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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언론이 통합진보당에 사과하지 않는 이유

진보언론이 통합진보당에 사과하지 않는 이유
(서프라이즈 / 천의무공 / 2013-03-31)

 


 

다른 건 다 접어두고,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과 관련하여 명백히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한 것이 드러난 것만도 무수히 많았다. 그에 대해 통합진보당이 진실보고서를 만들어 소상하게 해명한 지도 오래되었고, 편견없이 읽어본다면 언론보도가 얼마나 왜곡되었는지를 이해하는 데 조금도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언론의 사과는 간헐적인 몇명에 그치는 것일까? 그들도 이제는 사태의 진실을 어렴풋이 알게되었을텐데, 왜 솔직한 인정을 하는 사람은 여전히 드문 것일까? 나의 판단은 이렇다.

사과는 사람의 발등을 밟은 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칼로 사람을 찔러 죽여 놓았다면, 과연 사과를 할 수 있을까? 오해로 무고한 사람을 찔러 죽인 것을 뒤늦게 알아차리게 됐다면, 과연 사죄하고 그에 따르는 책임을 지겠다고 나설 수 있을까? 더구나 그 짓을 혼자 한것도 아니고 여럿이서 함께 찌르고 때렸으므로 입을 닫고 있으면 여전히 묻어갈 수 있는 상황이라면.

통합진보당의 진실보고서, 김인성 교수를 비롯한 양심적 시민들의 증언, 서슬퍼런 검찰이 내놓은 수사결과 등을 전혀 모르지는 않을 진보언론 기자들의 마음 속은 어떤 것일까? 첫째는 아마도 심리적 자기방어기제가 작동할 것이다.

자신의 행위가 얼마나 끔찍한 짓이었는지를 정면으로 인정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보다는, 자기 합리화의 편안함을 본능적으로 추구할 것이다. 즉, "뭐 지금와서 경선부정의 증거로 대서특필된 주민번호조작, 소스코드조작, 집단적 조직적 대리투표 등이 사실이 아니라해서 그게 뭐 중요해. 어차피 이석기 김재연의원이 정치적 책임을 지라고 한건데 그걸 거부해서 문제가 된거지" 이런 논리로 합리화한다. 천편일률적으로 다 같다. 헛웃음이 나온다. 기가 막혀서.

 

 

정치적 책임? 정치적 책임의 근거가 된 것이 앞서 언급한 엄청난 엉터리 주장들 아니었나? 진상조사보고서라는 폭탄을 던져 국민여론을 일순간에 몰고 간 주요 내용들이 이제는 다 오해였음이 해명되었고, 먼지털이식 수사로도 기소조차 할 수 없었다. 그 진상조사보고서의 내용이 너무나 부실하고 선입견과 악의적 의도로 점철되어 있음이 처음부터 너무 명확했기에 그 것을 토대로 정치적 책임을 질 수는 도저히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사태 발생 후 며칠만에 그 내용들을 차례로 반박하고 해명했으나 그런 회견장에는 기자들이 코빼기도 비추지 않았다. 오직 확인된 근거도 없이 무조건 폭로부터 하고 보자는 그런 묻지마 의혹제기에만 피냄새를 맡은 하이에나 떼처럼 달려들어 보도하지 않았나?

잘못된 보도를 토대로 형성된 오도된 여론을 소위 '국민눈높이'라며 마치 무슨 금과옥조인양 따를 것을 강요하지 않았나? 부정경선의 증거라며 제시했던 주요 내용들의 사실 여부와 정치적 책임은 둘로 나눌 수 없는,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심각한 부정경선이 만연한 것이 사실이라면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있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정치적 책임을 묻는다는 근거 자체가 원인 무효가 되는 것이다. 이제와서 통합진보당 경선 수사 결과 당권파의 경우 검찰의 부풀리기 기소로 경미한 사례들을 엮어 넣은 것 외에는 심각한 부정 사례가 없음을 잘 알면서도 여전히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 핵심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말 비겁한 자기합리화이다.

마지막으로, 심지어 아무리 경미해도 정치적 책임을 졌어야 한다고 박박 우긴다해도, 도대체 김재연 의원은 무슨 정치적 책임이 있는 것인가? 아무도 김재연의원이 왜, 어떠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지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저 이석기 김재연 무조건 사퇴, 이러니까 너도 나도 앵무새처럼 사퇴해, 사퇴해 이런다. 어떤 언론도 김재연 의원이 왜 패키지로 엮여야 하는지 설명한 적이 없다. 종북몰이에서도 도대체 김재연 의원은 아무런 발언조차 한 적이 없는데 항상 패키지 대접이다. 지난 통합진보당 사태는 언론의 비이성적 휩쓸리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우리 현대사의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정치적 책임이란 사실관계가 제대로 선 후에 물을 수 있는 것이다. 억울한 누명을 씌워 모함해놓고, 이건 사실이 아니다, 먼저 진실을 가린 후에 책임을 져도 지겠다는 사람들한테, 마치 의원자리가 탐나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파렴치한 이어서 사퇴를 안하는 것처럼 몰아부쳐 인격살인까지 덧붙였다. 전 국민들에게 성토당하며 사면초가로 하루 하루가 가시방석이었을 그들이 그 자리가 탐나서 버텼던 거라고 매도까지 한 것이 진보언론이다. 진보언론이 통합진보당 사태에서 한 일은 분위기에 휩쓸려, 선입견에 사로잡혀, 무고한 진보주의자를 정치적으로, 인격적으로 살해한 사건이다.

사람을 죽여놓고 뒤늦게 사과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그것을 하지 않으면 당신은 박정희보다, 전두환보다 나을 것이 하나도 없다.

 

천의무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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