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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당선자 향한 여성들의 호통 “여가부 폐지, 기회 줄 때 철회하라”

여성폭력 피해지원 전국 현장단체 535곳 공동행동 나서

 
여성폭력피해자지원현장단체연대 관계자들이 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열린 '성평등 관점의 여성폭력방지 전담부처 반드시 필요하다'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가정폭력이 부부싸움이고, 불법촬영물이 국산야동이던 시절을 기억하는가.”
“여성폭력 피해자들은 여전히 법의 테두리 바깥에 있다.”
“여성가족부 업무가 이관될 뿐 폐지는 아니라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라.”
“성평등 관점없는 업무이관 반대한다! 성평등 관점없이 여성폭력 해결없다!”

7일 오후 2시 서울 통의동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근에서 여성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했다.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 공약을 지키겠다는 윤 당선자와 인수위에 경고하기 위해 여성들이 집회를 열었다.

특히 이날 집회는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사이버성폭력 등 여성폭력 피해자를 일선에서 만나고 있는 전국의 현장 단체 535곳이 모여 공동행동에 나섰다는 데 의미가 깊다. 여성이 경험하는 차별과 폭력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성차별임을 몸소 겪은 이들이다. 인수위 앞에서 색색의 단체 깃발을 펄럭이며 현장 단체와의 만남을 피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현장의 열기는 봄볕보다 뜨거웠다. 유튜브 생중계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주최 측 추산 온·오프라인 1천여 명이 집회에 참가했다. “집회하기 좋은 날씨”라는 발언에 그동안 홀로 삭혀왔을 분노가 함성으로 터져나왔다. “오늘은 입장문을 읽는 것으로 끝나지만,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심판 받을 것”이란 발언에 가장 큰 환호가 쏟아졌다.
 
여성폭력피해자지원현장단체연대 관계자들이 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열린 '성평등 관점의 여성폭력방지 전담부처 반드시 필요하다'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이날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정부 조직개편 논의를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미루겠다며 여가부 폐지 공약을 유보하는 태도를 취했지만, 이들은 “달라진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지방선거 전까지 여가부 장관을 꼭두각시 세워두면 뭐하나”라며 “달라진 건 없다”고 지적했다. 도경은 전국가정폭력상담소연대 활동가는 “자신의 행보에 용이하고자 정부 조직개편을 지방선거에 이용한다”라고 비판했다. 최현진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활동가는 “주워담기 민망해도 기회 줄 때 정권교체용 공약을 철회하라”고 꼬집었다.

“법무부로 업무 이관? 사법제도 바깥 여성 폭력 많아”

여가부 업무를 법무부·복지부 등 각 부처로 이관한다는 인수위 측 논의 방향에 참가자들은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 폭력 피해자 지원 업무의 경우 법무부로 이관될 가능성이 큰데, 사법제도 안에 포섭되지 않는 여성 폭력 피해자가 많다는 취지다.

성매매당사자네트워크 뭉치의 한 활동가는 대독을 통해 “현행법은 성매매 여성을 처벌 대상으로 치부하고 있다”며 “여가부 폐지를 검색하면 성매매 합법화란 연관 검색어가 뜬다. 현장에서 곧 성매매특별법이 폐지되냐고 묻더라”고 말했다. 이어 “여가부는 성매매를 성착취로 보고 탈성매매를 지원한다. 여가부의 지원이 있었기에 ‘착취를 착취’라고 우리도 목소리 낼 수 있었다”고 호소했다.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 뜨락의 허순임 시설장은 “가정폭력방지법은 피해자 인권보호가 아닌 가정 보호가 목적”이라며 “신고해도 99%가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는다. 2019년 기준 가해자 구속률은 4만여 건 중 단 1%인 5백여 건이다. 법무부 피해자 지원 시스템으로는 결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여성폭력피해자지원현장단체연대 관계자들이 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열린 '성평등 관점의 여성폭력방지 전담부처 반드시 필요하다'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도경은 활동가는 “폭행·협박만 성폭력이라는 현행법에서 강간 피해자는 저항할 수 없는 상황을 증명하며 2차 폭력에 시달린다. 데이트폭력은 범죄 행위에 따라 개별 죄목으로 다뤄져 친밀한 남성에 의한 여성 폭력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가해자 처벌이 어렵다. 스토킹처벌법은 반의사불법조항을 유지해 사실상 가해자가 처벌을 피할 수 있게 했다”고 짚었다.

한국사이버성폭력센터 무화 활동가는 “(법무부 피해 지원을 받기 위해선) 피해자가 신고하거나 고소해 사건화돼야 하고, 가해자가 불기소 처분되거나 무죄를 선고받으면 모든 지원이 중단된다”며 “사법제도에 포섭되지 않은 여성 폭력 피해자를 지원한 게 여가부”라고 강조했다. 친족 성폭력 피해자, 장애여성, 이주여성 등은 피해 신고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참가자들은 입을 모았다.

이날 주최 측은 인수위 측에 집회가 끝난 뒤 면담을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평등 관점의 여성폭력 방지 전담부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면담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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