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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울산인권운동연대 박영철 사무국장

 

오는 6월이면 열 살이 되는 토박이 단체가 있다. 중구 북정동 중부도서관 위쪽에 자리잡은 울산인권운동연대. 10년째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단체를 띄우기 전 준비모임을 시작한 게 1999년 11월이었으니 인권운동 '짬밥'만 10년이 넘은 박영철 사무국장은 지역의 소문난 '실무통'이다. 지금이야 비정규직도 그렇고 이주노동자도 그렇고 장애, 여성, 청소년들까지 당사자 모임이나 관련 단체 하나씩은 꾸려져 있는 편이지만 예전엔 그 모든 문제에 울산인권운동연대가 '머리'와 '몸'을 대야 했다. 그렇게 오지랖 넓게 10년을 버텨오면서 안해본 실무가 없다.

 

 

주마다 빠짐없이 펴낸 '주간울산인권소식'은 지난해 6월을 마지막으로 404호까지 냈다. 인권학교를 일곱 번, 대학생 인권강좌를 열 차례 해마다 치러냈다. 작년부터는 울산대 법학과 인권법학연구센터와 함께 교원 인권 직무연수를 시작했다. 최근 5년간 노동 관련 판결들을 분석해서 국제조약을 위반한 사례를 분석하는 작업도 시도했다.

 

5회를 넘긴 울산인권마라톤대회는 울산을 대표하는 마라톤대회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처음엔 어려움이 많았다. 첫해 적자가 났고, 2회 때까지도 마라톤 동호회나 협회에서 인정을 안해주는 바람에 애를 많이 먹었다.

 

마라톤대회 말고 또 다른 대중사업으로 기획했던 게 울산인권영화제였다. 2002년 제2회 울산인권영화제 때 '밥꽃양' 사건이 터졌다. "현대차노조의 외압에 의한 사전 검열"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다. 그때 일을 떠올리면서 박영철 사무국장은 "아직도 상처"라고 말했다. 이 일로 울산인권운동연대는 석달동안 사무실 문을 닫았고, 상근자 한명이 활동을 접었다. 울산인권영화제도 2회로 막을 내렸다. 박영철 사무국장은 "우린 우리대로 할 말이 많다"면서 "울산인권운동연대를 제발 특정 정파와 동일시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울산인권운동연대는 150여명의 정기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재정의 어려움이야 여느 단체들과 처지가 비슷하다. 사무국장 활동비로 월 100만원이 책정돼 있지만 1년에 넉달은 못가져 간다. 궁여지책으로 반상근 여러 명을 둬서 재정 부담을 더는 구조를 고민하고 있다.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진 겁니다. 재작년까지 활동비가 한달에 50만원이었어요. 그것도 제대로 못주고 그랬습니다."

 

지난 10년, 아수나로 같은 청소년인권단체가 생겨났고, 장애인부모회와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주민센터 등이 만들어졌다. 여성의전화는 스스로를 여성인권단체라고 표방하고 있고, 여러 단체들이 청소년노동인권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인권운동들을 하나로 묶을 필요가 있습니다. 당사자 인권단체를 넘어서서 인권 전반을 다루는 인권학교를 더 대중적이고 공세적으로 광범위하게 진행할 생각입니다. 그 속에서 성소수자 같은 당사자들이 스스로 권리 획득에 나설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들어주고 싶어요. 올해 상반기에는 상설 인권강좌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지역에 인권교육센터를 제대로 세워내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싶습니다."

 

최근 민주노총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건을 얘기하면서 박영철 사무국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대부분의 운동조직이 상당히 가부장적입니다. 특히 노동 쪽이 더 심합니다. 그동안 100인위원회다, '내 안의 파시즘'이다, 운동사회 내부 성찰이다 여러 논의가 있었지만 제대로 극복이 안됐습니다. 진보진영 내부에서 끊임없이 인권 감수성을 높여내고 진보가 진보일 수 있도록 하는 가치를 만들어내는 노력이 전제가 되지 않으면 이번 사태는 언제든 되풀이될 겁니다."

 

울산인권운동연대(홈페이지: www.ulsanhr.or.kr / 전화:052-242-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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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8 14:43 2009/02/18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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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shin 2009/02/18 15:43 URL EDIT REPLY
제목만 보고 들어왔는데, 잘못 들어왔다는 후회가 마구... “우린 우리대로 할 말이 많다”니, 끔찍한 기억이 새롭게 되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