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불법계엄 1년을 이틀 앞둔 1일 국민의힘이 계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당 안팎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당 지도부는 “이미 사과했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당내에선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으로 위기를 극복했던 과거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당명까지 바꾸는 혁신, 대선 후보의 출신을 따지지 않았던 담대함, 지금 우리는 그만큼의 혁신을 하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며 “미래로 나아가고 싶은 당원과 지지자를 정작 우리 지도부가 그날(12월3일)에 붙잡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라 말했다.
우재준 청년최고위원도 “성난 지지층을 배척해서도, 이용해서도 안 되고 함께 설득해 미래로 나아갈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도 사과 요구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장 대표는 인천에서 열린 민생회복 법치 수호 국민대회에서 “과거에서 벗어나자고 외치는 것 자체가 과거에 머무는 것”이라며 “우리가 끊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너지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제대로 싸우는 것이 답”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이미 김문수 전 대선 후보,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계엄에 대해 사과했고 재차 사과하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내란 프레임에 휘말리는 것으로 본다. 다만 그간의 사과가 충분한 진정성이 있었는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김 전 후보의 경우 사과 당시 당내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탈당 요구가 나오자 “본인이 판단할 문제”라며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한 선거용 사과에 그쳤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당 지도부가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던 과거를 외면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대기업으로부터 수백억원의 불법 선거자금을 받은 이른바 차떼기 사건이 드러나자 17대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당시 대표를 중심으로 천막당사를 만들어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중진 의원들도 대거 불출마 선언을 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020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 수감에 대한 당 차원의 대국민 사과를 하고 5·18민주묘지 참배에 나섰다. 이후 2021년 4월 치러진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했다. 그 후 국민의힘 대표가 된 이준석 전 대표는 박 전 대통령 탄핵은 정당했다고 주장했고, 2022년 5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일각에서는 일본 내각이 교체될 때마다 과거사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는 것에 비유하며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정성국 의원은 지난달 26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대중·오부치 선언 때 통렬한 반성을 했지만 일본의 지도자가 바뀔 때마다 우리가 (사과 의사를) 확인하지 않았나”라며 “지도자가 바뀌면 현재의 지도자에게 당연히 사과를 요구할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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