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5/08/04 15:08
Filed Under 이미지적 인간

앤아버에서의 2주간의 시간을 보내고 홍실이가 있는 보스턴으로 향했다. 월 1200불짜리 집에 사니라(글애두 이게 보스턴에서는 젤루 싼 축에 속한다구 한다.) 곤궁한 생활을 하고 1달러에 12개짜리 라면을 사먹는 홍실이에게 한국에서 직접 신라면등을 공수해서 갔다.

 

말투가 씨니컬하기 그지 없지만 후배들에 대한 사랑이 깊은 선배는 싸가지 없는 후배들을 위해 락포트의 해변으로 1박 2일의 여행도 준비하고 와인과 맥주, 쌀 한포대 등등을 마련해 놓으셨다. 감사할 따름이다.

 

#1.

 

주말 락포트로의 여행은 정말 즐거웠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대서양 바다에서 해수욕도 하고 모래사장에서 일광욕을 하며 잠도 한숨 잤다. 캔디 공장도 가고 아기자기한 기념품 구경도 하는 잼난 시간이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비싸 먹지도 못하는 연어와 랍스터를 실컷 먹은 것은 평생 드문 사건이었다.

 

하지만 한켠에서는 바다에 떠 다니는 비싼 요트나 거의 찾아 보기 힘든 유색인종이 마음에 걸렸다.

 

#2.

 

보스턴은 흔히들 미국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라고 한다. 그런 만큼 많은 원주민들의 투쟁과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는 자본주의에 대한 저항이 시작되었던 곳이다. 보스턴에서는 이런 저항의 역사들과 공장지대인 로웰 지역이 보고 싶었다. 하지만 보스턴은 곳곳이 공사판이고 이런 역사들에 대한 보존은 허술하기 그지 없었다.

 

물론 미국의 역사를 반증하는 오래된 건물이나 성당들이 곳곳에 즐비하기는 했지만 관광객들이 많이 간다는 미국의 헌법 박물관이나 사무엘 아담스의 묘지 등등을 가고 싶지는 않았다. 퀸시 마켓과 시내를 한번 둘러보는 것으로 시내 관광은 가볍게 마쳤다. 

 

#3.

 

선배의 이사를 살짝 도와주느라 들른 연구소의 풍경이 보스턴에서 본 것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다. 아침 9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자율적으로 출근하고 퇴근하는 그들의 모습과 자유스럽고 편해보이는 복장, 방학이라고 텅 비어있는 사무실은 부러워보였다.

 

하고 싶은 일 하면서 공부하고 연구하기에는 여기만큼 좋은 곳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친구왈... '너는 넘 심심해서 못 살아.' (ㅡ.,ㅡ;:)

 

#4.

 

하지만 관광객으로 넘쳐나는 하버드의 풍경과 돈지랄을 해서 대리석으로 장식된 하버드 의대 건물을 보자니 한편 질리기도 했다. 이런 곳에서 도대체 어떻게 공부를 한단 말인가?

 

#5.

 

보스턴에서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락포트에서는 그렇게 보기 힘들던 유색인종들이 가득한 것도 그렇고 낡고 지저분한 지하철과 도로 등등... 미국은 피부색에 따라서 사는 곳도 다르고 생활 양식도 다르고 가는 마트도 다르고 먹는 것도 다른 모양이다. 젠장 진짜 웃긴 나라다.

 

글고 미국은 '공공'이란 개념이 없는 나라였다. 의료제도다 산재보험제도의 민영화로 인한 폐혜를 많이 배우고 보았지만 이건 좀 심하다 싶었다. 도로나 지하철이나 거리나... 공공의 영역에서 관리가 필요한 부분은 정말 허술하기 그지 없었다. 사회가 운영되는데 있어서 기본적인 인프라가 너무 부족하고 여기에는 절대 투자하지 않는 다는 것이 너무나도 뻔하게 눈에 보였다.

 

도대체 이 나라는 어떻게 굴러가는 걸까? 이렇게 자기 살길 찾아서 개별적으로 살아가고 공공이란 것이 없는 나라가 당장에 무너지지 않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아마도 살아남기 위한 자본이 미국 밖으로 진출하고 다른 나라에서 노동 착취로 이윤 창출하면서 살아 남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이 미친듯이 전쟁할 곳을 찾아 다니고 전쟁을 일으키는게 미국 자본주의가 살아남기 위한 유력한 길 중에 하나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라도 안하면 당장 무너질 것만 같은 위기감... 미국은 그런 나라 였다.



O. 아기자기한 락포트의 상점거리... 홍대스런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곳에도 어김없이 성조기는 휘날리고 있었다.


 

O. 맑고 파란 대서양 바다. '배는 사서 타야 한다'는 초등학교 6학년인 홍실이 조카의 일기가 미국 사회의 단편을 그대로 보여준다.


 

O. 투명하기 그지 없는 바다


 

O. 저런 별장은 도대체 누구의 것일까?

 

O. 여기도 휴가철이 피크인지라 사람들은 많았다.

 

 

O. 요리방법이 잔인하기 그지 없었지만 색깔도 이뿌고 맛도 좋았다.


 

O. 보스턴의 극장가


 

O. 보스턴의 항구


 

O. 절대 다 먹을 수 없을 것 같은 초코렛 하드... ㅠ.,ㅜ


 

O. 보스턴의 남대문 시장인 퀸시 마켓. 빵에 담아 파는 클램차우더(조개크림스프 쯤 됨)가 맛있었다. ㅋㅋ


 

O. 보스턴 시내의 커먼파크에 있는 놀이터... 분수에도 개굴이 놀이터에도 개구리.


 

O. 하버드 대학에 있는 하버드의 동상. 왼발만 금색인 이유는 이걸 만지면 시험을 잘 본다는 미신에 사람들이 다들 만져서 달았기 때문이다. 미신을 실험하고자 올해 말 전문의 시험을 봐야하는 나는 기꺼이 발을 쓰다듬어 줬다. 시험 잘 볼라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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