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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엑스포 유치 표차, 허탈함 넘어 민망하기까지”

  • 박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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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30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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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3.11.30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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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3

 

[아침신문 솎아보기] 부산 엑스포 투표 119대 29로 사우디에 완패

윤석열 첫 공개 사과 “예측 많이 빗나가… 모든 것은 저의 책임”

실무진 부정적 예상, 강압적 분위기에 고위 전달 안돼 “질책성 반응”

울산시장 청와대 개입 의혹 유죄 판결, 한겨레 “선거제도 농락 행위”

이재명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 비례대표제 회귀 발언도 도마 위에

박빙으로 예상했던 부산 엑스포 투표에서 119대 29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참패하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와 “저의 부족”이라고 사과했다. 명확한 공개 사과가 사실상 처음이라 다급한 모습이 보였다는 평가다. 예측이 크게 빗나가 급격한 여론 악화를 우려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조선일보는 “얻은 자산도 적지 않다”며 재도전을 주문하는 사설을 냈고 동아일보는 재계를 총동원했는데 “민망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 11월30일자 한국일보 1면 사진기사.

▲ 29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9일 긴급 공지 후 브리핑을 열고 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해 공식 사과하며 ‘제 부족’이란 표현을 3차례 사용했다. 윤 대통령은 “민관에서 접촉하면서 저희들이 느꼈던 (상대국의) 입장에 대한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며 “이 모든 것은 전부 저의 부족이라고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조선 “보수적 보고 올려도 ‘왜 사기 꺾는 것 올리냐’는 질책성 반응”

▲ 11월30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무엇 때문에 정부가 오판했는지 따지는 기사들이 나왔다. 조선일보는 3면 <‘엑스포 올인’ 분위기에… 정부도 기업도 객관적 보고 못해 오판> 기사에서 “정보 수집과 판단 역량에서 문제를 드러냈고, 대통령이 앞장선 ‘엑스포 올인’ 분위기 속에서 객관적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가다듬지 않으면 훗날 주요 국제 행사 유치전을 벌일 때에도 잘못된 판단으로 국력을 낭비할 수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3면에서 “우리 편이라 판단했던 국가 상당수가 실제로는 사우디아라비아 쪽으로 기울었다”는 정부 고위 관계자 발언을 인용했다. 최소 50개국의 지지를 확신해 ‘1차 투표는 어쩔 수 없더라도 2차에선 한국을 지지해달라’는 교차투표 전략까지 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새벽 엑스포 표결 결과가 기존에 보고받은 표결 정세 판단과 다르게 나오자 (윤 대통령이) 격앙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11월30일자 동아일보 4면 기사.

실무진 사이의 ‘완패’ 분위기에도 고위층을 중심으로 낙관적 주장이 나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는 3면에서 “유치 교섭 일선에서 ‘아직 한국이 확보한 표가 훨씬 부족하다’는 보수적인 보고를 올렸는데, 정부 고위층에선 ‘왜 사기를 꺾는 보고를 올리느냐’는 질책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이어 “일부 기업과 주요 유치 위원들이 실적 경쟁을 벌이며 자신이 담당하는 국가의 입장을 다소 낙관적으로 보고하면서 우리 측 지지표가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부산 엑스포 참패, ‘졋잘싸’ 위안보다 냉정히 돌아봐야>에서 “객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뒤늦게 총선에 활용할 욕심으로 뛰어들어, 정확한 분석과 전략도 갖추지 못한 채 과도한 자원만 투입해 후유증을 키운 건 아닌지 의문이 남는다”며 “한국 정부는 자유주의 대 권위주의라는 진영 논리식 접근으로 안이하게 사태를 판단해 실체 파악에 실패했고, 끝까지 잘못된 정보를 붙들고 있었다. 외교에서 이념 위주의 진영 논리가 얼마나 무익하고 위험한지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보수신문의 사설은 엇갈렸다. 조선일보는 사설 <부산 엑스포 유치 재도전 검토할 만하다>에서 “이번 유치 경쟁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더욱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실천한다면 다음번인 2035 엑스포를 유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사설 <엑스포 외교총력전, 글로벌 자산으로 이어 가자>에서 “엑스포 유치 활동은 미래지향적 국가 발전을 위해 외교적 바탕을 다지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 30일자 동아일보 사설.

