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기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위한 단식농성 참가기 / 울산장애인부모회 회원]

 

 

오늘로 12일째 장애인교육권연대는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위해 국가인권위원회 건물안에서 단식농성을 진행중이다.
전국에 있는 장애인부모들이 릴레이로 단식농성에 참가하기도 하고, 지역의 대표자들은 첫날부터 지금까지 쭉 단식을 진행하고 계신 분들도 있다.

 

몸이 아주 건강하다는(뚱뚱하다는) 이유로 단식의 지목대상이 되었던 나!?
아이들 문제로 계속 주춤하다가 결심을 했다.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이란 대의에도 동참하고, 몸도 좀 다스리고, 일거양득이다 싶어 사흘을 작정하고 주변정리를 했다.
의지가 100%이면 모든 수단과 방법은 동원되게 되어 있다.
반대하던 남편도 설득하고, 이웃의 도움을 총동원하여 아이들을 맡기고 서울 국가인권위로 향했다.

 

단식농성 5일차의 농성장안은 아직 생기가 있다.
군데군데 모둠으로 모여 앉아 토론과 상담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몇몇의 아버님들은 힘들어하시는 모습들도 눈에 띈다.
잠시후, 도경만 선생님의 장애인교육지원법에 대한 교육이 있었는데, 쟁점이 되는 핵심사안들을 정리해서 설명해 주시니 훨씬 와 닿는다.
학급당 인원과다, 특수학급 부족, 특수교사 부족, 형식적 통합교육, 치료교육 담당교원 부족, 직업교육 환경 미비, 보조인력 공급 부족, 편의시설 미설치 등등의 미비한 교육지원 환경을 보강하여 법안으로 제정을 하게 되면, 보다 질높은 장애학생의 교육권이 법적인 토대 위에서 보장될 수 있을 것 같다.
저녁엔 경남부모회 대표이신 윤종술 아버님이 다가오는 5월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각후보들에게 장애인 복지정책들에 대한 질의서를 어떤내용으로, 어떻게 요구하고, 확인을 시켜낼 것인가에 대한 교육이 있었다.
정말 해야 할 일들이 많음을 느낀다.

 

다음날인 토요일과 일요일은 휴일이라 그런지 서울인접의 경인지역 부모님들이 농성장을 많이 방문하셨다. 군데군데 둘러앉아 내아이의 고민들을 나누고, 지역마다의 교육과 복지를 서로 교환하며 열심히 듣고, 적고, 배워가는 초롱초롱한 눈빛들에서 부모님들의 열렬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또 한편에서는 이동권연대의 중증 휠체어 장애우들이 활동보조원제도를 가지고 열띤 교육들과 토론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 단식농성장은 장애 당사자들이 대한민국의 장애인운동의 역사를 소박하게 일궈내는 소중한 현장이었다. 그속에 내가 앉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고, 상기되는 시간들이었다.

 

우리는 흔히 장애인복지가 잘 갖춰져 있는 호주, 일본등을 비교하며 부러워하지만, 그들 나라의 훌륭한 장애인 복지가 그저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고 한다.
장애인 당사자들의 피 터지는 희생과 목숨을 내건 싸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 역시 가만히 앉아 있는다고 국가가 스스로 고민하고 연구해서 장애인 복지를 개선하려고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12일째 단식이라는 의지와 결의를 가지고 장애인들의 교육희망을 위해 길을 만들고 있는 앞장선 부모들이 있다.
이미 어떤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길은 더 넓어지고 다져질 것이다. 그 뒤를 누군가가 다시 간다면 그사람은 더 편안하고 행복한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다.

 

내 아이가 아닌,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장애인부모운동의 길에 한사람 한사람이 모여 큰 함성을 만들어 낸다면, 장애인교육지원법 반드시 우리 손으로 제정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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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4 18:07 2006/03/2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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