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8/06/23 11:04
Filed Under 이미지적 인간

까먹고 있다가 알았다. 몇 개월전 우울하던 즈음에 예약해 놨던 공연이 있다는 사실을.

 

예매확인 문자를 받고, 허거덕 놀라서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다. 그나마 다행이지 모야. 한장만 예매를 해 놓은 덕에 표 한장을 날리거나 누군가를 바람맞힐 일도 없었으니 말이다.

 

일요일의 날씨 좋은 예술의 전당. 음악분수에서는 사운드 괜찮은 음악과 가족단위로 놀러나온 사람들 각종 외제차를 몰고 공연보러온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이런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이 극소수라는 사실이 살짝 맘에 걸리고 내가 이래도 되나 싶기는 하지만, 몇년만의 클래식인지 기억도 안난다. 우울한 그날 첼로 소리가 너무너무 그리웠다는. ㅠㅠ

 

로스트로포비치의 사후 현존하는 최고의 첼리스트라는 미샤 마이스키와 드레스덴 필이라는 독일 오케스트라의 협연이었다. 당근 미샤 마이스키의 연주를 듣고 싶은 마음에 예매를 했던 것이다.

 


 

미샤 마이스키가 연주는 솔직히 내 취향은 아니었다. 나는 카잘스의 중후하고 가슴을 울리는 듯한 첼로를 좋아하는데 마이스키의 연주는 첼로를 바이올린처럼 다룰 정도의 기교와 테크닉이 뛰어난 연주였고 소리는 좀 더 가볍게 느껴졌다. 취향은 아니지만 연주를 하는 동안의 열정과 앙코르로 바흐의 무반주 첼로 1번을 연주하는 센스는 진짜 끝장이었다. 귀여운 할배.

 

마이스키의 특징을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살짝 실망을 할 무렵,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근데... 오케스트라가 장난 아니었다. 약간 무거운 듯 하면서도 진지함이 느껴지는 소리라고나 할까? 첼로 협연을 하기에는 꽤 규모가 커서 살짝 걱정했는데, 마이스키라는 개성이 강한 협연자를 만나서도 눌리지 않더라. 더군다나 70세가 넘었다는 지휘자인 프뤼벡 아저씨의 힘찬 손놀림이라니.

 

오케에 대한 호기심이 생길 무렵 협연이 끝나고 오케스트라의 브람스 교향곡 4번이 연주되었다. 대중적인 레퍼토리이긴 한데, 드레스덴 필은 참으로 연주를 정식대로 군더더기 없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관악기들의 맑고 깨끗한 소리와 울림이 완전 감동이더라는.

 

연주가 끝나자 마이스키 때 보다도 더 열광적인 박수가 터져나왔고 기립박수를 치는 사람도 많았다. 여기에 신난 오케가 헝가리 무곡을 연주하고 지휘자 할배는 관중들의 박수를 지휘하는 위트를 발휘하기도 했다. 두번째 앙코르는 잘 모르는 곡이었는데 프로그램 북을 보니 지휘자가 즐겨 사용하는 스페인 음악일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굉장한 기교가 필요한 곡이던데 그것 역시 부드럽고 이쁘게 소화하더라는.

 

간만에 기분 좋구 여유있는 일요일 밤이었다. 그 맑고 따뜻한 음색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두번째 앵콜곡은 히메네즈에 루이 알손소의 결혼 중 간주곡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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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3 11:04 2008/06/2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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