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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에 도착했습니다.

제네바에 도착했습니다.

터키를 떠나 베를린을 경유, 제네바에 도착하였는데요. 그리 짧은 일정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베를린 장벽과 빌헬름 성당을 보았습니다.

기념품으로 팔려나가버리고 1.3Km가량 남아있고 지금은 많은 그래피티가 행해진 베를린 장벽을 보며 두 가지 정도 생각이 교차하더군요. 하나는 자본의 상품화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는 것입니다. 그저 돌덩이라고 하더라도 상품으로 만들어 팔아치운 자본은 아마도 한국이 통일되면 휴전선의 철조망도 팔아치울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한 가지 생각은 그런 가운데서도 인간은 평화를 주제로 한 그래피티를 남기는 본성을 지니고 있어 다행스럽다는 생각입니다.

          그래피티로 아름다워진 베를린 장벽.

2차 대전 당시 완전히 파괴되어 버렸던 도시 베를린의 성당이었던 빌헬름 역시 포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파괴되어 버렸습니다. 웅장했던 빌헬름 성당은 현재 전쟁의 교훈을 남기기 위한 전시품으로 복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전쟁이 가져다 주는 것은 창조가 아닌 오로지 파괴라는 교훈을 주는 듯 합니다. 빌헬름 성당을 보며 부시와 이라크가 생각나더군요.

          빌헬름 성당.

맑스와 아인쉬타인이 다녔던 훔볼트 대학을 구경하고 근처에 있는 여러 박물관들의 외양(속 모양새를 보려면 많은 돈이 필요해서요)만 구경하다 지도에서 우연히 발견한 '로자 룩셈부르크 광장'. 약간은 흥미롭고 구미가 땡겨서 물어 물어 갔더랬습니다. 하지만, 로자룩셈부르크 광장엔 아무것도 없더군요. 한국의 충무로, 을지로 등에 이름만 붙었을 뿐, 상징물이나 그런것은 없는것처럼 그 곳도 그랬습니다. 먼가를 기대했던 것이 제 욕심이었겠지요.
          맑스와 아인슈타인이 다녔다는 훔볼트 대학.
          로자룩셈부르크 광장의 한 조형물. 로자와 관계 없다고 한다. ㅜㅜ

하지만 혹, 다른 것은 없을까 해서 사람들에게 물어 물었더니 한 공원(피어 가르텐)에 로자 룩셈부르크의 기념물이 있다고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땡잡은 기분이었죠. 다시 피어 가르텐으로 향했고, 넓은 피어 가르텐을 뒤지니 로자의 기념물이 나오더군요.

뭐 한국식으로 생각하자면 동상이라도 하나 있기를 기대했던 것일까요? 로자 룩셈부르크의 이름이 새겨진 간단한 조형물과 로자의 삶을 설명하는 동판 하나가 전부더군요. 마음이 참 복잡 미묘하더군요. 초라한 로자의 기념물을 보며 이런 방식으로 잊혀지는 건가 싶기도 하고, 하지만 로자가 이름을 남기려 했던것은 아니지 않는가 싶기도 하고 뭐 그랬습니다.

          티어 가르텐에 있는 한 다리 아래에 위치한 로자 기념물.

그리고 제네바에 도착했습니다. 제네바는 비가 많이 오는 도시인듯 합니다.(유럽이 거의 처음이라..다른 도시들도 그런가요) 도착하자 마자 우선 거처를 정했습니다. 여행안내 책자에 나와있는 호스텔에 갔더니 6인실은 다 나가고 없고 싱글만 남았다며 하룻밤에 65 스위스프랑을 달라고 하더군요. 다른 호스텔을 찾아 헤매다 겨우 찾은 호스텔에 이틀에 54 스위스 프랑을 주고 일단 방을 잡았습니다.

우선 가장 먼저 한 일은 샤워와 인터넷. 결국 인터넷은 연결이 되지 않더군요. 역에 있는 인터넷 카페에서 한 시간에 7프랑하는 인터넷 카페는 감히 쓰지 못하고 이 곳 저 곳을 찾고 있지만 아마도 무료 인터넷을 찾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가 16일에 한 일)

그리고 자고 일어나 WTO를 찾아갔습니다. 이 곳은 워낙에 물가가 비싸서 그냥 먹고 자는데에만 벌써 가진 돈이 거즌 거덜나버리는군요. 그래서 주로 걸어다녔고, 안내지도는 스위스식으로 표기되어서 WTO를 찾는데 좀 애를 먹었습니다. 제네바 지도엔 WTO가 아닌 OMC라고 표시되어 있네요.

          스위스 제네바의 WTO 건물입니다.

어찌되었든 WTO를 찾았고 노숙할 만한 위치도 보아두었습니다. 특이한 점이라면 WTO 바로옆에 유니셰프 건물이 있는데 WTO엔 경비원도 찾아볼 수가 없었는데(제가 못 찾았을 수도), 유니세프엔 군인이 경계를 서고 있더군요. 제가 모르는 부분이 있겠지만 군이 경계를 서는 유니셰프는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은 죄 지은것이 많은 곳일수록 경계가 삼엄한 법인데, 보통 깨끗한 이미지와 아이들에 대한 구호사업으로 유명한 유니셰프가 군이 경계를 서야할 정도로 잘못한 것이 그렇게 많은 곳인가 싶은 생각이 쉽게 들더군요. 뭐 이미지와 다르게 더러운 짓을 많이 하고 있다는 소문을 못 들은 바는 아니지만요.

이제 글을 쓰고나면 다시 시내로 나가 피켓을 적을 종이와 매직펜을 사러갈 것입니다.(오늘이 일요일인지라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아 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에궁...이번주 안으로 리포트도 써서 제출해야 하는데... 할일은 많고 인터넷은 안되고 머리속은 나날이 복잡해지고... 뭐 그렇습니다.

말도 잘 안통하는(이 곳은 주로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쓴다고 그러네요) 제네바에서 무사히 살아나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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