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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지어 미세먼지 막겠다?’ 자유한국당의 황당 주장

탈원전은 이제 첫 발 뗐는데…“탈원전 정책이 미세먼지 주범”이라는 나경원

남소연 기자 nsy@vop.co.kr
발행 2019-01-16 18:55:03
수정 2019-01-16 18:5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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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책위-안전안심365특별위원회 연석회의에서 나경원 원내대표와 참석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책위-안전안심365특별위원회 연석회의에서 나경원 원내대표와 참석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시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15일 자유한국당이 난데없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소환했다.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력 발전소 대신 화력 발전소 비중이 증가해 미세먼지가 더욱 심해졌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기회에 탈원전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위-안전안심 365특별위회의'에서 "탈원전 정책이 미세먼지의 주범 중 하나"라며 "노후화된 화력 발전소는 미세먼지의 주범이라고 하는데 지금 화력발전소를 7기나 새로 짓고 있다. 결국 화력 발전소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회의에 참석한 김승희 의원도 "침묵의 살인자, 최악의 미세먼지로 국민들은 때아닌 정부의 외출자제 안내를 받고 감옥 생활을 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는) 미세먼지 발생 최대 주원인인 석탄발전소는 조기폐쇄하지 않고, 엉뚱하게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고 트집을 잡았다.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이날 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미세먼지'라는 단어를 언급한 횟수는 총 61번. 미세먼지 대란을 빌미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라고 그야말로 '총공세'를 퍼붓는 셈이다.  

이 기세를 몰아 자유한국당은 16일 탈원전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예종광 칭화대 교수 초청 조찬 간담회에서 "탈원전 정책을 국민 투표 과정을 거쳐 유지할지 폐지할지 국민 의사를 물어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앞으로 국민투표 성사를 위한 행동지침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양수 원내대변인 명의로 낸 논평에서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몽니 수준'이라고 깎아 내리며 "청와대와 정부가 탈원전 몽니를 끝내 꺾지 않는다면 국민의 의사를 물어볼 수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탈원전 정책이 미세먼지 주범? 
자유한국당의 주장 사실일까
 

미세먼지가 매우 나쁨으로 나와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곳곳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지난 14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미세먼지가 매우 나쁨으로 나와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곳곳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지난 14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정말 자유한국당의 주장대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미세먼지가 심해진 걸까. 반대로,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면 미세먼지가 사라지기라도 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일단 정부의 정책은 원전을 없애고 그 자리에 석탄화력발전소를 채우겠다는 게 아니다.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를 모두 점차 줄여나가고 신재생 에너지를 늘리는 게 목표다.

더욱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수십 년간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정책으로 이제 막 첫 발을 뗀 셈이다. 아직 제대로 시행도 안 된 정책이 미세먼지 증감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의 일환으로 노후화된 월성 1호기를 폐쇄하고 신고리 5·6호기의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공약했지만, 공론화위원회의 건설 재개 권고에 따라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재개한 바 있다. 

현 정부에서만 하더라도 4기의 원전이 새로 가동되고, 원전의 수와 발전용량이 더 늘어나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실제로 원전 수가 줄어드는 것은 다음 정부부터"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자유한국당의 공세와 달리 오히려 정부는 탈원전 정책에 소극적인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도 16일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자유한국당의 주장처럼) 석탄발전(비중)이 늘어났느냐? 늘어나지가 않았다"라며 "그리고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핵발전소 숫자가 현격하게 줄었느냐? 그런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그런 면에서 자유한국당 주장들은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미세먼지 때문에 전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상황인데, 이런 상황에 편승해서 문제를 침소봉대한 전형적인 예"라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의 '기승전-탈원전 반대'에 
민주당 "국민들 고통받고 있는데 정치공세하나"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해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 4호기 건설재개 범국민 서명운동본부 발대식’에 참석해 탈원전 반대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자료사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해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 4호기 건설재개 범국민 서명운동본부 발대식’에 참석해 탈원전 반대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자료사진ⓒ정의철 기자

당장 여당에서도 자유한국당을 향해 "허황된 거짓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원전 비중 감축은 앞으로 70년간 단계적으로 시행될 정책이다. 당장 2024년까지 5기의 원전이 추가로 건설된다"고 말했다. 원전이 당장 줄어든 게 아닌 만큼 탈원전 정책으로 미세먼지가 악화됐다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박광온 최고위원 역시 "우리나라 석탄발전 비중과 석탄발전으로 인해 생긴 미세먼지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는 것은 통계를 통해서 나타나고 있다"며 "원전 축소로 석탄 화력발전을 더 돌렸다는 주장 자체도 실상과는 거리가 먼 거짓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박 최고위원은 "국민이 미세먼지로 고통을 받고 있을 때 자유한국당은 이를 정치공세로 쓰면서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국민들이 생각하지는 않는지 생각해보기를 권한다"고 충고했다.

한편, 자유한국당의 '탈원전 정책 시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자유한국당은 기록적인 폭염을 기록한 지난해 여름에도 전력 수급 불안을 우려하며 모든 책임을 탈원전 정책 탓으로 돌렸다. 불과 두 달 전에도 대만에서 모든 원전을 가동 중단하는 법안이 국민투표로 폐지된 것을 빌미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헌석 대표는 "자유한국당을 두고 '기승전-탈원전 반대'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며 "시시때때로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탈원전 정책을 반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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