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신블로그의 트랙백에 대한 답변글입니다.


1. 카메라 건에 관련해서, 제가 두번세번씩 언급한 이유는 님의 댓글에서 그 부분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카메라와 관련한 질문이 가장 많았습니다.) 저의 평택 글에 님이 날려주신 트랙백이 바로 "카메라"얘기였기 때문입니다. 평택 관련 글에 카메라 사건에 대한 글을 트랙백 해 주셨을 때는 그것이 저의 평택에 관한 문제제기에 대한 님의 문제제기로써 기능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 부분이 님이 말씀하시고 싶었던 중요한 기재일 것이다, 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작은 인터넷신문사와 범대위라는 거대 권력 조직"이라는 문구에서 님과 저 사이에 인식의 거리가 상당히 멀구나, 하는 것을 느낍니다. 저는 언론은 그 규모의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 하는 전파력 및 신뢰도라는 면에서 결코 범대위보다 하위에 있다라고 생각치 않습니다. 평택 건과 다시한번 비교한다면, 범대위는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고 그것이 전혀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트리트 파이팅"이라는 극한수단을 선택했습니다. (무조건 범대위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의 의미가 아닌, 어느만큼 성의를 보였느냐의 문제제기이고, 그런 면에서 전 국가가 그들의 요구를 전혀 듣지 않고 오히려 "보상금 더 타내려고 하는 수작"이라는 식으로 본질을 오도했다고 생각합니다.) 님과 님이 속해 있는 언론사 역시 협상을 시도하시고, 그것이 안되면 필요하신 법적조치를 취하시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여론전을 전개하시면 될 것입니다.

님께서 더 이상의 논쟁은 사양하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글을 다시 올리는 이유는 감정 배설의 대상을 상대로 얼마나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에 대한 제 의문 때문입니다. 저에게는 님의 논리가 그러한 감정 배설의 영향으로 편향되어 있다고 보입니다.

제 글의 "언론밥"이라는 표현이 비아냥으로 느껴지셨다면 사괴드리지요. 비아냥의 의도는 전혀 없었으며 다만 "언론에 종사하고 계신 분이니까 보다 쉽게 자료를 찾아볼 수 있으실 것이다."의 의미로 사용하고자 함이었습니다.


2.

죽창 부분과 관련하여, 우선 죽창이 아니고 깃대입니다. 그게 그거 아니냐고 하실지 모르지만 죽창은 무기이고 깃대는 선전도구입니다. 언어의 선택이 그 글을 읽는 사람의 사고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아실 터이니 이후로는 언어사용을 신중히 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마찬가지 저 역시 "언론밥"등의 비하의 의도가 들어갈 수 있는 용어의 사용에 대해 다시한번 사과드리고, 이 토론 내에서는 그러한 잘못된 언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하겠습니다.)

깃대의 최초 사용 용도는 깃발을 걸기 위함이었으며, 행정대집행 당시에는 경찰의 진로를 차단하고자 하는 목적의 가로대로 우선 사용되었으며, 경찰의 공격 이후에 접근을 막기 위해 세로로 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끝이 부서져 날카롭게 되었습니다. 휘두른 이유는 경찰이 대는 이유와 똑같습니다. 바로 옆에서 동료가 얻아맞아 피를 흘리는 상황, 나도 저렇게 맞게 될지 모른다는 공포감, 우리와 하등 다를 것이 없는, 다른 자리에서 만났으면 좋은 술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인데 저렇게 돌변하다니, 하는 분노, 그러한 상황에서 아무 얘기 안 하고 "평화적 시위"의 원칙을 위해 저들이 때리는 대로 다 맞아주겠다, 라고 할 수 있을만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시민불복종운동의 사례 중에서도 무기를 든 사례가 있냐고 하셨는데, 무기가 아니고 선전도구라는 점은 바로 위에서 설명드린 바와 같습니다. 님이 죽창이라고 인지하고 있는 것은 최근 미국의 이민법 관련한 시위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피켓과 같은 용도입니다. 그것을 무기 대용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게 한 것이 이번의 강경진압이고요. (미국의 경우라도 아마 경찰이 평택과 같은 방식으로 공권력을 집행했다면, 시위대의 피켓은 각목으로 변해 휘둘려졌을 것입니다.) 경찰도 다쳤고, 그 과정에서 일부 흥분한 경찰이 폭력을 휘두를 수도 있는 거다라고 경찰은 얘기하지요? 그 마찬가지의 논리가 어째서 시위대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일까요?

