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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건강을 향한 행진에 함께 하실까요?

안종주 진단

jjahnpa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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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유기체 지구가 건강해야 인간도 건강

2020년과 2021년 잇달아 지구건강 관련 책 나와

한국에선 2025년 10월 한국어판 처음 선보여

지난 1월 연대 미래캠퍼스에 지구건강연구소 설립

지구건강 달성하려면 ‘담대한 전환’ 꼭 이루어져야

 

안종주 언론인, 보건학 박사

여러분은 건강을 많이 생각하시죠. 건강에 좋은 음식, 나쁜 음식은 물론 건강 습관과 건강 상태, 질병에 관심을 쏟고 있을 것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가족의 건강, 나아가 여러분 주위의 자연환경과 생태계 건강까지 걱정하는 분들이 많을 줄 압니다. 하지만 지구건강이란 말을 들어 본 분은 별로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만 하더라도 최근에야 알았으니까요.

지난 1월 대학 간 연구소로 처음 만들어진 지구건강연구소

지난달 29일 연세대 미래캠퍼스(원주) 컨버전스홀 323호에서는 지구환경과 건강증진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자, 전문가 30여 명이 집필한 「Planetary Health-Protecting Nature to Protect Ourselves」의 한국어판 「지구 건강-자연과 인간이 함께 잘 사는 길」의 출판기념회가 조촐하게 열렸습니다. 저는 오랜 지인이자 한국어판 대표 감수자인 전 세계보건기구(WHO) 표준국장 김록호 박사의 요청으로 축사를 하기 위해 그곳에 갔습니다.

 

이 자리에서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Planetary Health」란 제목의 두 책을 서로 다른 저자들이 각각 펴냈고 이번에 나온 한국어판은 2020년 것임을 알게 됐습니다. 2021년 책도 한국에서 내년 상반기에 번역돼 나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번 한국어판은 한국지구건강연맹 창립준비위원회 모임 이름으로 나왔습니다. 출판기념회가 끝난 뒤 창립준비위 모임이 열렸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월 처음으로 지구건강이 물 위로 떠올랐습니다.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에 지구건강연구소(Institute for Planetary Health, IPH)가 1월 13일 대학 간 연구기구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연구소는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노진원 교수를 설립 추진 책임자로, 철학, 데이터사이언스학, 디지털헬스케어학, 의학, 간호학, 경영학, 환경에너지공학, 의공학 등의 전임교원 13명을 공동 발기인으로 해 출범했습니다. 한국 최초로 지구건강이란 이름을 내건 연구소인 셈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인이 깨닫게 된 인간과 지구의 관계

여기서 먼저 지구건강이란 정의 또는 개념부터 간략하게 살펴보고 글을 이어가겠습니다. 인간의 건강은 지구의 건강에 달려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은 전 세계인들은 이를 잘 이해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구의 자연 시스템, 즉 공기, 물, 생물다양성, 기후는 우리의 생명을 유지해주는 시스템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지구는 어떻습니까? 지식인이 아니더라도 학생, 일반 시민들은 기후 변화, 생물다양성 감소, 토지와 담수 부족, 오염, 그리고 기타 많은 위협이 이러한 시스템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정말 잘 알고 있습니다. 즉 지구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거죠.

몇 년 전부터 새롭게 우리 곁에 다가온 지구건강은 뉴 패러다임으로 기후 변화 등이 우리의 건강을 어떻게 위협하는지, 그리고 우리 자신과 나머지 생물권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지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지구건강은 앞서 소개한 대로 많은 분야를 아우르고 서로 영향을 끼치고 있어 진단, 연구. 해결 등에 학제적 접근 방식이 필수적입니다.

「침묵의 봄」 「가이아-생명체로서의 지구」 등과 비견할 만한 책

이 「지구건강」 책은 지구 환경과 인간의 건강, 나아가 지구건강 문제를 해결할 나침반이자 교과서라 할 수 있습니다. 식량과 영양, 감염성 및 비전염성 질병, 이주와 갈등, 정신건강 등 인류세에서 피부로 느끼는 광범위한 건강 영향을 다룹니다. 또한 독성 노출 관리, 청정에너지 투자, 도시 디자인 개선 등 환경 변화와 그 악영향에 대처하기 위한 전략도 제시합니다.

우리는 20세기 이후 우리의 생각과 행동, 생활습관을 바꾼 책과 패러다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세계 환경운동의 시발점이 된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1962)과 자원 고갈과 무분별한 성장을 경고한 로마클럽의 「성장의 한계」(1972), 그리고 환경호르몬(내분비계장애물질)의 역습을 우리에게 각인시켜준 「도둑맞은 미래」(1996) 등이 대표적입니다.

