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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만에 또 수사권 공방…빌미준 민주, 우려키운 검찰

등록 :2022-04-11 04:59수정 :2022-04-11 07:30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연합뉴스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연합뉴스

한달 뒤 야당이 되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한달을 ‘검찰 수사-기소 완전 분리’ 입법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신구 권력 사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법조계는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도 검경 수사권 조정 1년 만에 검찰 수사 기능 폐지를 재추진하는 명분과 시기 모두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한편에서는 검찰총장에서 대통령으로 직행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검찰 직할통치 우려를 씻지 못한다면 윤석열 정부 5년 내내 같은 논란이 되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 못지 않게 권력 친화적 행보를 보여온 경찰 권한을 확대하면서도 별다른 제한 장치를 두지 않는 것에 대한 우려도 크다.

 

대검찰청은 지난 8일 검찰 수사 기능을 전면 폐지하겠다는 민주당 방안에 대해 “검사가 직접 (사건 관련)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하도록 하면 극심한 혼란을 가져올 뿐 아니라 국민 불편을 가중시키고 국가의 중대범죄 대응 역량 약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지난해 1월부터 6대 중대 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를 제외한 사건을 경찰 단계에서 직접 종결하기 시작한 이후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는 불만이 고소·고발 당사자와 변호인들로부터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예견됐던 일이지만 민주당이 2019년 12월 수사권 조정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묶어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며 제대로 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추후 보완을 전제로 개문발차한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 검찰 수사-기소 완전 분리를 추진하던 민주당이 이를 접은 것도 ‘수사권 조정 안착’이 이유였다. 민주당 방안에 반대 뜻을 분명히 한 대검이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러 문제점이 확인돼 지금은 이를 해소하고 안착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힌 것은 이를 상기시키려는 의도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 등 수사 시스템을 정비하자마자 또 다시 이를 바꾼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반면 경찰은 일부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법리 검토 미숙 등 수사력 논란이 드러나고 있지만 꼭 수사권 조정에 따른 혼란만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서울의 한 경찰서 형사과장은 “사건 처리 지연 문제는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 등을 비롯해 피의자 권리 강화로 절차적 문제가 복잡해진 점을 고려해야 한다. 법리 검토는 변호사 자격을 가진 인력이 경찰에 충분히 수혈되면 해결 가능한 문제”라고 말했다. 다른 경찰서 수사과장은 “제도적으로 권한이 주어지면 그 권한을 행사하며 역량이 생기기 마련이다. (경찰 수사력 논란은) 순서가 바뀐 이야기”라고 말했다. 다만 수사권 조정이 안착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검찰과 큰 차이는 없다.

 

10일 여의도 국회 본청 더불어 민주당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 준비1차회의에서 박홍근 원내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여의도 국회 본청 더불어 민주당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 준비1차회의에서 박홍근 원내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검은 검찰 수사-기소 완전 분리 방안에 검찰 조직 전체가 집단 반발하며 172석 민주당과 맞서는 모양새가 부담스럽다. 그러면서도 “수사-기소 완전 분리에 반대하는 입장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총장 시절 윤석열 당선자도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 부패완판(부패가 완전 판칠 것)이라며 반대 뜻을 밝혔지 않느냐”고 했다. 다만 그랬던 검찰총장이 곧바로 대통령 자리에 오르게 되면서 이번 검찰 집단 반발이 검찰 출신 대통령을 뒷배로 둔 ‘무력 시위’로 비춰지는 것을 두고는 검찰총장의 대통령 직행을 말리지 못하고 오히려 두둔·방조한 검찰 조직 전체가 짊어져야 할 ‘업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윤 당선자가 대선 전 문재인 정부 5년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공언했고, 실제 묵혀뒀던 검찰 수사들이 대선 직후부터 속도를 내면서 검찰발 사정정국·정치보복 우려는 현실화하고 있다. 여기에 한동훈 검사장, 권성동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 등 윤 당선자 최측근들의 언행까지 더해지며 엎질러진 기름에 불을 지르는 모양새다. 윤 당선자가 서울중앙지검장 후보 물망에 올렸던 한 검사장은 지난 6일 <채널에이> 취재원 강요미수 사건에서 무혐의를 받은 직후 “다시는 이런 짓을 못하도록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추미애·박범계 등 전·현직 법무부 장관 실명을 거론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누가 한동훈 입을 못 막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검찰 출신으로 윤핵관으로 불리는 권성동 원내대표는 10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 후보 이름을 거론하며 이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수사권 조정을 하며 보완장치 없이 경찰 권한을 지나치게 강화시켰다는 비판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경찰의 정보수집 기능을 국정운영에 적극 활용한 탓에 “경찰이 수사와 정보까지 모두 틀어쥐게 했다”며 시민단체 등의 비판을 샀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당이 1년 만에 검수완박 시즌2를 다시 들고 나온 것은 결국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실세들에 대한 처벌을 막으려는 의도로 비칠 수 있다. 경찰은 기본적으로 정권 충성도가 높은 조직이다. 민주당이 몰아쳐서 법을 바꿔도 본인들이 원하는 형태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민주당 방안이 현실화할 경우 윤석열 정부에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장과 주요 간부를 모두 검사나 검찰 출신으로 채우는 방안도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내각 인선 발표를 마친 후 인수위 사무실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내각 인선 발표를 마친 후 인수위 사무실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법조계 안팎에서는 우선 수사권 조정 경과를 면밀히 검토한 뒤 추가 입법을 논의하는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동시에 윤석열 당선자 역시 검찰 직할통치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가시적 조처를 함께 내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검찰 수사·기획업무 경험이 많은 한 법조인은 “한동훈을 서울중앙지검장 등 주요 보직에 임명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이창현 교수는 “법무부 장관과 일선 주요 수사를 맡는 검사장 자리에 중립적 인사를 임명하는 형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한규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는 물론 문재인 정부도 정권 입맛에 따라 검찰 인사를 하는 등 정말 잘 못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는 이상 검찰이 할 일은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박근혜 정부 시절 좌천됐다가 현 정부에서 벼락 승진한 윤석열 당선인이 검찰 인사의 투명성과 공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고 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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