그리고 평택 건과 관련된 모든 대응이 오로지 시위뿐이었다, 라는 논리는 잘못되었다는 점은 제 이전 글에서 이미 설명드린 바와 같으므로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지요.

3.

그러한 위험성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그 개인이 얼마나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느냐이겠지요. 그러한 올바른 가치관 성립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교육일 것이고요. 이 '악법은 법이 아니다'라는 신님을 가진 사람들이 행하는 저항행위가 2.번의 글에 있는 불복종운동이고요.

물론 이러한 소신이 가질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숙지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만의 판단만으로 그러한 결정을 내리지는 않고 여러 사람들이 모여 충분히 생각하고 토론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번 팽탹 건과 관련한 저의 행동은 그러한 검증의 과정을 충실히 거쳤다고 자부합니다. (물론 지금이라도 제 검증이 틀리다는 것을 누군가 증명할 수 있다면, 그러한 의견을 반영해서 이후의 나의 행동 방향을 다시 설정할 준비 역시 되어 있습니다. 님과 이러한 긴 글 나누는 것 역시 그러한 검증과정의 일부겠지요.)

4.

예, 경험치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 없음에 대해서는 저 역시 동의하고,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겠죠? 모두의 의견이 완벽하게 똑같다면 얘기할 필요도 없을 테니까요.

5.

마찬가지로, 저 역시 3번 글의 답변으로 대체합니다.

6.

'국가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삶을 짓밟는'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소망한다는 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시작한 동기와 계기 또한 바로 거기에 있었다는 사실을 잔하고싶군요.

7.

1) 평택 주민의 생존권 사수인가 2) 미군기지 확장 저지인가 3) 반미 혹은 미군의 무조건적인 철수인가? 아니면, 4) 다른 무엇인가?

네가지 명제를 던져주시고, 각각의 경우에 대한 대응점까지 말씀해 주셨군요.

이 부분에 대한 답변은 이미 여러 자료에 나와 있습니다. (범대위 공식 홈페이지를 방문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범대위의 전체적인 입장은 2.입니다. (이는 범대위의 공식명칭인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라는 명칭에도 잘 드러나 있습니다.) 다만 범대위는 여러 단체들의 연합체이다 보니까 각각의 단체들 사이에 미묘한 입장차이는 있을 수 있습니다.

1)의 문제제기에 대해, 남아있는 평택주민분들은 모두 보상의 액수가 문제가 아니고, 자신들의 손으로 손수 개척하고 일군 이 땅에서 그냥 농사짓고 살게 놔둬 달라라고 하십니다. 관련한 인터뷰기사도 많으니까 참조하세요.

팽성주민 인터뷰 모음 http://www.antigizi.or.kr/zboard/zboard.php?id=interview

2)의 문제제기에 대해, "평택 주민을 등에 업고 벌이는, 지금까지와 같은 식의 선동질과 언론플레이"의 실체가 무엇입니까? 평택 주민을 등에 업은 것이 아닌, 그 땅에서 계속 농사짓고 싶다라는 주민들의 요구와 미군기지 확장 저지라는 범대위의 요구가 결과의 면에서 동일하기 때문에 "연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평택의 모든 주민들이 이주에 동의하고 떠나갔더라도 미군기지 확장반대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무엇을 선동했는지도 모르겠고, 무슨 언론플레이를 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행정대집행 있기 전까지 범대위의 행동은 "선동"이 아닌 "선전"이었다고 생각하며 (선동 및 왜곡은 오히려 정부가 더욱 심했다고 생각합니다. 세금이 얼마가 더 든다느니, 남아있는 평택 주민들은 보상금 얼마 더 받아먹기 위해서 남아 있는 것이 아닙니다.) , 언론플레이는 오히려 그동안 너무 못했기 때문에 이 문제가 크게 알려지지 못했다라고 생각합니다. 행정대집행 이후에도 경찰은 전의경들에게 직접 댓글을 달라고 지시했으며, 이것 역시 "선동"이고 "언론플레이"입니다. (특히 실제로는 생각이 다르더라도 지시가 내려오면 복종해야만 하는 상명하복 문화의 군경조직 안에서의 지시라는 점에서 이는 더욱 심각한 문제입니다.)

