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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경전철 자료 거짓…박원순은 속았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3/08/01 12:08
  • 수정일
    2013/08/01 12:0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정책쟁점 일문일답] <43> 경전철 사업 철회가 최선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8-01 오전 11:48:14

 

1. 박원순 서울시장이 경전철 확대 재추진에 대한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추진할 의사를 재확인했다고 하네요.
⇨ 박 시장은 지난달 30일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경전철을 포함한 도시 철도는 시민에게 가장 필요한 "(교통) 복지"라며 다른 것은 다 줄이더라도 이것은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그는 다른 지자체가 추진한 경전철 사업이 세금 낭비라는 비판을 받는 데 대해 서울시는 논란이 되고 있는 다른 지방 도시와는 차원이 다르다며, 1000만 명이 사는 서울을 이들 도시와 비교할 수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또 그는 파리에서는 어느 지점에 서 있어도 지하철역 출구가 보인다며 경전철 확대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관련 기사 : 박원순 "경전철, 세금 먹는 하마 아냐"…과연 그럴까?)

2. 박 시장은 파리에서는 어느 지점에 서 있어도 지하철역 출구가 보인다고 주장했는데요.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에서 할아버지 4인이 파리를 여행하는 것을 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습니다. 통계를 통해 파리와 서울의 지하철을 비교해 보면 어떤 결과가 나옵니까?
⇨ 지난달 31일 서울시로부터 시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지 않은 54쪽 분량의 문서 파일을 받았습니다. 문서 제목은 '서울시 도시 철도 종합 발전 방안'인데요. 지난달 24일 서울시가 15쪽 분량의 보도자료를 발표할 날, 박 시장이 기자들 앞에서 설명한 자료라고 합니다. 이 문건이 인용한 자료들을 추적해 보면 파리에서는 어느 지점에 서 있어도 지하철역 출구가 보인다는 박 시장 주장이 전혀 근거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 많이 궁금합니다. 파리 도시 철도의 진실은 무엇입니까?
⇨ 이 문건 5쪽을 보면 런던, 파리, 도쿄, 그리고 서울의 도시 철도 연장(길이)을 비교한 도표가 나옵니다. 그리고 그 도표 아래에는 자료 출처가 "World Metro Database(세계 지하철 데이터베이스)"라고 표시되어 있습니다. World Metro Database(WMD)에는 어떤 자료들이 들어 있을까요? 반갑게도 뜻밖에 풍부한 자료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 자료에 담긴 내용을 보면 서울의 1만 명당 도시 철도 길이는 0.33km로, 자료 확보가 가능한 137개 도시 중 21번째로 길었습니다. 반면 파리는 0.22km로 42번째에 그쳤습니다. 파리에서는 어느 지점에 서 있어도 지하철역 출구가 보인다는 박 시장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입니다. 박 시장 주장이 옳다면 <꽃보다 할배>에 출연해 파리를 체험한 4인의 할아버지들과 그를 돕는 40대 연예인이 그렇게 많은 고생을 했겠습니까?
 

▲ 지난달 24일 도시 철도 기본 계획을 설명하고 있는 박원순 시장. ⓒ프레시안(김하영)


4. 지난달 24일 서울시는 경전철 재추진과 관련된 15쪽 분량의 보도자료를 내면서 파리의 도시 거주자 1인당 도시 철도 길이가 0.43km이고 서울은 0.31km라 주장하지 않았던가요?
⇨ 황당한 것은, 서울시가 파리의 도시 거주자 1인당 도시 철도 길이를 발표하면서 그 출처를 "World Metro Database"로 표시했는데 그 내용은 WMD와 전혀 달랐다는 것입니다.

5. 자료의 출처는 World Metro Database인데 그 내용은 WMD와 전혀 달랐다? WMD 자료에 오류가 있었던 것 아닐까요?
⇨ 만에 하나 WMD 자료에 오류가 있다면 서울시가 WMD 자료를 쓰면 안 되는 겁니다. 또 WMD 자료를 쓰면서 WMD의 오류를 수정하려면 WMD에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고, 이를 오류라고 판단하고 수정한 근거가 무엇인지 보고서에 확실히 기재해야 합니다. 그러나 서울시는 그런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았고 임의로 WMD 수치를 변경했습니다.

