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OTT의 성장과 미디어 소비 방식의 변화로 국내 방송 산업이 전환기를 맞고 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일상적인 콘텐츠 소비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IPTV 역시 새로운 경쟁력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광고 재원 감소와 콘텐츠 제작 투자 위축, 국내 사업자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한 규제 환경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유용화 한국IPTV방송협회장은 국내 미디어 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도 개선과 사업자 스스로의 혁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IPTV가 단순히 방송을 전달하는 플랫폼을 넘어 AI와 데이터를 활용하고, 독립영화와 문화예술 콘텐츠를 더 많은 사람에게 연결하는 미디어 플랫폼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서울 서대문구 한국IPTV방송협회 사무실에서 유 회장을 만나 국내 미디어 산업의 현실과 IPTV의 과제, 미디어의 공공성과 민주주의에 관한 생각을 들었다.
직접 들여다 본 방송 현장...굉장히 힘들어
자본과 기업 역할 새롭게 인식하게 돼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방송 현장에서 30년 가까이 일했습니다.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 등 다양한 방송을 경험했습니다. 방송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아 협회 이사들의 추천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IPTV 업계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몰랐습니다. 그런데 직접 와서 보니 방송 산업이 굉장히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이 문제를 들여다보고 산업을 살리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추천해 주신 것 같습니다. 지난 4월 1일 취임식을 하고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 협회장으로 일하면서 미디어 산업을 바라보는 관점에도 변화가 있었습니까?
“예전에는 대기업이나 자본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관계자들을 만나고 현장을 살펴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도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제작비가 많이 들고, 좋은 콘텐츠를 만들려면 제작진과 장비, 인력에 대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예전에는 방송을 진행하면서 PD와 작가, 스태프들이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 와서 보니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미디어 산업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자본과 기업이 현실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입자 중심 양적 성장 시대 끝나
국민 미디어 생활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해야
-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OTT가 일상적인 콘텐츠 소비 수단이 됐습니다.
“IPTV는 가입자를 늘리는 양적 성장 모델이 한계에 도달했고, 미디어 산업의 경쟁 방식이 바뀌는 전환점에 와 있다고 봅니다. 글로벌 OTT의 성장과 모바일 중심의 이용 행태 변화로 기존 방송시장의 가치사슬 자체가 재편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실시간 방송과 VOD를 전달하는 플랫폼을 넘어 AI와 데이터, 콘텐츠, 광고를 연결하는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으로 경쟁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이 그 전환을 시작해야 할 중요한 시기입니다.”
- 젊은 세대가 TV를 덜 보는 현상에 IPTV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젊은 세대가 TV를 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간과 방식이 달라졌다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IPTV의 강점은 전국적인 가입자 기반과 안정적인 네트워크, 셋톱박스를 통해 가정에서 실시간 방송과 VOD, OTT를 하나의 화면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 과정에서 축적되는 시청 데이터도 중요한 자산입니다. 가입자를 확보하고 수백 개의 채널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AI와 데이터, 광고, OTT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이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쉽게 발견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결국 IPTV가 단순히 TV를 보는 서비스에서 국민의 미디어 생활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느냐가 관건입니다.”
- 국내 IPTV 사업자가 글로벌 OTT와 경쟁하기 위해 가장 먼저 갖춰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글로벌 OTT와 콘텐츠 투자 규모만 놓고 경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IPTV가 이미 갖고 있는 가입자 기반과 네트워크, 가정 내 접점,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해야 합니다. 여기에 AI와 광고, 콘텐츠를 결합해 새로운 이용 경험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만의 강점을 경쟁력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OTT를 경쟁자냐 파트너냐의 양자택일로 볼 필요도 없습니다.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협력하는 관계입니다. 이미 IPTV에서는 넷플릭스와 디즈니+, 유튜브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하나의 셋톱박스에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IPTV는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연결하는 미디어 허브 역할을 강화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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