3)의 문제제기에 대한 대답 역시 무수하게 많습니다. 이미 나와 있는 기존의 답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그 각각의 답에 대해서 반론을 제기하세요. 이유도 있고, 청사진도 있습니다.


8.

님의 답변글을 자세히 읽어보면, 제가 카메라문제는 개인일이니까 중요하지 않고 평택 문제는 국가적인 일이니까 중요하다, 라고 써 놨다는 전제하에 논리를 전개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제 글 어디에도 카메라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라고 직접 언급한 문구는 없습니다. 제가 하지 않은 얘기를 만들어내시는 것을 보고 저는 왜 님이 그러한 오해를 했을까를 생각해 봤으며, 그 생각의 결과 제 글에 있는 "개인적", "국가적"이란 용어를 님께서 "개인일은 하찮고 국가일은 중요한"으로 인식하셨기 때문에 그러한 논리를 펼치시는 것이다, 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러한 생각은 틀린 것입니다, 라고 말씀을 드린 것입니다. 제가 왜 카메라 건이 개인과 개인이 해결할 문제라고 생각하는지는 이미 답변드린 바 있고, 제가 오해할 만한 소지가 있다는 형태의 언급도 있고 해서 더 자세하게 들어가지는 않겠습니다.

그리고 제 입장에 대해 정리를 잘못 하셨습니다. 전 '큰거 한방'이면 다 해결된다는 주의가 아니라 모든 사안은 각각의 사안에 대해 따로 접근해야 한다, 입니다. 카메라 건과 관련되어서는, 저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하니 세세히 판정할 수야 없겠지만 님의 말씀이 사실이라는 전제 하에서 얘기하자면 범대위가 잘못한 것이고, 그러니까 가능한 조치들을 취하시라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정말 그것이 중요치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직접적으로 "어디 국가의 대사에 고작 카메라 따위를..."형태의 논리로 접근을 했겠지요.

자기 안의 작은 악조차도 제어할 수 없는... 이란 논리는 일견 타당해 보이나, 과연 그 작은 악이 어느 정도의 범위까지를 말하는 것이냐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로 빠질 소지가 높습니다. 또한 그 이야기는 거꾸로 경찰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이런일 저런일 봐 달라고 주는 뇌물 다 꿀꺽꿀꺽 받아 삼키는 경찰이 무슨 자격으로 엄정한 법 집행 운운하느냐"가 될 수도 있습니다. 평택 문제와 관련해서는, 그 사안 자체에만 집중해야겠지요. 범대위가 어떤 얘기를 하고, 그에 맞서 정부는 또 어떠한 논리를 가지고 있으며, 각각의 논리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그러한 지식에 의해서 판단을 해야 할 일이지 "범대위 저놈들은 카메라 도둑들이야", "경찰 저것들은 뇌물이나 받아 쳐먹는 것들이야"라는 가치판단이 앞서게 된다면 사안의 본질을 정확히 볼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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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08 12:02 2006/05/0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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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acked from
    • At 2006/05/08 14:02

    다음은 "반미 좀 하면 어때!" 뜨거운 감자 - 평택 미군기지 이전에서 시작된 일련의 댓글 가운데, 정신병자의 인터넷 정신병동 블로그로 이어진 댓글에 대한 두번째 답변 글입니다.1. 님은 '여담'

  1. 이글을 읽으니 12월이 생각나며 눈물이 나네요. 정말로 눈물이 나네요.

  2. 안녕하세요- 블로그가 없는 카방군입니다. 궁금한 게 있는데요. 깃대를 이용해서 찌르는 것과 방패로 미는 것이 동일한 이유를 좀 알려주시겠어요?

  3. 카방군//방패로 미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경찰들은 방패끝을 뾰족하게 갈아서 눕혀 찌르는 방식으로 시위대를 '공격'하고 있었습니다. '방어'개념의 방패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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