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목요일과 금요일, 일본은행(BOJ) 정책위원회가 양일간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0.50%에서 0.75%로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은 이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숫자로 보면 고작 0.25%포인트에 불과하지만, 이 결정의 파장은 도쿄 금융가를 넘어 뉴욕과 서울까지 미칠 전망이다.
긴장의 신호는 이미 암호화폐 시장에서 감지된다. 비트코인은 일본은행 금리 인상 때마다 급락하는 뚜렷한 패턴을 보여왔다. 지난해 3월 마이너스 금리 종료 때 23%, 7월 첫 인상 때 26%, 올해 1월 두 번째 인상 때는 31%가 빠졌다. 비트코인이 글로벌 유동성의 변화를 가장 먼저, 가장 민감하게 반영해 왔기 때문이다.
도대체 일본 금리가 왜 뉴욕 금융시장과 암호화폐까지 흔드는 걸까? 그 답은 '엔 캐리 트레이드'에 있다. 30년간 글로벌 금융시장에 싼 돈을 공급해온 이 흐름이 역전되면, 그 돈으로 굴러가던 자산들이 함께 흔들리는 구조다.
엔 캐리 트레이드, 30년간 작동한 글로벌 유동성 펌프
흔히들 '엔 캐리 트레이드'라 부르는 자금 흐름의 작동 원리는 단순하다. 일본에서 거의 0%에 가까운 금리로 엔화를 빌려 이 돈을 달러로 바꾼 뒤 미국 국채나 기술주, 암호화폐처럼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한다. 금리 차이만큼 이익이 남는 구조다.
이익은 금리 차이에서 그치지 않는다. 엔화를 빌려 달러로 바꾸면 엔화 매도 압력이 생긴다.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 나중에 갚아야 할 빚의 가치도 줄어든다. 100엔을 빌렸는데 갚을 때는 90엔 가치만 갚으면 되는 셈이다. 금리로 벌고, 환차익으로 또 번다. 돈을 빌릴수록 이익이 늘어나니 더 빌리고 싶어진다. 월가에서 '무한 돈복사(infinite money glitch)'라 부른 이유다.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공식 추정치만 1조~1.7조 달러에 달하고, 장부에 잡히지 않는 외환스와프까지 포함하면 2조 달러에 육박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 큰 뭉치돈의 자금 흐름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이미 시장에 확산되어 있다.
30년 가까이 이 펌프가 멈추지 않았던 이유는 일본은행이 '세계 금융의 닻' 역할을 자처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자산 버블 붕괴 이후 일본은 디플레이션과 싸우며 제로금리, 마이너스 금리, 수익률 곡선 통제(YCC)까지 동원했다. 전 세계 트레이더들에게 엔화는 '빌리는 통화'였지 '보유하는 자산'이 아니었다. 이 구조적 현실이 글로벌 채권 금리를 억누르고 위험자산 투자를 부추겼다.
그러나 이 닻이 들어 올려지고 있다. 일본 물가상승률이 43개월 연속 목표치(2%)를 상회하고, 10월 근원물가는 3%에 달했다. 엔저가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기업들은 가격 전가에 적극적이다. 올해 춘투에서 대기업들이 5% 이상 임금 인상에 합의하면서'임금-물가 선순환'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금리 인상의 명분이 갖춰진 것이다.
정치적 장애물도 사라졌다. 취임 전부터 금리 인상은 멍청한 짓이라며 반대 입장을 취해 온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도 엔화 약세와 물가 압력에 밀려 결국 한 발 물러선 상황이다. 그렇다면 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시장에 어떤 충격을 주게 될까?
청산 충격의 전파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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