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의 해외 착취 막으려면…구조적 대책, 정부 태도 변화 병행돼야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이 늘며 노동권·인권 문제도 늘어났다. 이에 따라 기업의 공급망 윤리와 관련한 법제를 다듬는 것은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참고할 만한 사례는 유럽에 있다. 지난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직원 1000명·세계 순매출액 4억 5000만 유로(약 7800억 원)이 넘는 역내 기업', 'EU 내 순매출액 4억 5000만 유로를 넘는 역외 기업'에 공급망 내 모든 업체에 대한 인권 실사 의무를 지우고 인권·환경 피해가 발생하면 보상하게 하는 지침을 만들어 회원국에 입법 의무를 부여했다.
한국에는 비슷한 법이 없다. 21대 국회에서 상시 노동자 500명 이상, 매출액 2000 억 원 이상 기업에 국내외 공급망 전체에 대한 인권·환경 실사 의무를 부과하고, 미이행 기업에 공공조달 입찰 제한, 과태료 및 형사책임 부과 등 조치를 취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인권·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으나, 한 차례 폐기됐다.
이후 22대 국회에서도 같은 법안이 발의됐으나 논의는 진전되지 않고 있다. 이 법이 제정되면, 예컨대 CIK에서 제품을 납품받은 롯데쇼핑, 이마트 등에 공급망 윤리 실사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외교 행정 차원에서도 EU는 유럽 기업의 진출이 활발한 지역에 회원국 합동 사무소를 두고 기업에 공급망 윤리를 지키라고 안내하는 역할을 맡기고 있다. 반면 한국은 대사관에 기업 민원을 다루는 상무관은 파견하면서도, 노동 문제를 다루는 노무관은 중국, 베트남, 인도 등 소수 국가에만 파견하는 등 상대적으로 공급망 윤리에 무감하다.
시민사회에서는 법과 제도를 논하기에 앞서, CIK 사례와 같이 한국기업이 현지 법원 판결을 짓밟아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에 대해서는 정부가 사태 해결을 위한 행정적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은 "국제인권운동을 오래 했지만, 한국 기업이 현지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며 "최소한 확정판결이 난 일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도 현지 법을 존중해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캄보디아 노동자들도 '한국 정부와 기업은 인권을 존중할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CIK 사안에 대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 관련해서 그는 "한국인 기업주에게 요청해 노사 간 교섭 자리를 열어줄 수 있을 것"이라며 "대사관에도 연락해 봤지만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고 답했다.
나 국장은 "현지 법조차 지키지 않는 기업을 내버려두는 지금 같은 정부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어떤 법과 제도를 만들어도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는 물론 사회 전체가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에 관심을 가져야 진정한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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