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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통일교 문건 “민주 전재수 의원, 협조하기로” 돈 전달 시점에 적시

한학자 총재에게 통일교 고위 간부가 주기적으로 직접 보고하는 문건

전 의원 “통일교 행사 참석한 적도 없고 금품수수 의혹도 전혀 사실무근”

배지현,김가윤,강재구기자

수정 2025-12-09 22:12등록 2025-12-09 19:22

통일교 성지 천정궁. 사진공동취재단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에게도 통일교 돈이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가운데 통일교 내부 문건에 ‘전재수 의원이 통일교 모임에서 축사를 했고, 우리에게 협조하기로 했다’고 적시된 사실이 9일 확인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특검에서 전 의원(현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현금 4천만원과 명품 시계 2개를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특검팀은 뒤늦게 사건을 경찰로 이첩했다.

통일교 안팎의 취재를 종합하면, 윤 전 본부장은 2018년 9월10일 ‘한학자 특별보고’에 “(통일교 성지인) 천정궁에 방문했던 전재수 의원도 (통일교 관계자) 600여명이 모인 부산 5지구 모임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비행기로 서울로 가셨다” “우리 일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적었다. ‘한학자 특별보고’는 통일교 고위 간부가 주기적으로 한학자 총재에게 직접 보고할 때 전달하는 문건으로 교단의 주요 사안이 모두 담긴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 8월 특검팀에 전 의원에게

‘2018~2019년 수천만원의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금품을 전달한 시점을 전후로 전 장관이 통일교 내부 행사에 참석하고 통일교 현안에 협조하기로 약속했다는 정황으로, 윤 전 본부장 진술과 부합하는 내용이 ‘특별보고’에서도 확인된 것이다. 전 장관은 2016년부터 2024년 총선까지 부산에서 내리 3선을 한 친문재인계 핵심으로 이재명 정부 들어 해수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윤 전 본부장은 특검에서 “전 의원이 천정궁에 방문해 한 총재를 만나 인사했고, 현금을 4천만원가량 전달했다”며 “시계도 2개 박스에 넣어서 전달했다. 의원이 ‘이런 거 받아도 되나’라고 말하며 받아 갔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통일교에서 건넨 명품 시계는 까르띠에와 불가리 제품이었다고 윤 전 본부장은 주장했다. 윤 전 본부장의 진술과 통일교 내부 보고 문건을 종합해 특검팀은 전 장관이 받았다는 금품의 대가성을 인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교에서 1억원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구속기소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범죄사실과 유사한 구조다. 전 장관은 한겨레에 “통일교 행사에 참석한 적도 없고 금품수수 의혹도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에게서 이런 진술을 받아냈던 특검팀은 지난달에야 내사사건 번호를 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이날 “통일교의 정치인 접촉 관련 내사사건을 오늘 오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공소시효(7년)가 지날 수도 있는 상황인데, 진술을 받은 뒤 4개월이나 지나 뒤늦게 사건을 경찰에 넘긴 것이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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