6. 갈수록 World Metro Database 자료가 궁금해지는데요. WMD에 실린 137개 주요 대도시 거주자 1인당 도시 철도 길이를 좀 더 상세히 소개해 줄 수 없나요?
⇨ 아래 도표가 WMD의 자료 일부입니다. 이에 따르면 영국 런던(인구 857만 명)의 1인당 도시 철도 길이는 0.47km로 137개 도시 중 11번째로 깁니다. 그러나 미국 뉴욕(인구 1900만 명)은 0.19km로 51위에 그치고 있고, 로스앤젤레스(인구 1250만 명)는 0.05km로 123위에 그치고 있습니다. 일본 오사카(인구 1130만 명)도 0.12km로 78위에 그치고 있고, 호주 시드니(인구 433만 명)는 0.05km로 121위에 그치고 있습니다.

주요 대도시 거주자 1인당 도시 철도 길이

순위

 

도시

 

1인당 도시 철도

길이(km)

 

인구

(만 명)

 

1

 

스톡홀름

 

0.84

 

126

 

11

 

런던

 

0.47

 

857

 

16

 

베를린

 

0.43

 

341

 

19

 

부산

 

0.38

 

348

 

21

 

서울

 

0.33

 

980

 

22

 

싱가포르

 

0.33

 

444

 

25

 



 

0.32

 

232

 

36

 

홍콩

 

0.24

 

721

 

37

 

바르셀로나

 

0.24

 

492

 

42

 

파리

 

0.22

 

990

 

43

 

대구

 

0.22

 

246

 

51

 

뉴욕

 

0.19

 

1900

 

55

 

헬싱키

 

0.19

 

112

 

57

 

시카고

 

0.19

 

899

 

69

 

나폴리

 

0.14

 

225

 

71

 

광주

 

0.14

 

144

 

73

 

보스턴

 

0.14

 

447

 

78

 

오사카

 

0.12

 

1130

 

83

 

인천

 

0.12

 

255

 

108

 

시애틀

 

0.07

 

307

 

121

 

시드니

 

0.05

 

433

 

123

 

로스앤젤레스

 

0.05

 

1250

 

136

 

디트로이트

 

0.01

 

410

 

출처 : World Metro Database

7. 서울시는 시내 도시 철도 길이가 선진국에 비해 매우 짧다고 주장했는데요. 이 자료를 보면 서울시가 의도적으로 진실을 은폐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박 시장이 경전철 추진론자들에게 속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박 시장이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합니까?
⇨ 제가 박 시장에게 권하는 최선책은 경전철을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하는 겁니다.

8. 차선책은 무엇입니까?
⇨ 서울시가 지난해 하반기에 발표한 '2012~2016 중기지방재정계획'에 따르면, 시는 내년도 도로 건설비로 6275억 원을 책정해 놓았습니다. 2015년도에는 6351억 원을, 2016년에는 4506억 원을 책정했습니다. 박 시장이 굳이 경전철 사업을 추가로 하겠다면 이 도로 건설비를 반 토막 내서 경전철 사업비로 비축하고 시민들의 동의를 얻어서 한 개 정도의 시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차선책으로 권하고 싶습니다. 단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그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이 사업을 추진하기 이전에 그 재원은 전액 계획된 도로 건설비를 삭감하여 조달해야 합니다. 둘째, 지금처럼 시민을 속이는 경전철 관련 보고서는 전부 폐기하고 새로운 연구팀으로 새로운 검토 보고서를 작성해서 그것의 타당성을 검증해야 합니다. 셋째, 새로 만들어진 보고서 원본은 1000만 서울 시민들에게 다 공개되어야 하고 시장은 시민들 대다수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9. 지난달 24일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시 도시 철도 종합 발전 방안'에는 어떤 내용의 재원 조달 방안이 들어 있습니까?
⇨ 그 문건에 따르면 9개 경전철을 추가로 건설할 총 사업비는 8조5533억 원입니다. 이 중 3조9494억 원은 민자로, 3조550억 원은 서울시가, 1조1723억 원은 중앙 정부가 부담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10. 박 시장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짧게 전해 주시죠.
⇨ 며칠 전에 제가 다른 칼럼에서 썼던 문구를 그대로 박 시장에게 전해 주고 싶습니다. "그 어느 것도 진실 위에 설 수 없습니다. 또 투명하지 않은 그 어떤 행정도 성공할 수 없습니다." 박 시장이 무분별한 경전철 추진론자들에게 속아서는 안 됩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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