또 1979년 ‘지구는 살아 있다’라는 슬로건이 가장 잘 어울리는 이른바 지구 가이아 이론과 이를 소개한 책 「가이아-생명체로서의 지구」(제임스 러브록)가 나와 지금까지도 환경주의자뿐만 아니라 세계 시민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가이아 이론은 1970년대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과 미국의 저명한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코스모스」로 유명한 칼 세이건의 첫 번째 부인)가 처음 제안했습니다. 이 이론은 지구는 생명체와 무생물 요소가 상호작용하여 지구 전체가 마치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스스로 환경을 조절하고 유지하는 시스템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지구건강의 개념과 잘 들어맞는 주장입니다.

 

“인간 복지 좋아진 만큼 생태계 건강과 복지 나빠졌다”

이날 책을 번역해 펴내게 된 과정과 책 내용을 소개하는 발제를 한 김록호 박사는 “2차대전이 끝나고 1950년 이후 소비가 급증해 자연계에 악영향을 심각하게 끼치기 시작했다”라며 “부의 증가와 함께 평균수명과 인간의 복지는 급격히 좋아졌다. 하지만 그 반대로 생태계 건강과 복지는 나빠졌다”라고 밝혔습니다.

김 박사는 또 “우리 환경의 이러한 변화는 우리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지난 수십 년간 이루어 온 공중 보건 성취를 위태롭게 한다”라면서 그 대표적인 사례로 항생제 내성, 독성물질과 다이옥신 노출, 영양결핍, 천식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과 같은 호흡기 질환, 열사병, 심장혈관질환 증가와 감염병 전파의 패턴 변화, 내전과 트라우마, 정신건강 악영향 등을 꼽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기후변화 시대의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바로 앞에서 열거한 것을 포함해 모든 것이 변화합니다. 그래서 그는 인류세(Anthropocene) 지구생태계 교란이 인간의 건강과 지구의 모든 생명체에 주는 충격을 분석하고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문제 해결 지향 초학제 분야 연구 및 사회운동이 시급하다고 강조합니다.

할 일은 많고 갈 길은 멀지만 이제 시작은 한 셈

이 책은 지구건강을 온전히 달성하려면 ‘담대한 전환’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도시 건설과 도시 속 삶, 식품, 생산품, 에너지 생산과 소비,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 재정립, 자연경관과 자원 관리 등 거의 모든 것을 지금과는 완전히 다르게 해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김 박사는 또 지구건강 실천 영역으로는 △기후변화 완화 및 적응 △지속 가능한 식량 시스템 구축 △생물 다양성 보전 △자원 효율적 사용 △공공 보건 인프라 강화 △도시 교통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 △환경 교육 및 인식 제고 △정책 통합 및 협력 △환경보건 연구 증진 △공정성과 형평성 보장 등 10가지를 꼽았습니다.

이를 곱씹어보면 지구건강을 위해서 관심을 쏟아야 할 분야와 할 일은 너무나 많고, 목표를 이루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길며, 성공으로 가는 길에 놓인 걸림돌들이 우뚝 서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제 우리는 지구건강을 향해 작은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뒤를 따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시작은 미미해도 그 끝은 창대하리라 믿습니다. 이 책을 교재로 해 대학(원)에서 지구건강 전도사를 키우고 이들이 각계각층으로 퍼져나가면 헛꿈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10월 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100개가 넘는 협회와 NGO(비정부기구)로 구성된 연합체인 "기후연합"이 주최한 기후 행진 2025에서 시위대가 지구 모형과 함께 걷고 있다. 2025.10.5. AFP 연합뉴스

모두가 함께 “바꿔, 바꿔, 모든 걸 다 바꿔”

한국에서 지구건강연맹이 발족하면 국제지구건강연맹과 함께하게 될 것입니다.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기후 위기는 건강 위기”라는 의제로 만들어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논의를 본격화하겠죠. 또 학자들도 기후보건과 관련한 연구에 최근 힘을 쏟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고 험합니다. 지구건강을 올곧게 실천하고 목표를 달성하려면 모든 정부 부처가 나서고 지방정부까지 하나가 되어 관련 정책을 곧추세우고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또 성공한 모든 정책과 행정의 밑바닥에는 일반 시민의 지지가 있습니다. 이들이 지구건강의 중요성을 잘 알고 일상생활에서 많은 것을 바꿔야 하니까요. 테크노 가수 이정현의 “바꿔, 바꿔, 바꿔, 모든 걸 다 바꿔”란 노랫말처럼요.

지구건강은 지금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자기만 아는 인간의 욕심과, 그런 인간이 모여 만든 국가는 한술 더 떠 자기 국가만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오만과 독선에 사로잡혀 지구건강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담대한 전환을 위해서는 우리, 대한민국부터 바뀌고 단단해져야 합니다. 나아가 세계 각국과 어깨를 서로 겯고 흔들림 없이 지구건강을 향한 대장정을 시작해야 합니다. 바로 이 순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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