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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기·장미란·김병기 사건, ‘부실 경찰’이 대통령 책임론으로

[아침신문 솎아보기] 제주 실종사건 경찰 불신 커지자 李대통령 ‘경찰개혁’ 지시…조선 “병주고 뒤늦게 약 처방하나”

김병기 사건 1년째 표류 ‘권력눈치보기’ 비판도…경찰청장 공석·조직 기강 해이, 정권 책임론으로

경향 “보완수사권 폐지 밀어붙인 민주당 경찰 불신이 지지율 악재로 ‘전전긍긍’, 내부 입단속”

기자명장슬기 기자

  • 입력 2026.08.26 07:19

▲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신임 지도부와 지난 25일 청와대에서 찍은 기념사진. 사진=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경찰이 국가기구 중에서 가장 큰 권력을 행사하게 되는데 따른 우리 국민의 우려가 매우 크다”며 “앞으로 경찰을 어떻게 개혁할지 경찰개혁기구에 대한 고민을 해달라”라고 한성숙 국무총리에게 지시했다.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경장이 실종신고가 들어온 장미란씨와 연락이 된 것처럼 허위 보고하고 사건을 종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여당이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밀어붙이자마자 ‘경찰개혁’을 꺼내든 것이다.

문재인 정부서 시작한 검수완박, 인권·약자보호 방안은 없었나

관련해 조선일보는 26일자 사설 <이제 와서 경찰 개혁? 병 만들어 주고 뒤늦게 약 처방하나>에서 “여당이 검찰 수사권은 물론 보완 수사권까지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지 채 한달도 안 됐다”며 “국민 다수가 불안해하는데도 경찰을 견제받지 않는 무소불위 기관으로 만들더니 대통령이 경찰 구조 개혁을 주문했다”고 지적했다.

▲ 8월26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이어 “경찰이 수사권을 독점하는 새 시스템에서 인권과 약자 보호라는 사법 가치가 과연 작동할 것인지 걱정했는데 바로 그런 문제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며 “강간 살인이 단순 살인으로 축소될 뻔한 ‘광주 여고생 피살사건’, 얼마 전 제주 경찰이 저지른 실종 사건 조작·은폐는 각각 검사의 보완 수사와 실종자 가족의 노력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한국일보도 이날 사설에서 “암장 시도가 검찰 보완수사로 드러난 장윤기 사건이나 실종 사건을 허위 종결한 장미란씨 사건 등으로 불신이 한층 커지고 있는 경찰”이라고 비판했다.

경찰에 대한 견제 시스템이 무너진 배경에 여당의 준비되지 않은 ‘검찰개혁’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선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6년 전 문재인 정부 때부터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추진해왔다. 2021년 경찰이 1차 수사권과 수사 종결권을 넘겨받고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을 6대 범죄로 제한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번 검찰 보완 수사권 박탈로 종지부를 찍었다”고 설명한 뒤 “72년 작동한 사법 체계를 바꾸는 것의 출발점이 국민에게 도움되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진영을 수사한 검찰에 대한 보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비판은 보수 언론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경향신문도 이날 사설 <불신 임계점 넘은 경찰, 발본 개혁 없이 수사권 독점 안 된다>에서 “형사사법 체계 개편으로 수사권을 독점하게 될 경찰에서 부실 수사, 기강 해이 등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며 “특히 실종신고 허위 종결 등 경찰의 부실 대응 속에 행방이 묘연했던 장미란씨 시신이 발견되면서 국민적 분노가 임계점을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검찰 수사권을 폐지한 개정 형사소송법은 오는 10월2일 시행된다.

▲ 8월26일 경남도민일보 만평

경향신문은 “경찰의 내부통제 미비는 실종사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20일 필라테스 강사 출신 유명 인플루언서 양정원씨의 사기사건을 무마해주고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전직 서울 강남서 수사팀장이 구속기소됐고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김병기 무소속 의원에 대한 수사가 11개월 넘게 표류 중인 걸 보면 수사권을 틀어쥐게 될 경찰이 권력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있게 수사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권력 눈치 보는 경찰? 김병기 수사 1년간 무마 의혹

김병기 의원을 둘러싼 13가지 의혹에 대한 수사가 1년 가까이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서울경찰청 경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1개월 내 신속 처리할 것”을 수사팀에 지시했다. 김 의원의 차남 대학 편입과 취업 청탁, 공천 헌금 수수, 배우자 법인카드 유용 등을 수사 중인 서울청 광역수사단 공공범죄수사대는 최근 수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난 4월10일 7차 조사를 끝으로 김 의원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하지 않으면서 신병처리나 송치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4개월을 보냈다.

