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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새정치연합> 대표였다면…

선거 승리를 어둡게 하는 것은 나(自我)를 버리지 않은 사욕이 있기 때문
 
임두만 | 2014-07-09 15:29:5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야당(野黨)이란 한자로 들야(野)에 무리당(黨)을 쓴다. 간단히 들에 있는 무리들이란 말이다. 그러니 비바람 맞으며 풍찬노숙도 불사해야 하고, 늑대나 호랑이 등 맹수의 공격도 방어해야 하며, 타 종족의 공격을 방어하기도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자기와 자기 무리를 자기 힘으로 지킬 수 있어야 생존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정치권에서 정권을 잡지 못한 정치결사체를 한자로 야당(野黨)이라고 한 것은 다 이런 이유가 있다. 즉 권력자의 핍박으로부터 자신들을 지켜야 하고, 그러면서도 누구의 보호나 도움, 또는 지원 없이 경제적으로도 살아남이야 하는 어쩌면 처절한 정치결사체란 뜻이다.

그렇다면 야당의 생존 방식은 아주 간단해진다. 무리의 하나 됨, 무리 내의 분열이나 반발이 없이 뭉치는 것으로 보이는 적과 보이지 않는 적의 공세를 감당하면서 자기들을 지키고 힘을 키워야 한다. 그것이 생존 방식이다. 이런 생존 방식에 적응하지 못하면 죽는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런 생존 방식에 가장 근접했던 야당 지도자가 김대중과 김영삼이었다. 그리고 김대중 김영삼 이전 야당 지도자들은 어떤 의미로든 야당으론 실패한 지도자들이다. 지금 야당이 자신들의 원조로 삼는 김구도 조병옥도 신익희도 장면도 윤보선도 박순천도 김홍일도 유진산도 이철승도 유치송도 이민우도 야당 지도자로는 다 실패했다.

김구는 세력 확장에 실패한 후 타살로 생을 마감했고, 조병옥 신익희는 세력 확장에 실패한데다 지병으로 생을 마쳤다. 장면과 윤보선 박순천은 하나 됨에 실패했으며 그 때문에 자신과 조직을 보호하지 못했다. 김홍일은 조직을 추스르지 못해 당수로서 권위를 잃은 상태에서 지병으로 생을 마감했고, 이철승 유치송 이민우는 자신과 조직의 보호를 위해 적의 지원과 보호를 내면적으로 받는 협잡을 하다가 실패했다.

김대중과 김영삼, 김영삼과 김대중…

나중에 김영삼이 권력욕의 화신에 되어 조직과 지지자들을 배신하고 자신의 권력욕을 채웠지만 그러나 야당 지도자로서 김영삼은 인정해야 한다. 들에 있는 무리의 두목으로 적의 공격을 생명을 내놓고 막으려 했던 점, 세력 확장을 위해 필생의 라이벌인 김대중 세력과의 연합이나 반권력적 인사들을 규합하려 했던 점이 그렇다.

김대중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김영삼이 처했던 들(野)보다 생존 여건이 더 취약했다. 적의 공격도 더 집요하고 막강했다. 라이벌이지만 동지라고 믿었던 김영삼이 어느 날 동지가 아닌 필생의 적으로 돌아섰다. 김영삼을 따르던 이전의 동지들은 더 강한 적이 되어 맞닥뜨렸다. 이 취약한 들(野)에서 자기도 지키고 조직도 지키면서 키워야 했으니 그의 고난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김대중은 자신과 자신의 지지자나 조직 외에 거의 모든 세력들을 적으로 하면서도 지켜내고 이겨냈다. 어떻게? 그것은 필요한 목적의 달성을 위해 내줄 수 있는 것은 모두 내주는 결단과, 조직과 진용 내의 간자나 협잡꾼을 수시로 찾아 내치면서 응징하는 단호함도 보여주는 지도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김상현, 이중재, 조연하, 박영록...김대중이 사형수의 처지에서 벗어나 망명객일 때 국내에서 김대중의 조직인 <동교동계>를 지키던 이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조직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자기 우선 정치를 시도했음을 김대중은 귀국 후 알았다. 그래서 그들은 김대중에게 중용되지 못하고 그 자리는 대신 박영숙 문동환 등으로 대체되었다.

박영숙 문동환이 명망에 비해 대중의 지도력이 미흡이 나타나자 다시 신낙균 이기택으로 대체되었다. 신낙균이나 이기택이나 박영숙 문동환과 어금버금이면서 이기택은 더구나 능력에 미치지 않은 권력욕을 보여 이만섭 서영훈으로 대체되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고만고만한 정치 동량들이 나타났다가 김대중의 야당 정치에 도전했으나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정대철 조윤형 조순형 등 2세 정치인들, 이종찬 이한동 박태준 이인제 등 여당이었다가 야당으로 전향했던 이들, 조순 유종근 임창열 등 전문직 명망가들, 이해찬 양성우 김근태 장영달 등 운동권 명망가들, 김원기 이부영 임채정 등 해직 기자 명망가들, 그리고 신계륜 김민석 김영환 등 당시 386과 이 윗세대 운동권 명망가들…

이들이 김대중의 야당에 영입되어 중용되었다가 사라져갔거나 지금도 정치권에서 호가호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을 끌어들이거나 내치거나 김대중의 당 조직은 흔들림이 없었다.