반면 동아일보는 사설 <‘119 대 29’ 엑스포 유치 실패보다 더 허탈한 것은…>에서 “‘119 대 29’의 표차는 아쉬움과 허탈함을 넘어 민망하기까지 한 결과”라며 “정부 관계자들은 ‘대역전극이 가능할 것’이라거나 ‘해볼 만한 수준으로 따라잡았다’고 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그만큼 부산 시민을 포함한 많은 국민들의 실망도 컸다. (중략) 그 점에서 정부의 유치 전략, 추진 과정, 상황 판단 등에 문제는 없었는지 냉정하고 꼼꼼하게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법원,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조직적 개입 판단 ‘1심 유죄’

▲ 30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가 울산시장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당시 현역 울산시장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로, 동아일보를 제외한 아침신문이 이를 1면에 실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부장 김미경)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송철호 전 울산시장에게 29일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사건 당시 울산경찰청장)엔 선거법 위반 징역 2년 6개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징역 6개월이 각각 선고됐다. 공모 혐의를 받는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징역 2년,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재판부는 “송 전 시장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공적 권력이 선거에 개입하도록 범행을 계획해 주도했다”며 “황 의원과 백 전 비서관 등은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할 공직자의 본분을 망각한 채 특정인이나 특정 정당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경찰의 수사기능과 대통령비서실의 감찰기능을 부당하게 이용했다”고 판시했다. 김기현 대표는 2021년 불기소 처분을 받았던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조국 당시 민정수석 수사를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언론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한겨레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1심 유죄, 무겁게 받아들여야>에서 “아직 1심 판결임을 고려하더라도, ‘대통령의 친구’를 당선시키려고 청와대 참모들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수사기관을 동원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것은 엄중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제도를 농락한 행위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될 수 없다”고 했다.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 이재명 발언에 혼란 빠진 민주당

 

▲ 30일자 한겨레 6면 사진기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가능성을 시사하자 당이 내분에 빠졌다. 아침신문은 이 대표가 불체포 특권에 이어 다시 한번 말을 뒤집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로 의석을 배분해 2016년 총선 때까지 적용됐던 룰이다.

이 대표는 지난 28일 오후 유튜브 방송에서 “내년 총선에서 우리가 1당을 놓치거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집권여당에 넘어가 폭주, 과거로의 퇴행, 역주행을 막을 길이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선거라고 하는 거는 승부 아니냐.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라고 말했다.

이에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대표의) 극단적 생각은 민주당의 길이 아니다”고 비판했고 김종민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이재명식 정치에 반대한다”고 했다. 강민정·김두관·민병덕 의원 등은 지난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지금 국민과의 약속과 눈앞의 이익 중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기득권을 내려놓을 것인지, 기득권을 쥐고 자멸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며 “병립형과 위성정당은 소탐대실로, 비례 몇석 얻으려다 중도층이 등을 돌리고 지역구는 더 많이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 30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한겨레도 강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경향신문은 사설 <병립형 비례·위성정당 거론한 이재명, 또 공약 파기할 건가>을 내고 “총선 승리를 위해 병립형 비례대표제나 위성정당을 유지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염두에 두고 있단 뜻으로 보인다”며 “의원 약 80명이 위성정당방지법의 당론 채택과 선거제 개혁을 촉구했음에도 당대표가 귀 닫고 거꾸로 가겠다는 건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날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선거제 개혁 요구에도 즉답하지 않았다. 민주당만으로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적 심판을 완수할 수 있다고 믿는 게 독선이라는 사실은 2017년 촛불탄핵연대가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도 사설 <민주당, ‘병립형’ 퇴행은 대국민 약속 위반이다>에서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위성정당 없는 준연동형’을 여러 차례 국민 앞에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앞뒤 설명도 없이 현실론을 앞세워 파기 가능성을 공개 거론한 것은 경솔한 처사”라며 “눈앞만 보지 말고, 국민을 믿고, 더 멀리 내다봐야 한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기간에 총선 당시 위성정당 창당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나쁜 승리보다는 당당한 패배를 선택하자. 그래야 이길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우리가 그 길을 잠깐 잃어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길을 또 잃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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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령 기자ryoung@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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