▲ 8월26일 한국일보 사설

그러자 한국일보는 사설 <김병기 사건 1년 끈 경찰…권력 눈치 보나>에서 “엄정한 수사에 따른 지연보다 정치 권력 눈치를 보느라 범여권인 김 의원 사건 처리를 미루고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의심일 것”이라며 “야당 의원 사건이었으면 이렇게까지 지연시켰겠느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장윤기 사건, 장미란씨 사건 등으로 경찰 불신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권력 수사마저 좌고우면할 경우 법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도 사설 <‘김병기 의혹 수사’ 늦어도 너무 늦었다>에서 “2021년 경찰에 수사종결권이 부여됐고, 최근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서 경찰의 권한은 무소불위에 가깝게 커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김 의원 사건처럼 정치적으로 민감한 의혹 수사가 무한정 늦어진다면 경찰이 뭔가 다른 기준으로 수사한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책임자 없는 경찰, 화살은 대통령으로 갈 수밖에

여권이 국민의 인권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공정하게 수사를 할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검수완박’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이 부담은 대통령과 정권을 향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으로 보면 제주 실종사건으로 경찰의 중대한 실책이 드러났는데 이를 책임질 수 있는 경찰청장조차 없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허술한 시스템 하에서 청장조차 없는 경찰의 긴장감이 느슨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 경찰청 로고 ⓒ연합뉴스

국민일보는 이날 1면 <20개월째 청장 공백 예고된 警 기강 해이>에서 “경찰 안팎에서는 최근 잇따른 부실 사건 처리와 비위 논란을 지휘체계 약화와 연관 짓고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며 한 간부급 경찰이 “조직 수장인 경찰청장이 공석인데 수뇌부의 장악력이나 근무 분위기가 이전과 같겠느냐”고 한 발언을 전했다. 이어 “수장 공백 속에 조직 운영도 매끄럽지 않았다”며 총경급 인사가 반년 정도 늦어졌고 일부 시도경찰청과 일선 경찰서장 자리도 직무대리로 운영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전문가들은 경찰청장 장기 공백에 따른 리더십 약화와 지역 경찰의 폐쇄적인 조직문화까지 겹치면서 내부 통제력이 떨어졌다고 지적한다”고도 전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경찰을 구조 개혁해야 한다는 지금 정부가 출범 14개월이 지나도록 경찰청장 자리를 비워 놓는 것도 정상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사설 <경찰 수사권 독점 한 달 앞인데…쏟아지는 부실 대응>에서 “더구나 이를 이끌 경찰 수뇌부조차 정상화되지 않았다”며 “경찰청장은 조지호 전 청장이 2024년 12월 직무정지된 이후 1년 8개월째 공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13만명이 넘는 조직의 기강을 다잡고 수사 역량을 끌어올려야 할 때 정식 수장조차 없는 것”이라며 “정부는 장기간 방치된 지휘부 공백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추진한 민주당, 내부 입단속

일련의 사건으로 경찰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추진한 민주당은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경향신문 3면 기사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밀어붙인 민주당 ‘사건 암장’ 경찰 불신 커질라 ‘전전긍긍’>에서 “특히 이번 사건은 보완수사권 폐지 반대 측에서 내세웠던 경찰의 사건 암장 우려가 현실화했다는 점에서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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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26일자 경향신문 3면 기사

경향신문에 따르면 민주당 A의원이 “정당 지지도가 5% 이상 출렁거릴 너무 큰 악재”라며 “보완수사권과 별개 사건이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 게 문제”라고 했고, 민주당 B의원은 “경찰이 사건을 암장하거나 허위보고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제도 정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으며 민주당 C의원은 “이런 일은 앞으로도 생길수 있다”며 “다만 모든 게 보완수사권 존폐 문제로 다 귀결될 테니 걱정”이라고 했다.

이 신문은 “이번 사건의 파장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내부 입단속에 나섰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이틀에 걸쳐 제주 실종 사건에 대해 “검경 관계 문제로 돌리거나 어느 한쪽을 옹호하는 느낌이 없도록 의원님들의 발언이나 글에 민감하게 신경써주시길 부탁드린다”며 “당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개별 발언에 대해서도 문제가 생기면 공개적으로 경고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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