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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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준이 쓴 <레논 평전>을 읽었다. 일년에 서너번 갈까말까한 노래방에서 딱딱 끊어지는 한국식 발음으로 <이메진>을 흥얼거리는 게 고작인 내가 선뜻 이 책을 집어든 건 지난해 몇차례 대안문화공간 페다고지에서 비틀즈 특강(?)을 들은 탓이다.

 

1940년 영국 리버플에서 태어난 존 레논은 리버플과 독일 함부르크를 전전하던 무명 로컬밴드에서 1960년대 초중반 시대의 아이돌로 비틀즈를 성장시킨 팝 스타였다. 그는 체제와 불화한 독설가였고, 오노 요코와 함께 전위적 반전운동을 펼쳤던 평화주의자였으며, 1975년부터 1980년까지 뉴욕의 자기 집에서 아들 숀을 돌보던 전업주부 페미니스트였다. 그는 또한 <민중에게 권력을!> 노래하던 백만장자 사회주의자였고, 선(禪) 맑시스트였다. 1980년 12월8일 밤 마크 체프먼이 쏜 총에 맞아 숨을 거둘 때까지 존 레논의 삶과 음악을 신현준은 이렇게 요약한다.

 

 

하나의 인간으로서 존 레논이 걸어왔던 길은 대부분의 팝 스타가 걷는 일반적인 길, 즉, 적당히 자기를 감추고 관리하면서 스타덤에 안전하게 머무르는 것과 거리가 먼 것이다. 오히려 그는 감출 것도, 잃을 것도 하나 없다는 듯 모든 사람들이 자기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들여다보기를 원했던 인물에 가깝다.

 

이제 리버플이라는 좁은 공간을 벗어나 1963년부터 영국 전역으로, 1964년부터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전역으로 퍼져나간 비틀즈의 음악은 새로운 청년문화 태동의 전기가 되었다. 평론가 제프 그린필드의 말처럼 비틀즈는 "록 음악의 문을 열었고, 록 음악은 문화를 변화시켰고, 문화를 우리를 변화시켰다." 1960년대의 청년은 1950년대의 '이유 없는 반항'을 넘어 반항의 이유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듯 '비틀마니아 현상'은 단지 비틀즈에 대한 열광이 아니라, 기성세대의 문화와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문화를 발견한 청년들의 환희였다. 그리고 집단창작에 기반한 뚜렷한 리더 없는 그룹이라는 비틀즈의 모습은 '자율과 연대' '단결'이라는 1960년대 청년문화의 심벌이었다.

 

사랑과 평화를 외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레논은 사랑과 평화를 호소했을 뿐 아니라,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다. 그는 '몽상가'였지만, 또한 '투사'이기도 했다. 레논이 위대하다면 그것은 그의 꿈이 위대해서라기보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그가 고통스럽게 투쟁했기 때문이다.
레논은 투사였지만 강한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너무도 자주 자신의 약점을 노출시켰다. 그 약점도 진실의 일부분인 한 그는 일부러 약점을 가리려고 하지 않았다. 따라서 그는 계속 좌절하고 실패했고, 꿈과 희망을 노래하면서도 분노와 절망을 함께 노래했다. 그는 때때로 결정적인 결론을 내리기도 했지만, 그 결론이 틀렸다고 깨달았을 때는 망설이거나 안주하지 않았다. 그는 늘 과정 중에 있는 사람이었다.
삶의 모든 과정에서 레논은 개인적 삶의 진실은 은페될 수 없다는 신조를 정치행동으로 드러냈다. "당신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하나의 정치성명이다"라고 말했듯이 레논은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라는 1960년대의 새로운 시대정신에 충실했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몸소 실천했다. 개인적인 문제와 정치적인 문제의 끝없는 긴장 속에서 부심하고 때로 절망하면서 그는 둘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포기하지 않았다.
<헬프!>에서 시작하여 <워킹 클레스 히어로>, <이메진>을 거쳐 <왓칭 더 휠스>에 이르기까지, 또한 로큰롤의 반항에서 시작하여 인도 신비주의, 정치적 급진주의를 거쳐 페미니즘에 이르기까지, 그는 개인과 정치를 연결시키는 모험적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혁명'에 관한 오래된 관념을 버릴 수 있다면, 레논은 사랑과 평화를 위한 영원한 "게릴라전"을 위해 "함께 가자"고 외친 진정한 혁명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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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2 19:33 2011/05/02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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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부처 2011/05/03 15:23 URL EDIT REPLY
백만장잔데 사회주의자라니, 그 점이 최고 부럽네염...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