움이란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노동이 보여주는 모습들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네 멋대로 지껄임

 

신문기사를 보면, OO열풍, OO붐 등의 제목을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전국민의 한방부르스 로또열풍, 미국의 서부시대를 능가하는 폐광에서 금 찾는 정선카지노, 재건축아파트붐 등등, 이 모든 것들이 대상과 이름만이 바뀌었을 뿐 일확천금의 신화를 쫓는 한국민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확천금 ...... 그 사전적인 의미는 힘들이지 않고 단번에 많은 재물을 모으는 것입니다. 이 흔들림없는 신화를 보고 있으면, 김유정의 [금 따는 콩밭]이라는 소설이 떠오릅니다.


 

농촌에서 성실하게 소작을 하는 영식이, 친구의 꾐에 빠져서 금을 찾기 위해서 소중한 콩밭을 파헤칩니다. 이 모습을 본 동네주민들이 만류해 보지만, 아내의 부추김도 있어서 더욱 더 금찾기에 열광합니다. 생활은 한층 더 궁핍해지고, 마침내 체력까지 고갈되어 인간 폐인이 됩니다. 이 모습을 본 친구는 책임추궁이 두려워서, 황토를 금맥이라고 속이고 그날밤에 도망칠 궁리를 합니다.

 

소설에서는 친구가 충동질하고 아내가 부추기지만, 지금의 현실에서는 매스매디어가 국민들을 충동질하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추기고 있습니다.

 

CF에서 배용준이 나는 [부자아빠]를 꿈꾼다는 말한마디가 도화선이 되어서, [부자아빠]되는 법이라던지 [일확천금]에 성공하는 법 등의 글들이 홍수처럼 밀려오고 있습니다. 부자의 기준을 100억정도라고 (51%의) 어린이들이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100억 ...... 정말 꿈같은 금액입니다. 솔직히 소시민인 저같은 사람으로서는 가늠이 되지 않는 액수입니다.

 

이 꿈같은 100억이라는 돈이, [일확천금]의 신화에서는 하늘 나라가 아닌 현실이 됩니다. 지방세수의 확대와 낙후된 지역발전 등의 슬로건 아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일확천금]신화의 기반을 마련해 준 것입니다.

 

하룻밤 꿈 잘 꾸어서 로또 당첨되면 100억+의 금액이 자신의 것이 된답니다. 생업을 포기하고 정선의 폐광의 슬롯머신을 도구 삼아 금을 찾는 사람들, 벼락맞기보다도 더 힘든 로또에 열중하는 소시민들, 은행 대출 등 모을 수 있는 돈을 전부 모아서 복부인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우리네 어머니와 아내들. 알게 모르게 [일확천금]교의 신도가 되어 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더 이상 노동은 신성한 것도, 땀 흘려서 일하는 것이 바보같고 어리석은 사람의 전형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내 손에 로또와 칩을], 그리고 돼지꿈을 쫓는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 - 그만큼 희망이 없는 세상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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