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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네우로즈, 쎔딘리를 가다

2006 Newroz(네우로즈)가 18일 쎔딘리, 아다나, 육쎅코바 등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찾은 곳은 쎔딘리의 네우로즈 현장입니다.

하지만 군과 경찰이 총동원되어 쎔딘리로 모여드는 사람들을 막더군요. 저 역시 쎔딘리를 향하는 과정에서 경찰에 의해 막혔지만 강한 항의를 통해 쎔딘리로 향할 수 있었다. 쿠르드인이 아니라 외국인, 한국인이라서 받은 혜택이었습니다. 하지만, 환승지였던 육쎅코바에서 쎔딘리까지 30Km의 거리에 2곳의 경찰과 3곳의 군 검문소를 통과하느라 시간이 지체되어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했습니다.



군과 경찰의 검문소들은 촬영금지였습니다.

육쎅코바에서 쎔딘리로 가는 첫 경찰의 검문소에서 출입금지를 통보 받았을때, 그 사유에 대해 경찰은 한 마디로 대답하더군요. "보안!". 황당한 대답에 어떤 문제가 있어 쎔딘리로 갈 수 없는지를 묻자 더더욱 황당한 대답이 나왔습니다.

"오늘이 문제다!"

차량의 출입이 되지 않는다면 걸어서라도 가겠다고 우기자 그제서야 같이 버스에 탔던 쿠르드인들은 모두 하차하고 저와 함께 쎔딘리로 가던 한상진씨 그리고 운전기사만 출입을 허락하더군요.



경찰의 저지에 쎔딘리로 갈 수 없는 시민들이 버스에서 내려 버스비를 돌려 받고 있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도 검문소마다 10여분씩 시간이 소요되었고 겨우 도착한 쎔딘리에서는 이미 마무리로 접어들어가고 있는 네우로즈만을 보아야 했습니다. 정말 분통이 터져서리... 한상진씨의 집에서 쎔딘리까지 가는데만 14시간정도 걸렸거든요.

14시간이 걸려 도착하자 마자 우리를 맞이한 사람들은 쎔딘리의 시민들이 아니라, 중무장하고 있는 경찰들이었습니다. 하나같이 총을 휴대하고 방패와 곤봉을 들고 네우로즈 현장 바로 옆에 장갑차까지 대기시킨 경찰들의 행동에 어이가 없었지만 대회 주최측은 오히려 우리의 안전을 우려하여 안전한 곳으로 우리를 이동시키기에 바쁘더군요.




무장하고 네우로즈 현장에 있는 경찰들. 네우로즈 현장 근처를 군의 헬기까지 선회하고는 했습니다.

군과 경찰은 왜 이렇게 쎔딘리로 모여드는 사람들을 막았는지 궁금하시죠.

2005년 겨울 초입, 쿠르드 서적을 취급하는 쎔딘리의 서점에 경찰이 수류탄을 투척 2명의 쿠르드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 2006 네우로즈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도시가 되었답니다. 당시 수류탄을 투척한 경찰은 처벌을 받았다고 하지만, 기존의 관행으로 보건데 그 처벌의 수위는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매번 쿠르드인 살인 사건이 생길때마다 그래왔으니까요.

어쨌든 이는 전체 쿠르드인들을 분노시키기에 충분합니다. 작년 겨울부터 크고 작은 충돌이 이 곳 쎔딘리와 하카리 등 주변 도시에서 격렬하게 나타나고 있고 그로 인해 더 많은 피해자가 나고 있지만, 경찰을 통제하는 고위 관계자(직위명은 거버너라고 하구요. 시장과 상관없이 중앙정부에서 임명하는 시장으로 보면 됩니다. 지방자치선거로 뽑히는 시장은 경찰에 대한 통제권이 전혀 없습니다)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도 독일에서 온 진보단체 관계자들이 거버너 면담을 신청했지만 일언지하 거절당했거든요. 백주 대낮에 경찰이 민간인에게 수류탄을 투척하는 것과 같은 군과 경찰의 민간인 살해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곳 쿠르디스탄은...

사건이 일어난 장소를 찾았을 때, 시간이 지나 서점은 보수하여 새로 문을 열었지만 당시의 흔적들을 보존하고 있는 서점에는 사망한 쿠르드인의 영정과 흔적들을 보관하고 있더군요. 한국이라면 현장을 그대로 보존하였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류탄이 폭발하며 생긴 바닥의 패인 흔적과 천정의 파편 흔적들은 그날의 참상을 짐작하게 만들었고 당시 사망한 두 명의 쿠르드인이 흘린 피의 흔적을 볼때엔 화가 너무 나서 자연스럽게 욕이 나오더군요.







희생자의 영정과 수류탄 투척의 흔적들.

민간인 살해 사건으로 인해 쿠르드인들의 불만이 높아져 네우로즈 자체를 무산시킬 수는 없기에 다른 도시에서 모여드는 쿠르드인들을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막아서는 군과 경찰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하지만, 경찰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천 여명의 사람이 운집한 채 주로 연설과 함성으로 쎔딘리의 네우로즈는 쿠르드인들의 분노를 느끼기에 충분하였고, 다음 네우로즈 참석을 위해 하카리로 이동하는 와중에도 쿠르드인들에게 새삼 희망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터키의 경찰은 실망시키지 않더군요. 제복도 입지 않은 채 총을 둘러맨 이들이 갑자기 나타나 차를 세우고 패스포트를 요구하는데, 저는 그들이 게릴라인줄 알았습니다.
누구인지를 물었을때 천연덕스럽게 경찰이라고 대답하더군요. 총만 둘러맨 사복차림의 무리가 군인인지 경찰인지 게릴라인지 아니면 무장강도인지 여행하는 관광객들이 알 방법이 없잖아요.

한국에서도 경찰에 대해 불만이 많고 욕도 많이 해봤지만, 여기서만큼 욕해보진 않은 것 같습니다. 허허허








사람들의 손가락이 보이시나요? 'V'표시는 쿠르드의 저항을 의미한답니다. 저 'V'표시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체포당하기도 한답니다. 이 곳 쿠르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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