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8/06/10 09:19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1.

 

부러진 손가락만큼 늦어진 업무 처리 속도. 약간의 통증과 저림보다 더 불편한 것은 원하는 데로 손가락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가라앉는 마음. 손가락이 다쳐서인지 일이 잘 안 되서인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점점 게을러진다. 화이팅이 필요하다.

 

#2.

 

처음 가 본 전주 영화제. 보고 싶은 영화표를 구하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줄을 서고 하루 4편의 영화를 봐가는 과정이 즐거웠다.

 

#3.

 

학교 수업시간에 처음 배웠던 광우병. 프리온이라는거 때문에 생기는 병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교수님은 '인간의 욕심이 부른 질병'이라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이상하고 긴 사람의 이름을 따서 만든 이름을 잘 못 외우는 나는 10년전 병에 대해 배우면서 '무섭구나'라는 생각과 '설마 내 평생 볼 일이 있겠어?'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그리고 인턴 시절 중환자실의 격리실에 있던 CJD 환자의 드레싱을 하면서 평생 못 볼 줄 알았던 환자를 보고말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환자는 인간 광우병일 수도 있고 그냥 자연 발생적인 CJD인지 확인이 되지는 않았지만 드레싱을 하러 가면서 항상 특별히 감염을 신경쓰고 조심조심 처치를 하던 긴장에 대한 기억이 있다.

 

인간광우병에 대한 위험이 언론에 의해 확대 재생산 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소위 우리 바닥에서 이야기 하는 risk communication이라는 것에 대한 고민도 살짝 들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 한명에게서라도 문제가 생기면 안 된다는 것이다. 피할 수 있는데 한명이 생기는 것은 결국 그 한사람에게는 100%이기 때문이다. CJD의 유병률이 100만명에 한명이라지만 그 한명은 결국 죽는다.

 

축산 자본을 믿지 못하고 이를 통제할 정부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거나 risk communication을 따지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4.

 

'미친고 먹고 민영의료보험으로 돈 없어 죽거든 대운하에 뿌려다오'

 

눈에 확 들어온 피켓

 

#5.

 

아~ 술 땡긴다. 기브스만 풀고 나면 흉 안 될 친구 하나 불러서 술먹고, 수다떨고 주정도 부려야겠다.

 

#6.

 

아~ 산에 가고 싶어 죽겠다. 산에 갔다 워낙에 잘 넘어지는 체질이라 기브스를 한 상태로 가기는 좀 걱정이 된다. 기브스 풀면 바로 산으로 가야 겠다. 땀도 흘리고 숨도 하악하악 쉬어보고 싶다.

 

#7.

 

어쩐지 의협이 광우병의 위험하다는 성명을 내는게 이상하다 싶었다. 결국은 의협답게 행동할 거면서 말이다. 쳇

 

#8.

 

또 다시 사내하청 노동자가 지게차에 깔려 사망했다. 우리 부산연구소 상근동지의 대학 동기이기도 하고, 마창산추련의 회원이기도 했던... 비정규직을 열심히 조직화 해 보겠다고 덤비던 젊은 목숨이 또 하나 죽었다.

 

문득, 작년 사고가 난 현장의 정규직 노동조합의 안전 교육을 갔던 때가 생각났다. 우리 사주제로 주식이 배분되고 배분된 주식이 빈부 격차를 늘리고 노동자들 사이의 관계마저 박살냈던 그 현장. 무시무시하고 커다란 것들이 공장 곳곳에 놓여져 있고 그 넓은 공장 어디에선가 흩어져서 눈에 띄지도 않게 일하던 노동자들이 점심시간에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던 모습.

 

마치 나랑 잘 알고 지내던 친구가 죽은 것처럼 마음이 아프다.

 

#9.

 

언젠가 만화책을 확 끊었던 것처럼 담배 다시 끊기. TV 끊기 (특히 드라마). 다이어트 하기. 게을러지는만큼 늘어나는 체중이기도 하고 답답한 만큼 늘어나는 담배이기도 하다. 지금은 자신없지만 다시 담배도 끊고, 드라마 보면 보내는 시간도 줄이고, 늘어난 체중도 회복하고 싶다.

 

#10.

 

여전히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에 설레어 하기도 하고 또 그것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33살의 친구. 그렇게 얘기라도 할 수 있는 친구가 살짝 부러웠다.

 

#11.

 

참으로 따뜻했던 그 밤의 느낌. 무언가를 더 얘기하고 싶었지만 참았던 그 밤. 아쉬운것 같기도 하고 여전히 궁금하기도 하고 확인을 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할 거라는걸 잘 아는 나. 머리속을 비집고 나오는 생각을 억지로 쑤셔 넣으며 먹먹해진 가슴을 꽁꽁 숨기고 다시 한번 한숨을 쉰다. 가슴이 철렁했던 날 따뜻했던만큼 먹먹해져서 마취를 한 것처럼 멍한 가슴. '봄날은 간다'가 귓가에서 맴도는 요즈음.

 

#12.

 

아메바처럼 움직이는 군중들. 서울의 빌딩 숲 사이를 막히면 흐르듯 나뉘다가 다시 뭉치면서 그렇게 흘러가는 사람들. 거리를 지날때마다 어김없이 늘어나는 물결들... 87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누구는 68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누구는 그들의 계급성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발랄한 자발성과 즐거움이 건강하게 느껴졌다. 이 성과가 그냥 또 어딘가에 쌓이거나 버려질 수 있는 현실에서 좌파의 무능력이 안타깝지만 무능력하다고 느끼는 만큼 한발짝 나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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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0 09:19 2008/06/1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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