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을 향한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이란은 위축되거나 양보하는 대신 오히려 미국의 선택지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협상 테이블로 끌려가기보다 외교적 자율성과 군사적 대비 태세를 강화하며 주도권 관리에 나선 모양새다.

협상에 거리 두는 이란… 군사 대비태세 강화

이란은 미국의 공격 위협 속에서도 대화 재개에 조급함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의 터키 방문은 미국과의 직접 협상에 매달리기보다 역내 우방국과의 외교를 우선하겠다는 태도다.

이란 협상팀 고위 인사인 카젬 가리바바디는 “현재 이란의 최우선 과제는 협상이 아니라 방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의 메시지 교환은 인정하면서도 협상 자체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국이 USS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 등을 이란 인근 해역에 배치하며 무력 시위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란은 이를 협상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해상 봉쇄’ 카드와 전면전의 부담

미국은 군사 타격 가능성을 전제로 이란을 압박하면서도, 경제·해상을 중심으로 한 봉쇄 수단에도 비중을 두는 모습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항모와 구축함을 동원해 이란의 석유 수출을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는 베네수엘라에 적용했던 해상 압박 전략과 유사하다.

이 같은 접근은 미국이 직접적인 군사 충돌이 초래할 파국적 결과를 경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압박은 강화하되 최종 결단은 유보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란 역시 석유 수출 차단이나 국경 봉쇄가 현실화될 경우 역내 미군 자산이나 이스라엘을 겨냥한 단호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하며 맞서고 있다.

 

비대칭 전력의 위협… 미국의 제한된 선택지

군사 작전상으로도 미국의 일방적 우위가 아니다. 이란은 대규모 함대 대신 대함미사일, 드론, 고속정을 결합한 비대칭 전력을 통해 미 해군에 높은 비용을 강요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왔다.

특히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대함미사일 ‘누르(Noor)’는 저고도 해면 비행 방식으로 요격이 까다롭고, 연안 발사대와 항공 플랫폼에서 통합 운용된다. 좁은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의 지형적 특성도 미 해군의 전력 우위를 희석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 해군 내부에서도 이란의 ‘스웜(Swarm·벌떼) 공격’이 방어망을 포화 상태로 만들어 실제 타격을 허용할 가능성을 주요 위협으로 꼽고 있다.

출구 없는 대치, 커지는 비용

현재 미국의 압박 전략에는 명확한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군사 행동은 전면전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고, 해상 봉쇄는 즉각적인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압박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미국이 감내해야 할 정치·군사적 비용도 함께 상승하는 구조다. 이란의 억지력이 작동하면서 미국의 행동 반경은 오히려 좁아지고 있다. 현재의 미국과 이란의 대치는 누가 더 큰 비용과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느냐의 싸움으로 미국은 그 비용 앞에서 쉽사리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