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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1호기 10년 더? 안전성, 믿을 수 있나?

월성1호기 10년 더? 안전성, 믿을 수 있나?

월성1호기 원산지인 캐나다는 어떻게 했나?

허환주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11-20 오전 7:58:09

 

경주 월성1호기의 수명이 20일이면 만료된다. 1982년 한국 최초 CANDU형 중수로 원자력 발전소 월성1호기는 30년 동안 운행됐다. 일반적으로 원전의 수명은 30년이다. 추후 점검 등을 통해 수명연장 여부를 결정한다. 연장되면 10년을 더 사용할 수 있다. 수명이 연장되면 그 기간만큼 전력 생산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정부는 주장한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위험성을 이유로 수명연장을 반대한다. 정부와 환경단체 사이의 대립지점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2005년부터 '월성1호기 새발전소만들기' 운동을 벌여 핵심 시설인 압력관을 비롯해 9000여 건의 설비개선 작업을 마쳤다. 소요된 예산만 7000억 원에 달한다. 수명을 10년 더 연장하기 위해 미리 준비해온 셈이다. 한수원 측은 "원전 폐기 정책을 발표한 일본조차 최소 40년은 운영한 뒤 원전을 폐로 하겠다고 밝혔다"며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은 안전하다"고 안전성을 강조한다. (☞관련 기사: '천년고도' 경주, '핵폭탄 타이머' 재깍재깍)

하지만 월성1호기는 이미 문제가 많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일반적인 원자로와 다르게 월성1호기와 같은 CANDU형은 냉각수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핵 연쇄 반응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격납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심각한 방사능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1986년 최악의 핵사고를 일으킨 체르노빌의 RMBK유형과 동일한 특성이 있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 국가에서는 RMBK와 CANDU를 거부하고 있다. 가동 중인 CANDU형 원전은 전 세계 원전 중 11%에 불과하다.
 

▲ 지난3월 23일 경북 경주시 월성원전 앞바다에서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보트를 타고 월성 1호기 수명연장 반대와 노후 원전 폐쇄, 신규 원전 건설 반대 등을 주장하며 해상 시위를 벌이고 있다. 보트 뒤로 원자로 건물이 보인다. ⓒ연합뉴스

국제에너지기구(IAEA)에서도 CANDU형 원전을 공통 안전기준에 부적합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동안 한국수력원자력은 IAEA의 Peer Review를 통해서 월성1호기 수명연장의 안전성을 검토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IAEA는 CANDU형 원전 안전성에 대해 동의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위험성도 문제지만 수명연장에는 설비개선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캐나다에서 10여 년간 CANDU형 원자로를 모니터해 온 숀 패트릭 스텐실(39) 씨는 "CANDU형 원자로는 높은 선행투자자본비용뿐만 아니라 높은 생애자본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며 "이에 두 곳의 캐나다 원전사업자가 CANDU형 원전 수명연장은 경제적이지 않다며 폐쇄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CANDU형 원전은 캐나다에서 개발했다.

숀 패트릭 스텐실 씨는 19일, 약 1시간 동안 서울 그린피스와의 화상통화를 통해 캐나다의 CANDU형 원자로 수명연장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설명했다. 그가 이야기하는 캐나다의 상황은 월성1호기 수명연장 앞둔 한국에 여러 시사점을 준다.

월성1호기의 원산지 캐나다는 어떻게 했나?

CANDU형 원자로 종주국인 캐나다는 과도한 수명연장 비용 문제로 2기의 원자로를 폐쇄했고 2020년까지 추가로 7기를 폐쇄하기로 했다.

이런 조치의 배경에는 과거보다 강력해진 '원전규제'가 있었다. 과거의 규제가 아닌 현재 규제에 원전 설비를 맞추다 보면 설비개선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규제요건에 따라 수명연장 비용의 규모도 달라진다. 체르노빌 사건 등을 겪으면서 원전 규제기준은 지속해서 강화되는 추세다.

숀 패트릭 스텐실 씨는 "'Gentilly-2'와 'Pickering B'는 설비개선에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와 수명연장을 택하지 않고 폐쇄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Pickering B는 설비개선비에 약 25억 캐나다 달러, Gentilly-2의 경우 40억 캐나다 달러로 예상됐다.

