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에서 희생자 유가족과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이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이날 참사 현장을 방문한 외국인 희생자 유족은 40여 명이다. 이란, 러시아, 미국, 호주, 중국, 일본, 프랑스,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스리랑카,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12개국에서 온 이들은 한국 정부의 공식 초청으로 방한해 전날(24일)부터 한국에 머무르고 있다. 이들은 이태원 참사 현장인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을 방문하는 것으로 방한 첫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대부분의 유족들이 한국을 방문한 것도, 참사 현장을 찾은 것도 처음이다.
오후 1시 8분. 40여 명의 이태원 참사 외국인 희생자 유족이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도착했다. 한국인 유족과 마찬가지로 이태원 참사 유족임을 드러내는 보라색 조끼를 맞춰입은 채였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한국인 유족들이 곧바로 다가가 외국인 유족들을 맞이했다. 현장은 금새 눈물바다가 됐다. 유족들은 너나할 것 없이 서로를 부둥켜 안으며 울음을 토해냈다. 인종, 나이, 출신국을 불문하고 유족들은 연신 휴지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쳐야 했다. 한 참석자는 보라색 손수건을 꺼내 히잡 쓴 또 다른 외국인 유족의 눈물을 직접 닦아주었다.
희생자들의 마지막 숨결이 흩어진 해밀톤 골목에 닿자, 외국인 유족들의 울음소리는 점점 더 커져갔다. 이들은 좁은 골목을 차례로 오르고 헌화하며 희생자를 추모했다. 어떤 이는 미소짓는 딸의 영정사진 액자를 품에 안고 골목을 한바퀴 돌았고, 어떤 이는 추모 공간 한 구석에 멈춰서서 벽에 머리를 박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주황색 해밀톤 호텔 벽을 직접 쓸면서 희생자에 말을 건네는 유족도 있었다. 흰 국화를 든 유족들의 손은 부들부들 떨렸고, 일부 유족이 걷기 힘들어 넘어지려 하자 또 다른 유족이 이를 부축하기도 했다.
오열하며 참사 현장을 한바퀴 돌아본 유족은 이내 내·외국인 할 것 없이 서로를 끌어 안으며 슬픔을 위로했다. 몇몇 유족은 골목 한켠에 조성된 추모 공간에 포스트잇 메세지를 남기기도 했다.
그들이 한국을 찾은 이유..."설명 불가한 슬픔, 책임자 합당한 처벌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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