어느 자리 어떤 지역구에 누구를 보내거나 누구를 잘라도 반발은 찻잔 속의 태풍이었고 반발한 이들만 사라져갔다. 김상현의 지역구에 표적공천을 통해 김상현을 자른 것은 유명하다. 국회 부의장을 노렸던 조연하를 국회 투표를 통해 저지시킨 것도 유명하다.

이에 비해 지금의 야당이나 김대중 이후 노무현 때부터의 조직은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다.

정동영도 이해찬도 정세균도 손학규도 한명숙도 문재인도 김한길도 안철수도 그 누구도 들(野)에 있는 식구들을 보호하거나 자기들 스스로도 지켜내지 못했다. 그러니 입 달린 모두가 권세가요 힘 있는 자로서 당도 조직의 수장도 자신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으면 욕설을 넘어 조직 자체에 해를 입혀도 당도 조직 수장도 그들을 징치하지 못한다. 오직 그들을 징치할 수 있는 것은 언론이요 유권자 뿐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당을 대표하는 자들이 당돠 조직, 그리고 국민들이 아니라 나(自我), 내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당원 전체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거나 나를 따르는 사람 위주였기 때문이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오른쪽 두번째)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오늘 안철수는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연합 최고위원회의에서 “저와 인연이 있는 사람이 최적의 후보일 때는 자기 사람 챙기기라고 하고, 저와 인연이 있는 사람이 공천되지 않으면 자기 사람도 못 챙긴다고 한다”는 말로 금태섭 공천을 두고 반발하는 당원들에게 서운함을 말했다.

또 “금태섭 전 대변인이 가용한 인재풀 중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라면서 “금태섭 전 대변인은 예전의 민주당이 여러번 영입하려했던 인사였는데 저와 인연이 있다는 이유로 경쟁력이 있어도 배척당한다면 앞으로 어디서 새로운 사람을 구하겠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안철수의 인식에 매우 큰 결함이 있다. 금태섭이 경쟁력이 있는 인재라면 천정배는 더 경쟁력이 있다. 정동영도 마찬가지다. 경쟁력 운운하면서 김두관 손학규는 공천하고 천정배 정동영은 공천하지 않겠다는 방침 자체가 안철수의 ‘최적 최강 후보론’과 어긋난다. ‘올드보이’의 컴백이 공천의 기준이 아니라면 손학규 김두관도 배제되어야 하고 손학규 김두관이 용인된다면 정동영 천정배도 용인되어야 한다. 그것이 원칙이고 그것이 선당후사다.

새누리당 윤상현이 올드보이론이든 친이계든 상관없이 승리 가능한 인재공천이라는 단 하나의 잣대로 김문수 임태희 오세훈 나경원 등 쓸 수 있는 카드는 모두 쓰겠다고 하는데 안철수는 기준과 잣대마저 당 내와 누구에게도 흔쾌하게 인정받을 수 없는 공천을 하고 있다.

지금 야당의 흔들림은 바로 이점이다. 김대중이 흔들림 없이 당을 추스르고 영입도 배제도 자유자재로 했던 것은 야당은 세력확장을 위해 이길 수 있는 사람이면 된다는 이념으로 매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다. 나는 만약 지금 내가 야당의 지도자라면 공천권자라면 나를 버리겠다. 내가 만약 야당의 지도자라면 나는 김대중처럼 하겠다. 나중에 누구라도 나의 중요한 정적으로 대두될 개연성이 있더라도 야당이 선거에서 이기는 목적 하나로 공천을 시행한다는 말이다.

세력확장을 위해 이길 수 있는 사람이면 된다는 이념… 이 하나의 목표에 대해 다수가 동의하는 공천이라면 지엽적 반발은 찻잔속의 태풍일 뿐이다. 지금 야당이 시끄럽고 이 시끄러움 때문에 선거 승리를 어둡게 하고 있음은 김한길이나 안철수에게 나(自我)를 버리지 않은 사욕이 있기 때문이다. 예전 한명숙이 대표일 때 친노, 손학규가 대표일 때 비노, 김한길이 대표일 때 반노가 주류로서 주류 외에 비주류 배제가 원칙이었기 때문에 선거에 졌으며 지금 안철수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아니라고 하고 사욕이 없다고 강변 해도 다수에게 비쳐지는 모습이 사욕이라면 그것은 사욕이다. 이것을 인정해야 정치 지도자도 될 수 있고 차후도 바라볼 수 있다. 그러지 못하면 이번 7.30을 끝으로 김한길도 안철수도 야당의 지도자 반열에서 조용히 퇴장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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