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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사용자 삽입 이미지  김진명 소설 1026.

 

 

 

 내가 김진명 소설을 처음 접했던 것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였다. 데뷔작이면서도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던, 그리고 하나의 신드롬까지 일었던 그 책 말이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한반도의 근현대사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룬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했던 시대였다. 대부분의 근현대사를 다룬 역사서들이 '금서'였으니 말이다.

 

 93년 여름 제1회 수학능력시험을 치루고, 수업시간에 우린 할일이 없었다. 이미 모든 진도를 끝내고 시험을 다 치룬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학생들은 각자에 맞게 수업시간을 활용하였는데, 수업시간에 당구장에 가는 친구들부터 2차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 그냥 하릴없이 보내는 친구, 책을 읽는 친구 등... 암튼 나는 남는 시간동안 유명세를 타던 책을 한번 읽어볼 요량으로 집어 들었는데, 첫 장부터 끝 장까지 보는 내내, 전율같은 것이 흐르는 듯 했었다.

 

 역사를 공부하며, 자랑스러웠던 기억보다 부끄럽거나 아니 부끄럽지는 않아도 내세울 것 없는 이야기들을 많이 보았었고, 그런 이야기들은 정말 재미 없었다. 그런 나의 역사인식을 새롭게 바꾸어준 책이 바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였었다.

 

 두번째 책은 '코리아 닷컴'이라는 책으로 인터넷(IT산업) 전쟁을 다룬 책이었다. 당시 정보통신운동에 대한 개념을 잡아가던 시기라 여러모로 참고가 되던 책이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고 보니,  두개의 이야기가 나름 나에게 끼친 영향이 크다면 큰 책이었다.

이번 세번째 선택한 책은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1026'.

택배로 책을 받았을때, 설래는 그 무엇이 있었다. 두개의 이야기로 인한 기대감일까? 은근히 긴장까지 되었었다.

 

 김진명 소설에는 우리 민족, 우리 문화, 우리 것에 대한 사랑이 공통적으로 흐른다. 아니 거기서 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얼마전 강헌 한국대중문화연구소장은 '한국 대중문화의 시작은 어떠하였는가?"라는 강연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한국의 대중문화의 내면에는 노래 '사의 찬미'에서 부터 시작 된 죽음.욕망으로 자극하는 센세이션한면과 영화 '아리랑'에서 부터 시작 된 국가 또는 민족, 작게는 가족에 대한 굉장히 끈질기고 한맺힌 관심, 질긴 공동체에 대한 집착이라는 두 가지 유전자가 존재합니다.

 

'1026'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도 일종의 '한 맺힘'.

아시아 대륙의 동쪽 작은 귀퉁이, 중국과 일본, 러시아등 강대국들 사이에서 어렵게 어렵게 이어온 우리의 역사. 그 험난한 역사를 딛고 우리의 자긍심으로 떨쳐 일어서려는 노력, 그러나 피어나지도 못한 채 죽음으로 묻혀져버리는 상황.

 

 김진명의 소설에는 이 두가지 유전자가 짙게 깔려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1026'의 시작은 대강 이렇다.

주인공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엘리트 유학코스를 밟고 있는 현직 변호사, 어느날 주인공에서 걸려온 한통의 전화로 품게되는 1026-박정희 대통령 죽음에 대한 의문. 그 의문에 의문을 더하는 박정희 대통령 생전 활동과 미국과의 관계, 그리고 1026 사건의 결말. 주인공인 엘리트 변호사는 1026에 관련된 모든 것에 의문스러움을 갖게 되고, 단서들을 추적해 나아간다. 사건은 1026만이 아니었다. 러시아의 KAL기 폭파사건, 미국의 팬암여객기 폭파사건 등등 권력을 독점하기 위한 그들의 음모를 파헤쳐 간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얼마전, 피터 조셉의 '시대정신'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 있다. 거기엔 (미국의)금융권력과 무기산업권력들이 그들의 시장과 위치를 지키기 위해 저지른 만행-전세계적인-들이 고발되어 진다. 아마도 김진명의 소설은 그 맥을 따라가고 있지 않나 싶다.

 

끝으로, 책은 30년(책에서는 20년이 훌쩍넘은 것으로 표현)전의 사건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었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할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져야 함이 마땅하지만, 그 당시에 바로 잡을 노력들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주모자도 이미 형장의 이슬이 되어 사라지고, 무엇하나 정확히 증명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천안함 사건'이 떠오르며 불편했기 때문이다.

46명의 고귀한 목숨을 잃고, 대한민국 군함이 파괴되었는데, 정부는 사건을 정치적으로만 이용하려 한다는 생각이 드는건 나뿐일까? 

 국민들이 의문을 제기하는 것에 대한 해명은 고사하고, 그들의 주장만 하고 있는 이런 일련의 과정이 '1026'사건이후 벌어진 상황과 틀리지 않다고 생각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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