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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준 <문제는 자본주의다> 원고


울산북구 재선거가 한창이다. 난항을 거듭하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후보단일화 논의는 선거를 6일 앞둔 23일에서야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하지만 두 당이 합의한 후보단일화 방식과 일정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른바 ‘진보 단일후보’는 선거를 이틀 앞둔 27일이나 돼야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막판 총력전을 펼치는 주말(25~26일), 진보 양당은 본선 막바지에 상대 선수 앞에서 자기들끼리 치고받는 예선을 벌여야 하는 형국이다.

 

한나라당을 ‘심판’하겠다고 나선 두 당의 후보들이 한나라당이 아니라 서로에게 집중 포화를 퍼붓는 꼴을 보면서 노동자들은 실망하고 분노했다. 그러다 점점 무관심해졌다. 노동자들 눈에는 두 당의 후보단일화 협상이 금뺏지를 향한 ‘뻘밭의 개싸움’으로 비쳤다. “후보단일화 안하면 투표 안한다”는 노동자들이 점점 많아졌다.

 

현재로서는 마지막 TV토론이 펼쳐지는 27일에도 두 후보가 서로 으르렁거리고 있을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그날 밤에 단일후보가 확정되더라도 그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게 된다. 하지만 이미 상황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두 당이 이번 선거의 목표로 내걸었던 ‘이명박 정권 심판’은 후보단일화 이슈에 가려 전면에 부각되지 못했다. 현대차 감산에 따른 정규직, 비정규직, 부품업체 노동자들의 임금 감소와 고용불안, 울산 라파즈코리아 화물노동자들의 파업, 현대미포조선 현장활동가들에 대한 중징계, 교섭 위임에 반대하는 현대중공업 현장활동가들의 투쟁, 구청장의 교섭 해태에 맞선 공무원 노동자들의 투쟁, 탈시설과 자립생활 보장을 요구하는 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투쟁 들은 선거과정에서 두 당의 엎치락뒤치락하는 후보단일화 ‘게임’에 묻혀 제대로 이슈화되지 못했다. 누가 단일후보가 되든, 29일 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울산북구 재선거의 처음과 끝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후보단일화’ 이슈로 일관된 것은 ‘재미’도 없고 ‘문제’도 많다.

 

사태가 이렇게 흘러간 데는 사회당, 사회주의노동자연합,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준비모임 등 좌파 정치조직의 책임도 크다. ‘가치와 대안을 중심으로 한 진보정치의 혁신’(사회당)이든, ‘가짜 노동자당이 아니라 진짜 노동자당의 건설’(사노련)이든, ‘민주노동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민주노총 정치방침의 폐지’(사노준)든 좌파 정치조직들이 선거투쟁에 나서는 목표와 원칙에 대한 합의를 전제로 진보진영 후보단일화를 위한 ‘진보 리그’를 펼쳤더라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후보단일화 시소 게임’을 선거 막판까지 봐야 하는 ‘괴로움’도 덜했을 것이고, 선거 판 자체의 ‘재미’도 더했을 것이다.

 

좌파 정치조직들은 언제까지 의회선거 공간에 ‘무기력한 구경꾼’으로 남아 있을 건가? 2010년에도 지금처럼 아무런 개입 없이 의회정치를 향해 ‘야유’와 ‘조롱’을 퍼붓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을 건가? 사회주의노동자정당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선거투쟁’은 어떻게 자리매김돼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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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5 09:55 2009/04/2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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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뚱띵이 2009/04/25 12:16 URL EDIT REPLY
어쨌거나 정당을 건설하겠다고 하면서 의회정치에 대해 원칙적인 이야기만 계속해서 강조하는 것은 자기모순 아닐까요? 국민승리21부터 누적된 경험들이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어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파요.
plus 2009/04/25 12:58 URL EDIT REPLY
답답...합니다.
mount 2009/04/27 23:41 URL EDIT REPLY
울산북구 선거를 보면서 과거 비공개활동하는 활동가들이 노힘을 비판하고 비난했는데, 이번 울산북구 보궐선거를 보니까 지난 과거가 오버랩되는 것이 왜일까? 너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