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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 권영길 신년사, 당파성없는 가부장적 다짐을 비판한다!

글쓴이 : 새벼리
 등록일 : 2006-01-01   07:37:30

 


[유감] 권영길 신년사, 당파성없는 가부장적 다짐을 비판한다!
- 신년 메시지에 담긴 시혜주의적 관점, 정체성 모호한 무계급성을 경계하며,,,

여러 언론 매체들을 통해 발표된 권영길 민주노동당 비대위 대표의 신년 메시지를 읽었다. 높아진 당의 위상을 또 한번 실감했다. 언제 민주노동당 대표 신년사가 저리 언론을 통해 소개된 적 있었는가. 민주노동당이 남한 정치판의 '상수'가 되어가고 있는 또 다른 증거인 셈이다.

그러나 8만 민주노동당원을 대표해 발표된 권영길 신년사는 기본 관점조차 엉망 이었다. 현 집권 여당의 면피성 신년사인지, 벼랑 끝 민중들과 함께 고군분투하는 민주노동당의 신년 다짐인지조차 구별되지 않았다. 특히, 논어 인용은 최악이었다. '나라를 책임진 사람들, 가정의 가장은 부족함을 걱정하기에 앞서 모두에게 고루 나누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먼저 걱정해야 한다'는 “有國有家者不患寡而患不均”...소외받고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권력자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어찌 됐건, 가부장적인 관점과 시혜적인 태도로 가득 찬 논어 경구를 오늘날 되돌아보자는 권영길 신년사, 너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권영길 임시대표에게 되묻고 싶다. 사회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의 투쟁들이 권력자들에게 시혜적인 관심을 간청하는 것이었던가? 아니, 기득권자들이 시혜적인 태도로 온정을 발휘하면 문제가 해결되는가? 생산 현장과 거리에서 그토록 절규했던 것은 근본적인 (시스템적인) 대안을 갈망하는 몸짓들 아니었던가?

찬찬히 생각해 보면,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 탄생하면서부터 당(지도부와 현장 일부) 지도부는 가부장적 관점과 시혜적인 태도로 노동자 민중 투쟁에 임하지 않았는지 우려스럽다. 근본적인 사회 변혁을 위한 밑바닥 투쟁들이 민주노동당(과 현장 일부) 지도부와 만나면, 타협과 조정이란 이름으로 대충 매듭지어지곤 했기 때문이다. 아니, 결국엔 투쟁하는 노동자 민중들만 죽어났기 때문이다.

작년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울산건설플랜트투쟁과 현대하이스코투쟁을 돌아보라. 일하고 쉴 수 있는 공간, 식당, 화장실을 보장해 달라, 노동조합을 만들었으니 교섭에 응하라는 요구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들이었다. 지역시민들과 많은 국민들이 성원을 보내는 가운데, 극한으로 치달은 두 투쟁은 민주노동당, 현장 일부 지도부의 타협과 조정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당시 투쟁을 주도했던 노조 지도부는 모조리 감옥에 갇혔다. 성과라고 남겨졌던 모든 협상들은 휴지쪼가리가 되어, 다시 투쟁의 원점으로 돌아가 있다.

민주노동당(과 현장 일부) 지도부 탓이 아니라고 변명하고 싶은가? 만일, 다자간 협상 틀 없이 건설플랜트 파업 투쟁이 계속되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만일, 그 단단했던 순천 현대하이스코 비정규 생산현장 점거 투쟁이 요구사항 관철 없이 중단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최소한 신자유주의 정권과 자본의 본질을 정확히 타격했던 투쟁 전선이 지금처럼 와해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나하나 타협으로 열 보 백보 후퇴당하고 있는 계급 전선, 이 것은 계급적 원칙에 충실하지 못한 지도부에 그 책임이 있다.

단군 이래 최악이라는 사회 양극화! 극심한 빈부 격차 속에서 '계급투쟁은 필연'이라고 부르조아 지식인들까지 우려(?)하는 21세기 초반, 어정쩡한 "계급 중재자"로 전락해 가는 민주노동당(과 현장 일부) 지도부를 찬찬히 응시한다. 신자유주의 뚜렷한 계급(사회) 양극화 속에서 노동자 민중을 호출하지 못하고, 애매한 "국민여러분"만 주구장창 불러대고 있는 민주노동당 현 지도부의 계급적 "정체성"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집회 현장에 있는 '몸'과 의회 성과주의 '마음'이 따/따/로 노는,,, 이른바, "의회주의"로의 함몰.

그런데, 누가 의회에서의 성과에 목말라 하는가? 벼랑 끝 투쟁으로 길거리에 나선 노동자 민중들이 민주노동당 의원들에게 당장 의회에서의 성과 내놓으라고 닥달이라도 하는가? 아니, 길바닥 노동자 민중들이 당장 의회에서 성과 내놓지 못하면 무능하다고 민주노동당을 비난이라도 하던가?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의원단과 지도부가 성과내기에 급급해 하고 있다. 비정규법안 수정안이 대표적인 경우 아니던가. 정말 심각한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우경화가 아닐 수 없다.

투쟁하는 노동자 민중은 결코 성급하지 않다. 서둘러 성과 낸답시고, 두리뭉실 타협하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런 노동자 민중의 투쟁 수위를 의회 전술 차원에서 조정한다면, 문제는 아주 심각하다. 정 반대로 가야 한다. 타협 없는 계급적 원칙으로 의회 전술의 기조가 짜여야 한다. 비록 당장의 성과가 없더라도, 다음의 노동자 민중 투쟁을 예비하기 위해 의회 전술은 철저히 현장 전선 강화에 복무해야 하는 것이다. 이 것은 "당파성"의 문제이다.

봉건시대 지도자 철학으로나 적당한 논어의 경구를 21세기 노동자 민중 시대 주요 화두로 내 거는 당 지도부를 지켜보며, 올 한 해 노동자 민중 싸움도 무척 힘겨워지리라 예상된다. 무지 착찹하다. 새롭게 당지도부가 되겠다는 당직 후보들은 그렇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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