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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법 스님 초청 강연

 

 25일 오후 7시 중구 북정동 해남사에서 “단순소박한 삶이 희망”이라는 주제로 도법 스님의 강연이 열렸다.

 

이날 강연은 해남사와 생명평화결사 울산등불모임, 책마을 페다고지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2004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5년동안 전국을 돌며 생명평화탁발순례를 벌였던 도법 스님은 세 시간 가까이 왜 단순소박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 그 길만이 왜 희망인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단순소박한 삶이란 욕심을 줄이고 주어진 인연에 만족해 하면서 살아가는 삶(소욕지족(少欲知足))이다.

 

우리는 왜 단순소박한 삶을 살아야 하는가?

 

도법 스님은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했다.

 

세상 이치로 봤을 때 단순소박하게 살아야 평화롭고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고, 단순소박한 삶은 나와 너에게 모두 이롭고, 또 현재에도 이롭고 미래에도 이롭기 때문이다.

 

단순소박하게 살아야 지금 여기에서 내 삶이 평안하고 여유롭고 홀가분하고 평화롭고 행복해진다.

 

도법 스님은 “60년 전 100여불에 불과했던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불로 늘어 200배 더 부자가 됐는데도 아직까지도 부족해 죽겠다고, 못살겠다고 난리를 치고 있다”면서 “경제만이 살 길이고 경제만이 희망이라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고 대단히 위험한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도법 스님은 “60억 인구가 골고루 다 부자 돼서 잘 살자는 것은 지구 문명을 끝장내자는 얘기와 같고, 누구는 부자 되고 누구는 가난한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부자 논리, 경제 논리의 거짓말, ‘전도몽상’을 버리고 실상을 바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여기, 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스님은 물었다. “천하의 가장 귀한 존재는 자기 자신이고, 가장 중요한 가치는 내 생명이다. 그 생명은 어떻게 이뤄져 있는가?”

 

“태양이 없으면, 물이 없으면, 밥이 없으면, 흙이 없으면, 똥이 없으면 지금 나는 존재할 수 없다. 내 생명은 온통 나 아닌 다른 것에 의존해 있다. 온통 관계로만 존재한다. 세상에 나 아닌 것이 없고(천상천하유아독존), 온 세상이 곧 나이기 때문에 나라는 것은 없다(연기무아). 생명은 살아 있는 그물이고 우리는 다 인드라망(그물)적 존재다. 이게 실상이다.”

 

실상을 봤으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한 가지밖에 없다. ‘사랑과 자비’가 그 길이다. “사랑하는 길 말고는 내가 행복해지고 평화로워지고 여유로워지는 길은 없다. 물을 내가 공격해서 오염시키고 병들게 하고 죽게 하면 내 생명도 오염되고 병들고 죽을 수밖에 없다. 내 생명이 건강해지려면 물을 건강하게 해야 한다. 태양, 물, 흙, 산소, 밥, 이웃, 부모가 다 귀하고 고마운 존재들이다. 사랑하고 감사해야 한다. 이 사실을 제대로 아는 것이 깨달음이고, 이 사실에 맞게 행동하고 사는 것이 자비로움이고 사랑이다. 세상 만물 어느 것 하나도 내 생명의 하느님, 부처님 아닌 것이 없다. 이게 존재의 실상이고 본래 면목이다. 다른 길은 없다. 그게 세상 이치다.”

 

도법 스님은 “단순 소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자연과 잘 어울려야 한다”고 말했다. “여름이면 더위와 잘 사귀고 잘 어울려야 한다. 겨울이면 추위와 함께해야 한다. 선풍기면 될 것을 에어컨을 틀어대면 돈도 많이 들고 그 돈을 벌려고 더 수고를 해야 한다. 에어컨 트는 것 자체가 죄악이다. 내가 시원해지기 위해서 누군가는 더 더워야 한다. 현대문명 자체가 이런 고약한 문제를 안고 있다.”

 

단순소박한 삶은 이웃과도 잘 어울리는 삶이다. “지금 우리들은 이웃은 안중에 없고 오로지 나만 있다. 경쟁자와 적대자 밖에 없다. 전쟁판이 따로 없다. 기가 막힌 삶이다. 돈 몇 푼 더 벌겠다고, 편리하게 살겠다고 중요한 가치는 다 박살내고 있다. 이웃과 어울리면 사회양극화 문제는 절대 발생하지 않는다. 이웃과 잘 어울리는 삶은 자연스럽고 아름답고 평화롭고 여유롭고 행복한 삶이다.”

 

도법 스님은 “이 길 말고는 길이 없다”면서 “내가 살고 싶은 삶, 주체적이고 창조적이고 개성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 대안적 삶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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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6 09:50 2009/04/2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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