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임브리지대 동물행동학 박사학위
구달은 자신만의 방식, 그리고 결단력과 용기, 회복력과 열정으로 동물관찰과 과학에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하는데 기여했다. 현장연구를 통해 그것을 보여 줌으로써 구달은 그때 이미 세계 최고의 야생 침팬지 전문가가 됐다. 그것으로 그녀는 대학 학부 졸업자에게 주는 학사학위도 없이 1962년에 캐임브리지대 동물행동학 박사 과정생으로 입학해 1966년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시절 그녀는 이미 미국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에 자신의 연구 주제들에 관한 글을 써서 더욱 유명해졌다. 그런 글들을 바탕으로 쓴 <인간의 그늘에서>(1971)는 국제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과학적 명성과 세속적 인기의 충돌
한동안 그녀의 인기는 그녀가 쌓은 과학적 명성을 능가해 때로 그것이 서로 충돌하기도 했다. 좋은 과학이란 원래 지루해야 하는 것(boring) 아니냐는 당시의 통념과, 어떻게 그렇게 예쁘고 젊은 여성이 일류 과학자가 될 수 있단 말인가라는 경이의 충돌. 그런 논란의 중심에 동물학자 솔리 주커먼이 있었다. 1962년 구달이 과학 학회에서 첫 논문을 발표했을 때, 주커만은 침팬지 육식에 대한 그녀의 그 보고를 일상적이지 않은 일회성 기담(anecdote)에 토대를 둔 아마추어의 것이라 질책했다. 주커만은 그때 동물행동학자 데스몬드 모리스에게 보낸 짧은 서신에서 구달의 학회 발표에 의해 자극받은 자신의 ‘불안감’에 대해, “보통 비과학적인 취급을 받아 온 주제가 화려함(glamour. 젊고 아름다운 구달의 매력) 때문에 계속 비과학적인 그늘 속에서 다뤄지게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썼다.
그런 비난에도 구달의 전문가적 명성은 높아갔다. 1970년대 초에 구달은 스탠퍼드대의 정신의학 및 인간생물학 방문교수, 탄자니아 다르에살람대 동물학 방문교수가 됐다. 나중에 그녀는 미국 터프처대, 남가주대, 코넬대 교수도 역임했다. 하버드대 출판부에서 낸 <곰베의 침팬지>(1986)는 곰베에서의 연구에서 얻은 야생 침팬지 연구 초기 25년의 지식을 요약한 것이었다. 이는 시카고 과학 아카데미에서 영장류학자들이 국제총회를 열게 만들었다. 그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야생 침팬지가 아프리카 전역에서 감소하면서 멸종 위기에 처해 있고, 외부로 유출돼 우리에 갇힌 침팬지들은 종종 학대와 혹사 위협에 직면해 있다는 냉엄한 공통인식에 도달했다.
현장연구에서 은퇴한 뒤 환경보호운동가로
25년 넘게 곰베 숲에 직간접적으로 꾸준히 관여했던 구달은, 현역 과학 연구직에서 은퇴하고 환경보호론자이자 활동가로 주 활동영역를 바꾼 뒤에도 곰베 스트림 연구센터에서 연구를 계속했다. 곰베 센터는 오늘날 가장 오랫동안 운영된 과학 현장 연구 시설로 남아 있다.
1991년, 연구소는 젊은이들을 환경 보호에 참여시키기 위해 '뿌리와 새싹(Roots and Shoots)'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구달과 함께 활동하는 학생들로 시작되었지만, 이후 약 100개국에 걸쳐 활동적인 젊은이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올해 초, 연구소의 '행동을 통한 희망(Hope Through Action)' 프로젝트는 5년간 2950만 달러(약 415억 원)의 지원을 약속받았다. 그 계획은 탄자니아 서부의 멸종 위기에 처한 침팬지와 그 서식지를 재조림과 "지역사회 주도 방법론"을 통해 보호하고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며 지역 사회의 생계를 개선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었다.하지만 1월 20일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는 그 지원금을 삭감해버렸다.
80대가 넘은 나이에도 구달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글을 쓰고 강연을 이어가며 활동의 속도를 늦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한국도 여러 차례 방문했다.
“가장 조용했지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
오랜 기간 그녀와 긴밀히 협력해 온 이스트 앵글리아대 생물학자 벤 개로드 교수는 타계 소식을 듣고 말했다. "제인 구달은 세상을 바꾼 인물이었다. 그녀는 시끄러운 방에서 가장 조용한 사람이었지만, 동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녀는 젊든 나이들었든, 부유하든 가난하든, 인간이든 동물이든 모두를 위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녀는 1년에 300일을 여행하며 쉬지 않고 일했다. 내가 그녀를 아는 동안 매일 일하며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환경 변호사 파르하나 야민은 구달이 "유인원뿐 아니라 우리 자신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며, “그녀의 탁월한 관찰 덕분에 우리는 언어, 사랑, 배려가 인간을 넘어선 세상의 핵심 요소이며, 우리는 자연의 주인이 아니라 그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배우이자 환경운동가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구달이 "자신의 영웅"이라고 했다. "탄자니아 침팬지에 대한 그녀의 획기적인 연구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친척들이 어떻게 살고, 사회화하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변화시켰다. 우리는 침팬지를 비롯한 유인원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이런 글을 남겼다. "그녀는 결코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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