물론 조사 초기부터 이런 비용이 나온 건 아니다. Pickering B는 2002년 CANDU업계에서는 수명연장 비용으로 9억 캐나다 달러를 추정했다. 하지만 2005년에는 약 11억 캐나다 달러, 2010년에는 약 25억 캐나다 달러로 조사됐다. 그러자 온타리오주는 수명연장을 포기했다.

Gentilly-2도 마찬가지다. 2004년 11억 캐나다 달러였던 비용은 2012년 40억 캐나다 달러까지 올라갔다. 그러자 전력업체인 하이드로퀘백 역시 수명연장을 포기했다.

숀 패트릭 스텐실 씨는 "원전 수명연장 비용이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이유는 업체가 의도적으로 비용을 낮춰 경제성을 높인 뒤, 수명연장 승인을 받으려 했기 때문"이라며 "이런 일은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월성1호기. ⓒ연합뉴스

안전기준에 미흡한 월성1호기

이런 문제는 한국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원전 안전기준 강화는 세계적 추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수명연장을 준비 중인 월성1호기의 경우, 현재의 안전기준에 미흡한 설비시설이 상당하다.

'비상시 냉각계통 열교환기 다중화' 시설이 대표적이다. 이 시설은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 원자로 내부의 열을 제거하는 핵심 장치로 1991년 이후로 복수의 열교환기가 설치되도록 규정돼 있다.(캐나다 R-9 문건) 하지만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월성 1호기는 기준 적용 이전에 만들어져 이것이 1대만 보유하고 있다.

'수소 감시기' 미설치도 문제다. 월성 1호기에는 원자로 안에 수소 감시기가 설치돼 있지 않다. 기술원은 지난해 9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속 조처 중 하나로 신월성1호기에 수소 감시기를 설치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월성 1호기에만 특별히 수소 감시기 없이 수명 연장을 해주기에는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이런 안전기준 조건을 모두 충족하려면 현재 사용한 7000억 원보다 더 많은 돈이 투입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수명연장 승인받기도 전에 이미 설비교체를…

더 큰 문제는 한수원은 안전기준에 미흡한 시설이 어떤 게 있는지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모든 게 비밀로 부쳐지고 있다. 어떤 시설설비를 추가하고 교체해야 하는지 등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반면, 캐나다는 수명연장에 앞서 투명하게 안전점검을 한다. 그리고 그 내용을 대중에게 공개한다. 숀 패트릭 스텐실 씨는 "캐나다의 경우, 캐나다원자력안전규제청(CNSC)에서 적용하는 최신규제시스템과 개선권고를 중점적으로 안전점검을 진행하고 여기서 밝혀진 내용은 대중에게 투명하게 공개한다"고 밝혔다.

숀 패트릭 스텐실 씨는 "또한, 수명 연장 결정에 앞서 환경영향평가를 꼭 받아야 한다"며 "주목할 점은, 환경영향평가단에는 시민단체 회원 등 일반시민이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에너지국 국장은 "캐나다는 최소한 현재 상황이 어떠한지 점검한 뒤, 그 내용을 발표하고 의견을 청취한다"며 "그 뒤 비용을 산정한 뒤 승인받고 설비개선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양이원영 국장은 "하지만 월성1호기에서 보듯 한국의 경우, 일체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을 뿐 아니라 승인받기 전 설비개선을 미리 해놓았다"며 "설비개선을 위해 사용한 7000억 원은 사회적 검증 없이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월성 1호기의 경우, 2009년 4월 1일 발전용원자로운영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 1호기의 주요설비인 압력관, 공급자관 등을 교체했다. 그 뒤인 2010년 12월 15일 서류 적합성 심사를 완료했다.

양이원영 국장은 "수명연장을 위한 보고서 제출, 안전성 검사 결과 공개, 비용산정 등을 발표하기도 전에 이미 수명연장을 위한 설비작업을 진행한 것"이라며 "우리는 이것이 세계적인 수준의 안전기준에 맞춰진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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